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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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인 관계로 같이 살았던 사람이 연인의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사라진다. 이보다 더 슬픈 아니 기가 막힌 일이 어디 있을까. 마틸다와 크사버는 그렇게 헤어졌다. 아니 마틸다는 그렇게 남겨짐을 당했다. 일방적으로. 헌신적으로 유지했던 관계에서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고 발로 걷어 차임을 당한 것이다. 크사버는 아직 이름 없는 작가였고 자신은 교사였다. 모든 경제활동을 자신이 담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것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은 없었다. 크사버가 언젠가는 멋진 책을 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날도 그렇게 일을 하고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반겨주던 연인은 없었다. 그의 자리가 비워져 있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마틸다라는 인간의 모든 것이 의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240p)


이제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들은 국어교사와 작가로 다시 만났다. 마틸다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아니 그 이전에 메일로 먼저 만났다. 일 때문이었다. 학교에 오게 된 작가와 그 프로젝트를 맡은 국어교사. 크사버는 메일로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마틸다는 냉담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16년 전에 그가 어떻게 집을 나갔는지를 알고 있는데 말이다. 나라도 당연히 그런 반응이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 취급하듯 그렇게 딱 실무적인 것만 일 적인 것만 얘기했을 것이다. 크사버의 반응이 너무 황당하기까지 하다. 저렇게 반가워하다니. 아니 그럼 그때는 왜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쪽지도 없이 이유나 변명도 없이 집을 나간건데? 대체 뭔데? 



인생에는,떠나는 것과 남겨지는 것밖에 없어! (275p)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그러면서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어렴풋이 과거의 일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며 각자가 숨긴 비밀을 알아가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다시 이야기를 구성하는 형식이다. 이런 방식이 확연히 드러나는 독특한 방식은 아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접점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한다는 면이 다른 액자식 구조의 소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크사버는 마틸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감추고 있던 비밀을 더이상 숨길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틸다는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소설 에 녹여냄으로 그가 어떤 해동을 했는지 자신에게 밝혀주길 원한다. 그렇게 그들의 인생은 다시 한번 일상을 되찾는가 했는데 엔딩은 또 한번 비틀렸다. 그렇게 멍하니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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