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삼킨 여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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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랬다. 좀 약하지 않느냐고. 줄곧 강하고 센 작품들만 읽어온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법도 하다고 느껴진다. 작가의 작풍이 바뀌었다. [경성 탐정 이상]으로 한국 장르소설계에 한 획을 확실히 그은 작가는 [서점 탐정 유동인]을 계기로 그 느낌이 바뀌었다. 조금은 트렌디해지면서 조금은 가볍게 그러면서도 추리적인 느낌은 잃지 않고 장르소설 매니아들만 읽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장르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조금 그 경계선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작가의 팬이라면 그런 바뀐 점까지도 좋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서점 탐정 유동인]에서는 사건과 더불어 강아람과 유동인의 로맨스적인 관계가 부각되었다. [꽃을 삼킨 여자]에서는 그 결이 다르다. 분명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아가는 것은 맞지만 픽업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부상시킴으로 사회적인 이슈를 숨겨 놓았다. 거기에 젠더 이슈를 더해서 그런 면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사실 새로운 직업군이라고 말을 했지만 단어만 바뀌었을뿐 기존에 존재하던 로맨스 사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단어다. 


두 달 벌어서 일 년을 산다는 그녀 희연. 자신의 직접 일을 해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마음을 이용한다. 자신의 몸을 보여주고 자신에게 마음을 주는 남자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그들에게 돈을 빌린다. 어떻게 보면 왜 저렇게 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녀가 살아온 배경을 보면 배운 것이 그것뿐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일을 하는 것이고 그것이 직업이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들의 캐미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오히려 젠더 이슈가 더 부각된다. 서선익과 강아람, 감건호와 여현정은 2대 2로 나뉘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에 관해서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자신들의 의견을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페미니스트들이나 페미니즘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이 분명 딴지를 걸 법도 한 그런 이야기다. 왜 여자를 저런 직업군으로 설정했냐부터 여자라고 모두 저런 것은 아니다까지 꼬투리를 잡으려면 수 십가지도 더 잡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의 말을 보면 그 모든 것이 다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슈를 부각시킬 수 밖에 없게 된 이유 말이다.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서 사기의 형태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로맨스 스캠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나 또한 그런 프로포즈를 받아 본 적 있다. 그러니 소설 속의 이 이야기가 단지 픽션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또 이런 사람을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당신은 이런 사람에게 걸려 들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단지 그 삶이 이해가 되기에 설희연의 인생이 불행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살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그녀가 부디 성공하기를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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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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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이라는 게 이미 구습이 되어 사라져 없는 세상인데, 그런 허깨비 같은 것에 매여서 상대를 존중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 그 말이야말로 안 되는 말이 아닌가. 343p


친구들과 셋이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 잠이 들어 버렸다. 집주인인 에드가 오를 남겨 놓고 친구들은 떠났다. 다음날 자신의 모자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친구가 가져간 것으로 생각, 그의 집으로 찾아간 에드가 오는 그곳에서 친구의 시체를 마주한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리지만 오히려 그는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수감되는 신세가 된다. 진정 그는 범인일까. 만약 그가 아니라면 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이것은 단지 모자 하나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슈가 된다. 아니 그게 전부라면 오히려 홈즈같은 뛰어난 명탐정이 나타나서 이러하니 저러하니 여기에 있소라고 말할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조금 더 큰 살인사건이 주가 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건의 살인사건이다. 여기 에드가 오라는 독특한 이름의 한 사내가 있다. 그는 내지 즉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이제 경성으로 돌아왔다. 의사인 형이 있고 은일당이라는 곳에서 하숙을 하며 학생을 가르친다. 


사실 이 독특한 설정을 보았을 때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경성이 공간적 배경이 되고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이 등장을 한다. 온갖 종류의 신문을 탐독하듯이 읽는 학생인 선화를 보았을 때는 저 신문을 사용해서 무언가 암호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해본다. 엄마와 둘이 사는 그녀이기에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도 했다. 한 친구는 죽고 한 친구는 사라졌으니 그들이 무슨 의열단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모든 것은 내가 너무 경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많이 읽은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오히려 그런 쪽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초점을 맞춰서 읽는다면 오히려 범인을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에드가 오는 처음에는 오 선생으로 불리다가 나중에는 오 탐정으로 불린다. 중간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 나올 때 그 만나는 곳이 카페라고 하여 혹시나 이상이 등장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잠깐 가졌다. 이상과의 콜라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에드가 오는 에드가 앨런 포를 좋아해서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뛰어난 능력이 있고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생각보다는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모던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네. 48p


처음부터 잘난 척을 좀 하고 양복을 차려 입고 멋을 내는 등 모던 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약간은 눈꼴 시었지만 그가 그렇게 모던을 강조한 이유가 있음이 밝혀지고 나니 오히려 이해가 된다. 또 실력발휘를 못한 만큼 혹시라도 다음에 그가 주인공이 나오는 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면 그때는 조금 발전된 모습이길 기대하고 바라게 된다. 부제가 붙은 것으로 보아 이것이 끝이 아닐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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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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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죽인 게 누구든 간에, 놈은 즐겼던 거예요.38p


음식점을 향해 달려드는 트럭 한 대. 모든 손님들을 그걸 보고 잽싸게 몸을 피하게 되는데. 첫 장면이 그려지는데 어디선가 묘하게 오버랩이 된다. 이 장면은 외제차가 트럭으로 바뀌고 카페가 음식점으로 바뀌었을 뿐 [서점 탐정 유동인]의 겨울 에피소드와 같다.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것이 이 두 권뿐이겠는가마는 내가 읽은 책과 비슷한 장면이 나오면 괜히 나 이런 장면 아는데 하고 아는 척 하고 싶어진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에 방향을 트는 바람에 손님들에게는 피해가 없었지만 그로 인해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을 한다. 보안관보가 트럭이 박은 다른 차량의 트렁크를 보면서 보안관을 부를 때 이미 예상을 했. 그곳에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잡힌 차의 소유주, 그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간에 맞춰 생활을 하는 등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한 마디를 한다. 그의 요구는 로버트 헌터였다. 


로버트의 자기 수양과 집중력 통제는 항상 굉장했지. 173p


로버트 헌터는 로스엔젤레스의 강력계 형사다. 얼마전 사건을 끝내고 휴가를 앞두고 있다가 FBI의 호출을 받고 불려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옛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저 차의 소유주 루시엔 폴터다. 대학 친구이자 범죄 심리학을 공부했던 두 사람. 대학을 나온 이후부터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던 그 두 사람이었다. 이제 그들은 한쪽은 경찰 한쪽은 용의자로 만나게 된다. 범인은 누구일까.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그렇게 경시할 수 있을까? 205p


로버트는 뛰어난 아이였다. 학교에 들어가서 모든 과정을 일찍 끝내고 대학에도 이른 나이에 들어갔다. 그런 그와 함께 생활하며 때로는 라이벌이었던 루시엔이었다. 그는 한번에 하나씩 묻고 대답하는 게임을 제안한다. 루시엔은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로버트를 어떻게 그를 공략해야 할까. 두 심리학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범죄자를 궁금해 하는 것 처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싶을 것이라는 그런 단언을 한다. 사이코패스는 소시오패스는 아니 전부 다 합해서 악한은 처음부터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일까.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동양 철학에서는 성악설과 성선설이 제기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것일까 태어날 때는 선한 것일까. 성경상의 교리로 보자면 본래 인간의 조상이었던 아담이 죄를 저질렀고 그의 후손인 우리들은 악한 죄인일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악한 것이 당연한 것일까. 악하게 태어났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인간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일까. 그렇다면 익히 알려진 연쇄살인마들은 그런 사회화 과정을 배우지 못해서 그런 범죄자가 된 것일까. 


너는 갓난아이가 실제로 악의 유전자나 살인자의 유전자를 물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393p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서 뿌듯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문 속에서도 첫 살인을 저지른 자는 죄책감과 후회로 괴로워 한다고 했다. 모두가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지 않을까. 그래서 바로 연달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마저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말 어딘가 한 군데가 고장난 일종의 정신적인 질환을 가진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 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인해서 그 예측은 어느 순간 틀어져 버린다. 이 이야기는 로버트 헌터 시리즈 중의 하나라고 한다. 물론 첫 번째 이야기가 아니다. 본문 속에서도 그는 막 어렵고 힘든 사건을 끝낸 것으로 되어 있느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인기를 끌면 다음 이야기도 나오게 될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궁금해진다. 그가 맡았던 사건이 무엇이었을까. 그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라는 소리다. 다시 보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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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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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어령 저자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라는 감성충만한 딸에 대한 사랑을 그린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 수필과는 다르게 이 책은 이어령의 서원시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시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저자가 가진 생각을 알아보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총 열 세개로 나누어진 think들은 크게 공감을 하거나 또는 저자의 생각은 반박을 하거나 하는 그런 나만의 토론 시간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think 둘에서는 종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여행을 하며 사진 대신 녹음을 하고자 녹음기까지 구해서 녹음을 했지만 돌아와 들으니 직접 들었던 그 소리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럴 때가 있다. 여행지에서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이걸 나중에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지만 돌아와서 확인해보면 그때 그 멋진 그 분위기 그대로 담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으로 너무나도 잘 알기에 소리 역시 그럴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그것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카르페디엠 즉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같다. 그 시간에 감상하고 만족하고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think셋에서는 우물에 빠진 당나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묻힐뻔한 당나귀가 그 상황을 역이용해서 오히려 살아난 것처럼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다르게 본다면 그것은 더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악플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지금이다. 그것마저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로 이용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인에게는 무플이 악플보다 무서운 법이기도 하다.



그림은 긁는다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그리움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글에서 나온 말이다.

벽을 긁는 글과 그림과 그리움은 벽을 넘는다. 74p


think 여섯에서 저자는 쥐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다.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미키마우스에서부터 지금도 내 바로 옆에 있는 컴퓨터 마우스까지 정말 많은 쥐들이 우리 주위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지 않는가. 원래 쥐라는 동물을 페스트 균을 퍼뜨리던 해충이었다. 그 또한 생각의 전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워서 피하는 3D직업이 새로운 디지털과 디엔에이 그리고 디자인의 새로운 3D가 될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생각의 전환이 이토록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think 열하나에서는 전통 물건을 이야기 하면서 한복을 이야기 한다. 서양에서 만드는 옷과 우리나라 한복의 차이를 예로 들면서 한복의 이로운 점을 사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치수를 딱 맞춰서 입는 옷들과 달리 품이 넉넉한 것이 한복의 장점이다. 조금 배가 불러도 조금 키가 커져도 언제나 그 상황에 맞춰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로움이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우리의 것을 잘 보존하고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누군가 다른 이들이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기 전에 말이다.



김치를 먹는다는 것은 빨갛고 파랗고 노란 바람개비 모양의 삼태극을 먹는 것이며, 삼태극을 먹는다는 것은 우주를 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우주가 되고 우주는 내가 된다. 191p


저자의 한국 전통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 think 열둘에서도 이어진다. 김치를 맛의 교향곡으로 비유하며 김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라던가 김치의 효능 또한 맛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딱히 저자가 그리고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김치의 효능은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서 익히 알려져 있다. 우리는 오늘도 우주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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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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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얼마나 읽었을까. 읽어왔고 소장하고 있는 오십 여권이 넘는 책들 중에 어떤 작품을 가장 최고작으로 꼽을 수 있을까. 초기작이었던 가가형사 시리즈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유가와 시리즈도 독특하고 쉽고 재미나게 읽히니 설산 시리즈도 있지만 게이고의 최고는 그야말로 묵직한 정통 사회파 추리일 것 같다. 그중에서도 이 [몽환화]를 꼽는데는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한 작가의 책이 개정판이 나올 경우 어떤 책을 소장하게 될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에는 개정판을 가지고 구판을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이 구판 몽환화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표지였기 때문이다. 트레이싱지를 덧씌운 덕에 꿈을 꾸게 만드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만든 이 작품을 선뜻 내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개정판 표지는 원래 색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비채만의 히가시노 시리즈를 완성하는 통일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 또한 선뜻 내놓을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당분간은 두 권 모두를 소장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다른 책을 조금 정리하더라도 말이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출근하던 아빠와 배웅하던 엄마와 아이 앞에 날카로운 칼을 가진 채 피범벅이 되어 나타난 한 남자. 그는 그 칼을 치켜 들고 이 가족에게 달려드는데 이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 남자는 대체 무슨 생각과 정신으로 그 아침에 칼을 들고 설쳤던 걸까. 또 하나의 이야기는 소타라는 중학생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그의 가족은 해마다 나팔꽃 축제에 온 가족이 참석하여 시장을 둘러보고 외식을 하러 간다. 한창 사춘기인 소타는 가족과 어울려 다니는 건 별로지만 외식 가는 것이 좋아서 따라 나서기는 하는데  어느날 그곳에서 첫사랑에 빠지게 된다.

 

리노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자신의 목표인 수영을 그만 둔다. 그러고는 할아버지 댁에 드나들면서 할아버지가 키우던 꽃들을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돕는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갑자기 죽음을 당하고 자신이 목격함으로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게 된다. 그녀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단서는 노란색 꽃 사진 하나다. 한참 후에야 그 화분이 없어졌다는 것을 생각해 내지만 이미 늦었다. 경찰들은 그것을 중요한 단서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외면 당한 그녀는 할아버지가 블로그에 올리지 말라고 했던 것을 어기고 결국 그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게 된다. 그것으로 인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꽃이라는 하나의 사건과 증거를 놓고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과 리노 그리고 소타까지 이렇게 세 명의 이야기가 교대로 반복된다. 꽃이라는 평범한 소재는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 중앙에 차지한다. 그것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려가면서 밝혀지는 비밀들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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