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여행사에서 광고 문자가 왔었다. 스페인 여행을 소개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3백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의 일정이었고 그걸 찬찬히 읽어보고 있는 순간 스페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휙 하고 뇌리를 스쳤다. 그렇다. 우리는 여행을 마음대로 못 가는 코로나 시대에 벌써 3년째 살고있다. 이제 조금씩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도 생기고는 있지만 단체여행은 아직 무리인 것 같고 백신을 2차까지만 완료한 나는 더더군다나 아직은 마음대로 못 가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여기 실린 나라들 중에는 물론 가 본 곳들도 있지만 미식 여행이라는 테마가 있어서 그런 부분이 더 궁금했던 것이다. 사실 다른 나라에 먹으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나라의 특이한 음식을 일부러 막 찾아다니면서 먹는 편은 아니다. 그러니 이 푸드 취재팀이라는 전문가가 추천하는 맛은 어떤지 눈으로라도 보고 싶어졌다.
크게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스 그리고 스페인의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고 나머지는 그 너머라고 해서 한꺼번에 묶어 두었다. 유명한 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호텔과 주위 음식점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까지 소개하고 대표적인 음식들은 사진과 함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위제스라는 곳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예전에 스페인에서 했던 프로그램인 윤식당을 연상했다. 그곳 어디엔가의 음식점에서 배우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을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곳의 호텔 '라 메종 뒬리스'는 16세기 농가를 복원해 미식호텔로 바꾼 곳으로 미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단다. 미식 체험 프로그램은 그동안 어느 나라를 가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터라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어졌다. 신기한 맛이 나는 그런 음식들을 실컷 먹어 볼 수 있으려나.
그리스는 실제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산토리니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코르푸라는 곳이 있었다. 이 곳에서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빌라인 '리어 하우스'가 있다. 파스텔톤의 빌라 앞마당에는 수영장이 있고 야외 바베큐가 가능하다고 하니 마치 우리나라 팬션 같은 느낌이려나. 요리 강좌 듣기도 가능하단다. 그런가하면 레스토랑 '유칼립투스'에서 문어다리를 먹어보고 싶다. 진짜 꼭 한번 저 곳에 가서 하루 종일 빌라에 앉아서 가져간 소설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된 휴양을 느껴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호텔 '래플스'는 이 곳에 나온 모든 곳 중에서 유일하게 가 본 곳이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지어진 타워형태의 호텔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하지만 여기에 설명되어 있는 레스토랑 '로카'나 '아롤라'는 가보지 못해서 더 궁금하다. 취재팀들도 경험을 했는지 시내 교통 체증이 악몽같다고 적어 두었다. 나 또한 그곳에서 갇혀본 적이 있어서 너무너무 공감했다. 분명 얼마 안 걸리는 길이었는데 원래도 밀리고 퇴근 시간에는 꼼짝도 하지 않더라는. 이스탄불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고 버스로만 이동을 해서 지하철 역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여러기지 물건들을 잔뜩 사왔던 그랜드 바자르는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다시 간다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이동해 보고 싶어진다.
공통적으로 인기있고 유명하고 대표적인 음식들을 소개하며 레시피를 알려주고 있는데 몇 가지의 음식만 제외하고 난이도 면에 있어서 거의 다 쉬움으로 적어 두었다. 아니 반죽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하루동안 휴지 시켜야 하고 그걸 다시 오븐에 굽기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쉽단 말이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음식을 만드는 것과 다른 구조라서 취재팀들에게는 쉽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토끼고기라던가 여러 가지 채소들은 낯선 것들이 많아서 약간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요리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정말 미식가다 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도전해봐도 좋을 그런 레시피들이다.
바람이 분다. 여행이 그립다. 나는 자유다. 이 책의 표지에 쓰인 카피다. 이 카피 그대로 나는 자유다를 외치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자니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