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썼으니 작가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니 교수다. 작가와 교수. 과학과 문학. 절대적으로 상반된 이 두 가지를 아주 퍼펙트하게 줄타기 하고 계시는 분이 바로 이 곽재식이라는 사람이 아닐까. 과학에 치우친 나머지 소설이긴 한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겠다라는 그런 투정이 튀어나와야 하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이 짧은 이야기들에 매혹되어 세이렌의 노래를 따라가다 사고가 나는 사람마냥 내내 책을 붙잡고 있다가 할 일을 잊어버렸다. 이것은 순문학이지 이게 무슨 과학이냐고 하고 싶은데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군데군데 들어가있는 깨알같은 과학지식은 과학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해주고 있으니 이 아니 완벽할쏘냐.
단적으로 말해서 소설은 좋아하지만 sf는 좋아하지 않는다. 과학이라는 것이 배경이 되거나 소재가 되어 이야기를 짜냈을 때 그것이 너무 재미가 없고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그런 선입견에서 나온 불호이다. 하지만 이런 sf라면 나의 불호는 호로 바뀔수도 있다고 본다. 뭐든 고정되어 있는 것은 없으니까.
총 열 편의 이야기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 편을 꼽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