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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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미여사님. 그녀의 작품은 어느 누구도 손 댈수 없을만큼 멋집니다. 더불어 내용에 아주 잘 들어맞는 표지가 환상적인 궁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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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바 2015-05-19 03: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자꾸 자카란다가 키우고 싶어지는 표지다요.
 
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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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사랑, 벚꽃말고...라는 노래 말고도 해마다 봄이 되면 들려오는 노래, 벚꽃엔딩. 그만큼 벚꽃은 일본인들 뿐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도 인기가 많은 꽃임에는 틀림없는 듯 합니다.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면서 피어나는 벚꽃은 흰색도 아닌 분홍빛도 아닌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수 없는 색을 띄면서 한꺼번에 확 피어서 그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한 그루씩 따로 있을때보다 여러 그루가 줄지어 나란히 있는 모습이 더욱 이쁜 꽃, 벚꽃, 한번 바람이 불거나 또는 봄을 시샘하는 봄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언제 피었냐싶게 다 져버려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꽃이 벚꽃일지도 모르죠. 즐길수 있는 시간이 짧기에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애달프게 하는 벚꽃.

 

이 책은 그런 벚꽃이 피는 이른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계절상으로 봄을 그리고도 있지만 제목인 '사쿠라호사라'는 또 다른 의미로 본문에서 다가옵니다. '사쿠라호사라' 한국말로는 제일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인 '벚꽃박죽'이라는 단어로 번역이 되었네요. '뒤죽박죽'이라는 단어의 일본식 사투리 표현인 사사라호사라'.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 말의 어감이 너무나 이뻐서, 그리고 '사사라'라는 말이 '사쿠라'라는 벚꽃을 칭하는 단어의 어감과 비슷해서 미리부터 머리속에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벚꽃이 배경이 되는 작품을 쓰겠노라고 말이죠. 자신의 생각 그대로 작가는 벚꽃이 피는 배경으로 이런 아름다우면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네요.

'뒤죽박죽'이라는 의미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것이 섞여 있는 혼란스러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일이 있어 힘들었다는 표현을 그렇게 쓴답니다. 주인공인 쇼노스케가 뒤죽박죽이라는 표현을 쓰자 이제는 그의 짝이 될지도 모를 와카가 대답을 합니다. 우리의 경우엔 '벚꽃박죽'이라고 말이죠. 벚꽃나무 밑에 있는 와카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녀를 찾았고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응원을 얻게 되고 힘을 얻고 또 그럼으로 인해서 인연이 될지도 모를 사람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미미여사의 에도이야기를 오랜만에 봅니다.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는 작품으로 북스피어에서 여러 책의 시리즈가 나온 이후로는 오랜만인듯 합니다. 이번에 비채에서 펴낸 에도시리즈는 이전에 나온 이야기들과 다른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인 '납치'는 감쪽같이 사라진 이웃집 처녀를 찾는 장면이 '미인'이라는 전작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작의 원제가 '천구풍' 일본어로는 텐구카제 이렇게 읽는데 본문에서 천구가 데려가지 않고야 이렇게 감쪽같이 없어질수 없다는 표현이 나오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죠. 미인에서는 실제로 혼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한편 이 이야기의 중심은 오롯이 사람입니다. 그것도 가족이지요. 같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르지요. 조금 오싹함을 느끼게 되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끼고 말았습니다

억울한 오해를 받고 할복을 해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둔 쇼노스케 . 그는 고향을 떠나서 혼자서 에도에 정착을 하며 무사이긴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을 함으로써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중심으로 해서 만나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얽힌 이야기들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지요. 아버지를 닮아서 조금은 마음이 약한 쇼노스케를 어머니는 못마땅해합니다. 그리고 큰 아들을 편애하지요. 분명 같은 아들인데 어머니는 그렇게 차별을 합니다. 부모들도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나 덜 아픈 손가락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먼저 이야기한 '납치'에서도 가족이라는 태두리는 모호하게 걸려있습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아침에 사라져버린 무남독녀. 그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더 잘 알고 있음에 분명할듯한 딸은 아무런 말도없이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쪽지가 하나 오죠. 당신의 딸을 데리고 있으니 돈을 내 놓으라는. 겁에 질린 어머니는 쇼노스케를 대동하고 나서서 돈을 건네지만 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색이 된 엄마는 다 죽어 갈 지경이지만 그에 비해 같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는 무언가 다른 표정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가족이라는 것이, 부모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아버지의 필적을 흉내내서 서류를 위조한사람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던 쇼노스케는 드디어 모든 일을 해결합니다. 자진해서 자신의 앞에 나타난 대필자도 찾았고 그것이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킬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은 그렇게 한가지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은 자신은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었죠. 비록 그 결론이 조금은 가슴 아플지라도 말입니다. '사사라호사라', 뒤죽박죽이었던 쇼노스케의인생이 조금은 평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와카와의 인연도 잘 연결되어 이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쇼노스케를 중심으로 한 무언가 색다른 일이 또 일어나서 쇼노스케 2탄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수 없네요. 봄의 벚꽃이었으면 가을의 국화로 이어지는 꽃 연작은 어떨까 하고 미리 미미여사님께 연서를 띄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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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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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시인의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요약이나 함축이 많고 그러다보니 자신의 나라 말로 쓰여진 단어들조차도 어색할때가 많은 것이 '시'라는 장르가 아닐까. 요즘은 산문같이 긴 시들도 많이 나오고 편하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들로 쓰여진 시들도 많지만 일단 시에 대한 기본적인 감상은 그러하다. 그런데 하물며 다른 나라 말로 쓰여진 시를 번역을 해서 읽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래도 많은 시들이 번역되고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그런 것을 보면 시라는 장르가 꼭 딱히'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올 읽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인의 이름은 낯설면서도 그렇지 않다. 얼마전 이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 읽어주는 예수'라는 시집에서 언급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편의 시를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 두었던 시집, 그 속에서 이 책에서 실려있는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는 시를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갈수 있는 듯 하다. 이 시집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같은 시를 가지고 어떻게 해석해 두었는지 알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번역자 마저도 독특하다. 작가인 신경림의 감수를 거치긴 했지만 번역자가 일본이름이다. 어떻게 일본사람이 한국말로 번역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찾아본다. 한국에서 공부한 일본인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번역자인 요시카와 나기는 일본인이면서도 한국에서 공부를 했으니 가장 양국간의 언어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자유로운 번역이 가능할 것이다. 탁월한 번역자의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수자인 신경림 시인이 말한 것처럼 다니카와 상의 시의 세계는 어느 것 하나로 한정적이지 않다.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잔인하게 느껴지는 시들도 있고 우리나라 시처럼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들도 있다. 가령 말의 어미를 맞추어서 같은 말이 반복되게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한 문장은 다른 말을 쓰면서 같은 말을 하나 건너 반복하는 식이다. [평범한 남자가 있었대/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팔다리] '평범한 남자'(40페이지)는 그렇게 시작하면서 말하는 단어마다 '평범한'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말하고 있다. 이런식이면 나도 이 뒤에 계속 연결해서 쓸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발상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시인의 생각인 것이다. 평범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시는 결코 평범하지 않는 맺음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남자는 평범한 줄을] 이렇게 시작하는 마지막 3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궁금하다면 직접 시를 찾아볼 일이다. 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듯한 전개. 짧은 시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전개를 펼칠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12월 15일'이라는 제목의 시는 [나는 이날에 나타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호적과의 요다씨가 말합니다]라는 지극히 아이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한 생각지 못한 발상으로 깜짝 놀라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신고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것을 시로 쓸 생각은 어떻게 했을가. 시인의 말처럼 자신의 머리속에 순간순간 나타나는 글들을 잡아두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사소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글'이라는 존재가 바꾸느냐가 평범한 사람들과 시인의 차이가 아닐까. [고마워요 요다씨/ 축하해요 나/누군가 뭔가 줘] 라는 마지막 행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그 나이가 되어도 생일날 무언가 받기를 좋아하는거구나. 그런 생각은 누구나에게 일반적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일수도 있고 이런 말을 자유롭게 펼쳐보이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듯 해서 그렇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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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은 '자기소개'라는 시에서 좀더 발전된 형식을 띠고 있다. [저는 키 작은 대머리 노인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분명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다. 그것도 짧은 한문장 한문장으로, 그러면서도 함축적인 말들을 포함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를 말하고 마지막 연에서는 [여기에 쓴 것은 다 사실인데 / 이런 식으로 말로 표현하니 왠지 수상하네요] 라는 말로 약간은 수줍음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할 말 다해 놓고 나중에 조금은 몸을 사리는 형식이다. 왠지 시인의 당당함과 약간은 소심함을 동시에 엿볼수 있는 듯 해서 역시나 재미있다. 이 시집의 제목인 '사과에 대한 고집'은 말 그대로 사과다. 표지에도 사과를 큼지막하게 그려놓았다. 왜 사과에 대해서 고집을 부리는지 궁금하면 얇지만 시적인 표현이 풍부하다 못해 넘치고 위트가 속속들이 숨어있는 시인의 고집을 직접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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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왕국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9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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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일어라는 것이 굉장히 딱딱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글로 쓰여진 것뿐 아니라 말을 했을때도 마찬가지일듯 하다. 그런 딱딱한 글로 쓰여진 미스터리는 어떠할까. 독일의 정통 미스터리라고 일컫어지는 형사 슈투더가 돌아왔다. 독일 미스터리는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분야는 아니다. 유럽쪽 스릴러가 여전히 강세인 요즘에도 독일의 장르소설들은 그렇게 큰 이슈를 낳지는 못했다. 그나마 율리아 시리즈와 백설공주신드롬을 일으킨 넬레 정도가 조금 빛을 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장르소설에 형사슈투더가 뛰어들었다. 스위스 베른주 경찰청소속의 형사인 그는 베테랑이면서도 지금은 단순한 형사일뿐이다. 원래부터 그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잘나가던 시절이 있던 그였다. 그러다 윗분들의 미움을 사서 경부에서 좌천되어서 지금은 일개 형사인 것이다. 브리사고라는 싸구려 시가를 즐겨 피우며 추리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뛰어난 범죄학자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실력자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증거주의라기보다는 사람의 말을 중요시하며 그 사람의 생각을 읽어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심리수사의 일인자이다. 그런 슈투더가 돌아왔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우직하게 일하는 모습은 요네스뵈의 해리처럼 충직한 면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해리가 자기만의 싸움에서 지고 술로 마음을 다스리는 반면 이 슈투더라는 형사는 자신의 규율을 아주 엄격하게 지키는,자기관리를 잘하는 형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언제나 수첩을 지참해서 모든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꼼꼼함을 보여주는, 약간은 조금은 고지식한 면도 있고 자기 중심적인 면도 있어 보이는 그런 형사이다. 그런 고집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이지도 모르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을 내는 그리고 그 멋이 캐릭터와 아주 잘 어우러진다고도 할수 있겠다. 슈투더에게는 큰 사건이 연속적으로 마구 일어나지는 않는다. 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에 충실하게 한발자국씩 다가갈 뿐이다. 그럼으로 인해서 그 사건에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번에는 감옥에서 목을 맨 용의자를 대신해 일을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정신병자를 대신해야만 한다. 동도 트기 전 걸려온 전화에 슈투더는 깜짝 놀란다. 정신병원에서 부원장이 자기를 지명해서 자기를 보호해주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신변보호요청이라고나 할까. 직접 데리러 온 부원장을 본 그는 자신이 부원장을 어디선가 만난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아이들이 칼을 가지고 서로를 위협하는 자리 한 구석에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던 그가 기억났다. 그는 하나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치료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단 몸싸움의 흔적이 있어 보이는 원장실. 원장은 실종된 상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신의 아이를 죽인죄로 감옥에 있다가 정신병 판정을 받고 이곳에 들어온 정신병자 피에털렌마저도 사라졌다. 원장과 그 사람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가. 그는 원장을 방패로 삼아 이곳을 탈출한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관계도 없이 두사람이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은 각각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부원장은 슈투더에게 병원을 보호하는 한편 두사람의 행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의 말대로 슈투더는 이곳저곳을 살펴보는데 약 800여명의 환자가 있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는 정신병원은 한사람이 조사하기에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다. 과연 슈투더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심리적인 내용이 주가 되다보니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긴 호흡으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부원장이 슈투더에게 정신병의 설명을 해줄때는 더하다. 차분히 읽어보다 보면 이것이 미스터리 작품인지 아니면 사람의 심리를 다룬 책인지 혼동도 온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보통의 다른 스릴러 장르처럼 변화무쌍하거나 크게 스펙터클한 일이 연속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사람이 괴기한 모습으로 연속으로 죽는 일도 없다. 하지만 슈투더의 일은 꼬여가기만 한다. 매일같이 병자들이 한두명씩 죽어나가는 이 병원에서 사람의 죽음은 별것이 아닐지 몰라도 슈투더 입장에서는 자신이 조사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는 것은 참 안타까우면서 황당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사람이 죽는 것은 말이다. 독일식 정통 미스터리. 굉장히 딱딱하고 틀에 맞추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이야기들. 그러나 그마저도 즐길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독일의 미스터리의 팬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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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보다 1~3권 세트 - 전3권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조선사 여행 조선왕조실록을 보다
박찬영 지음 / 리베르스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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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때가 왔다. 역사라는 학문은 결코 재미없거나 지루하거나 졸린 학문이 아니다. 우리 조상이 살아온 발자취이고 우리의 선조가 살았던 그 시대이며 그러함으로 인해서 우리의 지금 생활과 비교도 해볼 수 있고 그때 당시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았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다. 전국 방방곡에 흩어져 있는 모든 유물들이나 왕릉들을 직접 가볼수는 없지만 컬러감이 있는 사진으로 생생하게 눈에 잡힐듯이 볼 수 있다. 물론 책을 가지고 그 곳에 직접 가본다면 시각적인 효과는 배가 될것이고 더욱 기억에 오래 남을 수도 있껬다. 어린시절의 역사교육은 평생을 지배한다. 직접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말이다. 물론 나는 조선시대에 대해서 세세한 것은 모르겠다 싶으면 어른이 봐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책이라는 것을 싫다하는 사람이 보아도 좋겠다. 글이 많다고는 하나 보통의 다른 책보다는 글자 크기가 큰 편이면서 여러가지 자료들로 인해서 지루할 새가 없을테니까 말이다.

 

1권에서는 조선의 시작인 이성계 즉 태조를 다루면서 그 이전 고려시대 때로부터 넘어가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현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아니었고  전공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겉핡기였다고 느꼈고 자신이 답사를 하면서 자신이 알고 싶었던 것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재미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고 재미나게 알려주자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어투를 띄고 어서 훨씬 더 친근감이 있게 느껴지게 만들었고 그대로 읽다보면 저자가 직접 옆에서 설명해주는 느낌으로 읽을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나 실제로 그 지역에서 행해지는 사진을 배열함으로 인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준다. 한국의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든 문화재들이나 각종 자료들을 직접 본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안되니 이렇게 간적접인 겅험도 안보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좋은 것이다. 사진을 보다보니 의외로 많은 왕과 왕비의 무덤들이 수도권에 모여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서울이 도시의 중심지였기 때문이 그러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책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나서 그 곳을 다시 찾아보고 책의 사진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날 것이다.

 

인조에서부터 현종까지의 실록을 그린 2권에서는 더욱 스펙터클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여러 드라마의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 초기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인종부터 시작되는 이 중반기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 알게 되면 이보다 더 격변할 수가 있울까 싶은 것이 이 조선 중기라도 보면 될 듯 하다. 인종과 명종을 거쳐가면서 사림들은 더욱 독해졌고 부정부패는 이루 말할 수도 없을 정도여서 백성들만 살기 힘들어지고 결국은 임꺽정 같이 백정의 신분으로 백성들을 위하는 영웅이 등장하게 된다. 그 이후 선조시대로 넘어오면서 조선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바로 전쟁이란 것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옆 섬나라 일본이 쳐들어 온 것인데  즉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장군을 등장시킨 그런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이순신이라는 장수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어떠한 모양을 띄고 있을까. 그런 인재를 왜 선조는 몰라봤을까. 아니 알고 있었음에 분명한데도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던 왕이라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조선의 왕들이 나라를 잘 다스려서 좋은 왕도 있지만 약한 점들이나 못한 점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선조 때 왜란을 겪고 나서 왕위를 이어받은 것은 요즘 한창 드라마에서 나오고 있는 광해군이다. 연산군에 이어서 '군'이라는 칭호를 쓰는 두번째 왕. 그는 전쟁 직후의 이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가장 힘든 시기에 왕위를 이어받아서 그는 어떤 생각으로 이 나라를 바르게 만들기를 원했을까. 중립외교를 꿈꾸던 광해군을 지나 인조로 넘어오게 되면 이번에는 일본에 이은 청나라 즉 중국이 밀려 내려온다. 일본과의 전쟁을 겪고 조금 나라가 정리가 될만하니 다시 새로운 적들이 밀고 내려온 것이다. 조선 중기에 이어 조금은 잔잔해지길 바랬던 조선 후기. 어느때나 마지막이 좋으면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고 했는데 조선이라는 나라는 끝나가는 이 무렵에도 나라 사정은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외세의 침입으로 인해서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고 후기에 접어들면서는 서양의 나라들까지 조선을 넘보게 된다.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 바로 이전의 고종 시대는 3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편인데 따로 번호를 붙이지 않고 그냥 한편으로만 끝나고 있는 다른 왕들에 비해서 유독 4편까지 있는 고종실록은 그만큼 조선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역대왕들의 계보에는 없지만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는 흥선대원군이 등장하는 시기도 이 때이다. 고종의 섭정을 맡아서 자신이 직접 이 나라를 다스렸던 흥선대원군은 다른 나라의 침입으로부터 이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서 쇄국정책을 단행했다. 일본도 비슷한 정책을 폈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고 금세 정책을 바꾸어 세계의 문물을 받아들인 것과는 정반대의 정책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린 결정은 시간을 두고 나중에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바로 일본의 대한민국침략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 말이다. 미국과 프랑스와 러시아와 그리고 중국인 청나라와 일본까지 여러 나라들이 호시탐탐 들락거리던 고종 시대는 이제 순종을 거쳐서 많은 오래된 역사를 남겨 놓은 채 조선이라는 나라는 문을 닫는다.

 

대한민국의 역사중 가장 긴 시간을 유지했던 조선시대. 그 시대를 거쳐간 많은 왕들과 많은 신하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 하나하나까지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이 나라를 잘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떠하던지 그들은 나름대로의 가장 좋은 것을 후대에 남겨 주기 위해서 애썼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의 정권을 잡으려고 노력한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실록을 써서 후대에 남겨준다면 우리 후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직접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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