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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평점 :
봄, 사랑, 벚꽃말고...라는 노래 말고도 해마다 봄이 되면 들려오는 노래, 벚꽃엔딩. 그만큼 벚꽃은 일본인들 뿐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도 인기가 많은 꽃임에는 틀림없는 듯 합니다.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면서 피어나는 벚꽃은 흰색도 아닌 분홍빛도 아닌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수 없는 색을 띄면서 한꺼번에 확 피어서 그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한 그루씩 따로 있을때보다 여러 그루가 줄지어 나란히 있는 모습이 더욱 이쁜 꽃, 벚꽃, 한번 바람이 불거나 또는 봄을 시샘하는 봄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언제 피었냐싶게 다 져버려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꽃이 벚꽃일지도 모르죠. 즐길수 있는 시간이 짧기에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애달프게 하는 벚꽃.
이 책은 그런 벚꽃이 피는 이른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계절상으로 봄을 그리고도 있지만 제목인 '사쿠라호사라'는 또 다른 의미로 본문에서 다가옵니다. '사쿠라호사라' 한국말로는 제일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인 '벚꽃박죽'이라는 단어로 번역이 되었네요. '뒤죽박죽'이라는 단어의 일본식 사투리 표현인 사사라호사라'.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 말의 어감이 너무나 이뻐서, 그리고 '사사라'라는 말이 '사쿠라'라는 벚꽃을 칭하는 단어의 어감과 비슷해서 미리부터 머리속에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벚꽃이 배경이 되는 작품을 쓰겠노라고 말이죠. 자신의 생각 그대로 작가는 벚꽃이 피는 배경으로 이런 아름다우면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네요.
'뒤죽박죽'이라는 의미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것이 섞여 있는 혼란스러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일이 있어 힘들었다는 표현을 그렇게 쓴답니다. 주인공인 쇼노스케가 뒤죽박죽이라는 표현을 쓰자 이제는 그의 짝이 될지도 모를 와카가 대답을 합니다. 우리의 경우엔 '벚꽃박죽'이라고 말이죠. 벚꽃나무 밑에 있는 와카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녀를 찾았고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응원을 얻게 되고 힘을 얻고 또 그럼으로 인해서 인연이 될지도 모를 사람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미미여사의 에도이야기를 오랜만에 봅니다.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는 작품으로 북스피어에서 여러 책의 시리즈가 나온 이후로는 오랜만인듯 합니다. 이번에 비채에서 펴낸 에도시리즈는 이전에 나온 이야기들과 다른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인 '납치'는 감쪽같이 사라진 이웃집 처녀를 찾는 장면이 '미인'이라는 전작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작의 원제가 '천구풍' 일본어로는 텐구카제 이렇게 읽는데 본문에서 천구가 데려가지 않고야 이렇게 감쪽같이 없어질수 없다는 표현이 나오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죠. 미인에서는 실제로 혼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한편 이 이야기의 중심은 오롯이 사람입니다. 그것도 가족이지요. 같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르지요. 조금 오싹함을 느끼게 되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끼고 말았습니다
억울한 오해를 받고 할복을 해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둔 쇼노스케 . 그는 고향을 떠나서 혼자서 에도에 정착을 하며 무사이긴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을 함으로써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중심으로 해서 만나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얽힌 이야기들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지요. 아버지를 닮아서 조금은 마음이 약한 쇼노스케를 어머니는 못마땅해합니다. 그리고 큰 아들을 편애하지요. 분명 같은 아들인데 어머니는 그렇게 차별을 합니다. 부모들도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나 덜 아픈 손가락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먼저 이야기한 '납치'에서도 가족이라는 태두리는 모호하게 걸려있습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아침에 사라져버린 무남독녀. 그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더 잘 알고 있음에 분명할듯한 딸은 아무런 말도없이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쪽지가 하나 오죠. 당신의 딸을 데리고 있으니 돈을 내 놓으라는. 겁에 질린 어머니는 쇼노스케를 대동하고 나서서 돈을 건네지만 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색이 된 엄마는 다 죽어 갈 지경이지만 그에 비해 같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는 무언가 다른 표정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가족이라는 것이, 부모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아버지의 필적을 흉내내서 서류를 위조한사람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던 쇼노스케는 드디어 모든 일을 해결합니다. 자진해서 자신의 앞에 나타난 대필자도 찾았고 그것이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킬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은 그렇게 한가지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은 자신은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었죠. 비록 그 결론이 조금은 가슴 아플지라도 말입니다. '사사라호사라', 뒤죽박죽이었던 쇼노스케의인생이 조금은 평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와카와의 인연도 잘 연결되어 이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쇼노스케를 중심으로 한 무언가 색다른 일이 또 일어나서 쇼노스케 2탄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수 없네요. 봄의 벚꽃이었으면 가을의 국화로 이어지는 꽃 연작은 어떨까 하고 미리 미미여사님께 연서를 띄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