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바다
김재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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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봄날의 바다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전 제주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일단 바다를 보러 가는 길에는 초록빛 바다가 먼저 보이지요. 보리들이 자라서 활기있는 초록색을 반짝거리면서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 '우'하고 넘어지고 저리 '우'하고  파도처럼 넘어지던 그 광경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런 초록색의 보리바다를 건너고 나면 정말로 파란 바다를 볼 수가 있지요.

 

뼈에 스치듯이 추운 바람이 부는 겨울바다도 아니고 그렇다고 햇볕이 태울듯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의 바다도 아닌 그런 봄날의 바다.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답게 약간은 포근하고 약간은 따스하며 그러면서도 약간은 추운끼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그런 바다입니다.

 

제주를 떠난 지 십년째가 되는 희영. 그녀는 비행기를 타고 자신이 떠났던 제주를 향해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그곳에서 살았던 그녀, 무슨 이유로 인해서 그곳을 떠났고 그곳을 두번 다시 가지 않았으며 오늘 또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을 떠날때면 대부분은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티켓과 숙소입니다. 어디에 묵을 것이냐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보통은 호텔에 묵는데 반해서 싼 값에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스호스텔도 있고 아침식사만 제공하는 일종의 가정집 같은 비앤비도 있고 종류가 많죠. 희영은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합니다. 4인 1실의 '바다방'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죠. 그녀는 왜 그곳을 택했을까요. 십년전 그리고 최근 사건이 일어났던 곳에 가까운 것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자신만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싶은 원인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은 차치하고서 우선 주인공들을 보게 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그들이죠.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그 사건에 집중을 하고 그 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혈안이 됩니다. 그것 은 비단 형사 뿐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이 다 같은 마음일 테지요. 그렇게 해서 범인이 붙잡히고 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보통 범죄 현장은 재현하는 장면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범죄가 악랄할수록 그 범죄자에 대한 욕을 하며 때로는 무언가를 던지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가려주었지만 요즘은 그런것도 없는 것 같더군요.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을 많이 보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입니다. 가깝게는 누군가의 아내, 남편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였던 그들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누군가의 자식이었을수도 있고 말이죠. 모든 사람들을 다 알수는 없겠찌만 주위 사람들은 충분히 그들을 알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들이 범인으로 잡혀가고 난 이후에 남겨진 가족들의 삶은 어떨까요? 그들이 평화롭게 살던 지난날과 같을까요? 아니면 사람의 눈길을 피해서 자신이 살던 그곳을 떠나 어디론가 정처없이 헤매는 삶을 살게 될까요?

 

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느꼈던 것은 미나토 가나에의 [야행관람차]라는 책이었습니다. 부모들이 서로 싸우고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돌아온 그들의 집은 엉망으로 낙서가 되어 있었죠. 아이들은 이웃들의 눈총을 피해서 그 낙서를 닦았지만 그대로 여전히 또 되어 있는 낙서들. 그들이 그곳에서 잘 살았으리라는 보장은 애초에 물건너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십년만에 제주에 온 희영도 그러합니다. 십년전 동생이 은행원을 죽였다는 이유로 잡혀 갔고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그 이후로 엄마는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1인시위도 하는 등 남은 생을 평생 자신의 아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보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동조할 수 없었던 희영은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또한 같은 장소 비슷한 수법으로 저질러진 사건을 핑계로 동생을 무죄를 증명하고자 제주에 내려오는 길입니다. 과연 그녀는 진실에 접근을 할 수가 있을까요?

 

작가의 전작인 [섬'짓하다]에서도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가 등장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설정입니다. 예전에는 형사였지만 이제는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약간은 세속적인 느낌을 주는 프로파일러가 등장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러를 등장인물로 구성을 해서 쓰여지는 작품이 많지 않기 에 작가의 작품은 더욱 독보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메인은 아니지만 때로는 서브캐릭터가 더욱 빛을 발할때도 있죠. 사건이 일어나고 단지 범인을 잡는것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아지는 이 이야기가 독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할 꺼리를 미친듯이 단져준다는 것에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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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게 배웠어 - 현명한 엄마를 위한 그림책 수업
서정숙.김주희 지음 / 샘터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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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한번이라도 놀아줘 본 적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하루종일 아이와 같이 놀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말이다. 솔직히 초등학생 이상은 그저 학교숙제를 하라거나 아니면 학교공부를 하라거나 그마저도 안되면 책이라도 읽으라고 하면 된다. 아니면 친구들이 있는 경우 자기네들끼리도 잘 논다.

 

하지만 꼬맹이들은 무엇을 하고 놀아준단 말인가. 조카들이 어렸을때는 주로 몸으로 놀아주고 놀이터에 데려다 줬었다. 놀이터에 가면 일단 잘 논다. 남자조카들이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는 어른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을 발도 안 닿는 높이로 흔들거리면서도 잘 놀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시간이지 하루종일은 정말 힘들다.

 

그런 꼬맹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최근 책읽어주기 열풍이 불어서 신문에서 기사도 연속기획으로 나는 것을 보았다. 책을 읽어준 아이들의 성장발달도 좋고 인성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가가 고민이다. 그런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림책에게 배웠어]

 

여러 나라의 여러 작가가 그리고 쓴 그림책들을 모아서 어떤 내용인지를 설명해주고 어떻게 읽어주라고 팁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뿐인가.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도 알려주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천차만별이라 꼭 그대로 대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 기본은 알고 가는 셈이니까 안심은 되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냥 그렇게 책소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숨은 1cm코너를 통해서 작가들이 숨겨 놓은 팁들을 깨알같이 일러준다. 독자들이 흔히 모르고 지나갈 것 같은 것들 말이다. 가령 이 책에서는 그림을 잘 보면 무엇이 숨겨져 있어요라던지 아니면 이 책에서는 이 그림을 무엇을 의미해요라든지 아니면 이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을 여기에 숨겨 놨어요라던지 말이다.

 

그런 것을 미리 알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슬쩍 이야기를 해주어도 아이들은 아주 즐겨워 할 것이다. 자신들이 알아내지 못한 것을 알아내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인다' 코너에서는 잊지 말고 짚어줘야 할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그냥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 한권의 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지식을 알려줄 것인가는 이 책을 읽어주는 당신의 몫이라는 소리다.

 

사실 그림책 무진장 얇다. 그래서 어른들이 읽어주어도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아이들에게 보라고 그러면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그림만 대충 보고 다 읽어도 던지기 일쑤다. 그런 아이들에게 좀 더 책을 꼼곰히 볼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하나의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수많은 그림책들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들고 제일 뒤의 목록에서 한권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절판된 책은 도서관에 가면 있다니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습관은 어렸을때부터 길러주는 것이 가장 좋다. 책은 평생의 좋은 친구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 좋은 친구를 멀리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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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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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붉은 색의 표지가 눈길을 끈다. 생각지 못하고 그저 그냥 넘겨 왔는데 이번 년도의 표지는 김상구 판화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다는 소개글을 보았다. 새삼스럽게 표지가 다시 보아진다. 지난 호들도 모아서 다시 들여다본다.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그냥 넘겼을 때보다 더 잘 보아진다.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본다. 그림을 볼떄는 잠시나마 행복한 느낌이 든다. 비록 그 그림을 이해하고 말고 간에 말이다. 더더군다나 이런 강렬한 색감의 그림이라면 약간은 더 행복하고 열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번달에 만난 사람은 신구 선생님이다. '꽃보다 청춘'에서 '구야형'으로 통하는 이 배우는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으로 현장을 누비는 활동가이다. 그의 열정이, 젊음이, 노력이 새삼 부럽다. 내가 여든이라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늙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시대의 아버지 상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에게서 아버지보다는 그저 오빠 같은 젊음을 느낀다. 평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달 특집은 갱년기였다. 저마다 자신만의 갱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춘기인 자식들 또는 손주들 과 아옹다옹 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신만의 극복방법을 글로써 표현하기도 했다. 글들을 보며서 생각해본다. 나 또한 멀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파릇하던 이십대는 벌써 오래전 일이니 말이다. 학창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변함없는 것 같은데 시간을 우리를 늙게 만들었다. 자식도, 손자들도 없는 나는 어떤 갱년기를 맞이하게 될까. 변함없이 책과 친구하며 살아갈테니 괜찮다, 별다를 것 없다라는 말로 위안을 해본다.

 

남서방의 처방전을 통해서는 당뇨병의 위험을 새삼 깨닫는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나는 그만큼 더 위험군에 속해 있을 것이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병이 드는 것은 아니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2년전 검사에서 약간은 혈당이 높다고 나왔었고 평소에도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식사를 하며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는 겁이 났다. 이번 년도가 지나기전에 다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사실 귀찮다. 그렇지만 건너뛰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된다. 혼자일수록 내 건강은 더 지켜야 하니까말이다.

 

알지 못했던 건축물을 보는 재미,  또 접하지 못했던 책소개와 영화소개등 일반적인 다양함이 가득한 샘터. 이번 호에서는 특별히 2016 샘터상 발표작이 들어있어서 더욱 반갑다. 어려워보여서 엄두도 내지못했던 시조를 찬찬히 읽어보면서 굉장하다 하며 감탄도 하고 생활수기작품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바지런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상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인 동화를 보면서 이런 감성으로, 이런 상상력으로 동화를 쓸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들 뛰어난 분들이 너무 많아서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보통사람들의 보통의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준들이 보통 이상이다. 나에게 샘터는 항상 그런 존재이다. 보통으로 보이나 보통이지 않은, 보통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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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현기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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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보다도 작가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또는 생각을 엿볼수 있는 것이 에세이라는 장르일것이다. 허구를 추구하는소설의 특성상 작가의 생각을 담기에는 조금은 어려울때가 많고 상징성을 중요시하는 시의 특성상 그 역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기는 제약이 다른다. 수필이라는 장르는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도 하고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쓰기도 하고 어떤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기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작가를 가장 잘 이해할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예를 들어보자. 학교다닐때 그의 작품을 읽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어'둠의 저편'이라던지 몇몇 작품을 통해서 그의 소설임을 특징을 잡아낼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잡문집'이라는 책을 통해서 느꼈던 하루키라는 사람은 소설에서 알고 있는 내가 알던 그 작가와는 또다른 이미지였다.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속에서만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던 것이다. 또한 그가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고 매니아인줄도 그때서야 알았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에세이는 가장 작가를 잘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겠다.

 

현기영 산문집. 운문과는 다른 산문. 작가만의 생각을 제약없이 표현 할수 있는 장르. 이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전혀 아무 맥락도 없이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책이 새로 나온 것을 알았고 누군가가 읽어보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그 김에 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고 조사를 해보고 어떤 작품을 썼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고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말이다.

 

사실 제목과 띠지만 보고 늙어감에 관한 자연스러운 생각들을 주로 적어 두었을줄로만 알았다.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는 이 시점에 다른 사람들이, 같이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이, 이미 나보다는 조금 더 세상을 살아간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솔직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던 것도 같다.

 

4.3사건을 비롯해서 강정 사건까지 자신의 주장을 펼펴내는 작가의 주장이 당연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까칠했다.  이 책을 통해서 제주에 무슨 사건이 있었고 어떤 일이 있었으며 그것이 무엇이 원인이 되어 그런지도 알게되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이 그런 종류의 글은 아니었기 때문에 약간은 아쉬웠다. 나는 잔잔한 산사의 새소리나 풍경소리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시끄러운 데모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이 작가를 잘 알고 있고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와 같은 정치노선을 동조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관심이 가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작가와 함께 대담을 나누고 싶은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 책을 통해서 아예 그들은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는 제목답게 아마 작가는 영원히 늙지 않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허구를 꿈꾸고 상상을 계속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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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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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를 쓰는 작가 하라 료의 작품은 많지는 않지만 꽤 알려져 있는 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별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서 약간 외면하는 경향도 있다. 장르소설중에서도 스릴러나 추리나 경찰소설이나 다른 크라임류에 비해서 내가 항상 주장하곤 하는 퍽퍽한 노른자에 비유되는 하드보일드. 가끔씩은 너무 삶아 익혀버린 달걀노른자처럼 퍽퍽함에 목이 메일 지경까지 이른 적이 있다보니 약간은 한발 물러서게 된다.

 

하라료는 그런 하드보일드의 대가라 불리운다. 그의 작품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녕, 긴잠이여] 라는 책을 통해서 이미 만나본 적이 있고 그 다른 사람들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책을 통해서 하드보일드의 제대로 된 퍽퍽함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음의 준비를 먼저했다. 퍽퍽함을 삼키기 위한 준비를 했던 것이다.

 

왠걸 이번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기껏 미리 대비를 해놓았던 것이 덧없어져버렸다. 하드보일드보단 훨씬 더 말랑하말랑하다. 그러함으로 인해서 목맬듯이 한글자한글자 읽혀져 내려가던 것조차 물 흘러가듯 줄줄 흘러 내려간다. 어쩜 이리도 잘 읽힐수  있는지 나조차도 놀랍다. 이런 이야기도 쓸 수 있는 작가였어? 하다하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전에 읽었던 그 작가의 작품이 맞는가 싶어 의심도 하게 된다. 아마 이후 읽었던 그의 작품들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원인에는 이 책이 단편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탐정이다 보니 이 사무소에 의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각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거기서 마무리가 되고 다른 이야기에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으로 인해서 한 편씩 읽어내려갈때마다 긴장으로 조였던 마음을 한번씩 풀어주고 넘어간다.

 

또한 소재자체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일본에서는 탐정이라는 사무소가 자유롭게 있다고는 하나 그들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심각한 사항들은 경찰에서 담당을 하고 그들이 하는 일은 일반 사람들의 의뢰를 받는 일인데 가드를 해달라는 내용이거나 또는 누군가를 미행해서 정보를 캐내달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인해서 큰 스케일이나 심각한 내용들은 없는 편이다.

 

하라 료의 퍽퍽함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서운할 소식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처럼 퍽퍽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하라 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드보일드 작가의 말랑함을 느끼고 싶은가. 당장 펼쳐볼 일이다. 장르소설의 기본서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의 만족감을 나타내는 작품. 심각한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도 있어서 그야말로 여기저기 팔방미인이 따로 없고 안성마춤이 따로 없다. 솔직히 기대이상의 작품이라서 더욱 즐겁다. 다음에는 퍽퍽함일까 말랑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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