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현기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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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보다도 작가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또는 생각을 엿볼수 있는 것이 에세이라는 장르일것이다. 허구를 추구하는소설의 특성상 작가의 생각을 담기에는 조금은 어려울때가 많고 상징성을 중요시하는 시의 특성상 그 역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기는 제약이 다른다. 수필이라는 장르는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도 하고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쓰기도 하고 어떤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기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작가를 가장 잘 이해할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예를 들어보자. 학교다닐때 그의 작품을 읽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어'둠의 저편'이라던지 몇몇 작품을 통해서 그의 소설임을 특징을 잡아낼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잡문집'이라는 책을 통해서 느꼈던 하루키라는 사람은 소설에서 알고 있는 내가 알던 그 작가와는 또다른 이미지였다.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속에서만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던 것이다. 또한 그가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고 매니아인줄도 그때서야 알았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에세이는 가장 작가를 잘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겠다.

 

현기영 산문집. 운문과는 다른 산문. 작가만의 생각을 제약없이 표현 할수 있는 장르. 이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전혀 아무 맥락도 없이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책이 새로 나온 것을 알았고 누군가가 읽어보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그 김에 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고 조사를 해보고 어떤 작품을 썼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고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말이다.

 

사실 제목과 띠지만 보고 늙어감에 관한 자연스러운 생각들을 주로 적어 두었을줄로만 알았다.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는 이 시점에 다른 사람들이, 같이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이, 이미 나보다는 조금 더 세상을 살아간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솔직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던 것도 같다.

 

4.3사건을 비롯해서 강정 사건까지 자신의 주장을 펼펴내는 작가의 주장이 당연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까칠했다.  이 책을 통해서 제주에 무슨 사건이 있었고 어떤 일이 있었으며 그것이 무엇이 원인이 되어 그런지도 알게되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이 그런 종류의 글은 아니었기 때문에 약간은 아쉬웠다. 나는 잔잔한 산사의 새소리나 풍경소리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시끄러운 데모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이 작가를 잘 알고 있고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와 같은 정치노선을 동조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관심이 가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작가와 함께 대담을 나누고 싶은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 책을 통해서 아예 그들은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는 제목답게 아마 작가는 영원히 늙지 않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허구를 꿈꾸고 상상을 계속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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