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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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비밀 정원, 나라 없는 날, 고요한 밤의 눈, 칼과 혀,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까지 꽤 많이 읽어왔다. 1회 수상작인 난설헌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리뷰들을 읽어보면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내가 읽었던 작품들 중에는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었고 약간은 상업적인 주류에서 한발 뒤로 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도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작품들에 비해서 이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 조금도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작품이라는 소리다. 


심사평에 보면 처음에는 수상작을 고르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이 보기에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들이었다는 소리다. 마지막 세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선택에 만족한다. 그들이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리라. 혼불수상작 치고는 그렇게 두껍지 않다. 3백 페이지가 되지 않는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더 빨리 읽힌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가독성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로 이야기 자체가 어렵지 않다. 꼬아 놓거나 하는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밋밋하지마는 않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 어찌 굴곡이 없을텐가. 중간 중간 극적인 요소를 만들어 주어서 들쭉 날쭉 파도를 타는 듯한 느낌으로 읽힌다. 둘째로 현실성이다. 어디선가 이런 남훈 씨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분명 드는 것이다. 그만큼 이 주인공은 실존 인물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십 대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살아계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실제로 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이 남훈 씨라는 존재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보통은 이렇지 않을까 싶을만큼 보편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는 재미를 가져다 준다. 


세번째로는 독특한 소재다. 이 남훈 씨라는 주인공은 굴착기 기사다. 보통의 소설에서 흔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직업은 아니어서 그 점이 매력적이다. 그는 굴착기를 팔려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일에서 은퇴를 하겠다는 소리다. 그러면서 살 사람을 요리조리 따져본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내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 후에 그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종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에 돌입한다. 처음에는 언어 배우기다. 그가 선택한 것은 스페인어다. 그렇게 스페인과 그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스페인의 고유명사라 불리는 플라멩코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와 체를 겸비한 그런 남자가 된다. 스페인화 되는 것이다. 요리도 못하던 그가 스페인 요리를 만들어 대접을 한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스페인에 관한 소재를 잡아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독특함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는 현실성이다. 이 글에는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어떻게 변했다는 것이 나온다.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이다. 물론 그런 배경에는 코로나 종식도 포함되어 있어서 지금의 상황과는 다르지만 그 또한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거워진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남훈 씨처럼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진다. 비록 그처럼 플라멩코를 추지 않고 보기만 하겠지만 뭐 어떠랴. 그것 또한 나의 재미인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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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덫
김명조 지음 / 문이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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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당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작가에 비해서 오히려 출판사의 명성을 보고 선택을 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띠지에는 엄청난 글귀가 적혀져 있다. 미국은 존 그리샴, 한국에는 김명조가 있다. 존 그리샴이 누구이던가.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법정 소설의 대가가 아니던가. 나는 아직까지도 많은 책을 읽어오고 있지만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작가를 대신할 수 있는 한국의 작가라. 처음 보는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높아지기도 한다.


시체가 한 구 발견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을 할 수 있는 다른 유류품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시신은 물을 떠내려 오다가 다리에 걸렸다고 했다. 별다른 방어흔도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다리에서 집어 던진 것도 아닌 듯 하다. 결국은 범행 장소가 따로 있고 거기서부터 시체가 떠내려 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하. 그는 이곳 출신이 아니다. 강력반 형사로 잘 나가던 그였지만 상관의 지휘보다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바를 우직하게 따라가는 그런 성격이었다. 결국 그는 좌천되고 말았다. 그 직후 맡은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다. 대충대충 하라는 모양으로 봐서는 자살 사건으로 처리하라는 뉘앙스를 가져다 준다. 진짜 그들이 바라는 대로 이것은 자살 사건일까.


사건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적당히 자극적인 요소를 여기저기 배치해 두고 주인공이 이곳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과 자신의 팀원들과 친하지 않다는 것을 내세워서 거의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잡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 새로움보다는 그럴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사건이 다 해결된 것인가 할 때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가는 자신이 내세우고 싶었던 것을 그제야 내놓은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사건이 해결되고 유진하는 좌천 기념 파티를 벌이지만 자신이 해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함을 피력하고 오히려 이 사건을 다시 더 파고들게 된다. 영미문학에서 독자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특징을 그대로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희생자도 나오게 된다. 만약 그가 위에서 원했던 대로 그냥 사건을 덮어 버렸다면 그런 희생자는 등장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그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짐으로 말미암아 더 큰 대어를 잡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독불장군 성격을 가진 형사를 보는 것이 희귀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살짝은 제동을 걸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에게 파트너가 생긴다면 약간은 달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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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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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이토록 바르게 미칠 수가 있을까? 이렇게 미친다는 것은 딱히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진다. 나는 무언가에 이토록 미쳐본 적이 없다. 성격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공부에도 연애에도 노는 것에도 미쳐보지 못해서 작가의 이 늦바람이 아주 바람직해 보이고 동조해 주고 싶고 박수를 보내고 싶고 살짝 부럽기도 하다. 어떻게 왜 이렇게 미치게 되었을까 그 요령이 궁금하기도 하다.


작가는 파도를 탄다. 일반적인 서핑이 아니라 오리발을 신고 타는 크기가 조금은 작은 부기보드다. 솔직히 이런 보드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방송에서도 보여지지 않아서 그 보드 자체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림으로 그려진 바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서핑보드와는 크기도 작지만 생긴 모양도 완전히 다르다. 거기다가 파도를 타고 일어서는 그런 서핑과는 달리 오리발을 신고는 설 수가 없기 때문에 온 몸으로 파도를 타는 그런 보드라 할 숭수 있다. 그래서 보디보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수도 있다. 이 보드를 이용해서 파도를 타는 느낌은 정말 이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겠지. 내가 해 보지 못한 많은 것들 속에 이 역시도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또 작가가 살짝 부럽다. 기본적으로 난 수영을 못하니까. 바다는 내가 보는 동경의 대상인지 그 속에 들어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동화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위험과 위험 사이에서 삶을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33p)


작가는 오랫동안 장롱면허였다. 그러나 자신이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면서 파도를 잡아 타려면 운전이 필수였던 지라 그는 이 모든 것을 타파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기에 이른다. 처음 느낌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지만 파도에 대한 그리움은 그 모든 위험이나 두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도 파도가 좋았을까. 미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작가가 포틀랜드와 하와이에 살 때의 경험을 담은 두 권의 책을 보았었다. 하지만 이번 책은 그 두 권과는 전혀 다르다.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은 아마도 그림 때문일 것이다. 굉장히 단순한 필치로 그린 것 같은데 묘하게 빠져든다. 거기다 얼마나 아름다운 색감으로 조화시켜 놓았는지 나는 파도가 아닌 그의 그림에 빠져들었다. 파도를 표현한 것이나 바다를 그린 것이니 이 모든 작품들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또 읽어도 좋으리라.액자에 넣어서 걸어두고 하루종일 쳐다 보고 싶은 그린 느낌이 드는 그림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파도를 탄다는 건 자연과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65p)


날이 좋을 때도 물론 파도를 타겠지만 책에서는 극적인 상황을 그려내야 해서인지 유달리 추운 겨울에 또는 위험한 상황에 파도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 아니 대체 1월에 한국에서 파도를 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내가 그 세계를 몰라서일까 겨울용 수트가 따로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장갑을 끼고서 파도를 탄다는 것 아니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도 좋을까. 


파도타기를 좋아한다는 사람이면 반드시 읽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한 한 권의 책이고 나처럼 타도에 대해서 무지한 인간이라 하라도 그림을 보는 즐거움으로라도 꼭 가지고 싶게 만드는 그런 한 권의 책이다. 감동적인 그림과는 대조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어진 작가의 분신들의 이야기도 꽤나 익살스럽다. 감동과 즐거움의 앙상블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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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형사들 - 사라진 기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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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하면 정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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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죽화
최재효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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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죽화.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누군가는 이것이 그냥 꽃 이름인줄 아는 사람도 분명 있지 않을까.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그리 아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 이름은 실존하는 인물이었다. 강감찬 장군은 알아도 설죽화는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이다. 그녀는 고려 병사 이관의 딸로 강감찬 장군을 도와서 거란의 3차 대전에 적에 대항하여 싸운 용감한 군인이었다. 그런 중요한 인물을 알지 못함이 애석했다. 


그런 기분은 내가 [하란사]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관순은 알아도 하란사 라는 이름은 낯설었듯이 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인물들만 중요시 여기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비록 픽션이지만 이런 식의 접근이 더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 나처럼 다시금 이들의 업적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주로 조선 시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실제로 공부를 해도 그 시대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고 여러가지 소설들이나 각종 자료들도 역시나 그러하다. 아무래도 가장 오랜 시간을 지속해 온 시대여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나라들이 없었다면 조선도 없지 않겠는가. 전신이 있어야 후손도 존재하는 법이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설화였다.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시고 전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술을 배우기를 원했다. 자신을 감춘 채로 말이다.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없는 시대였기에 그녀는 남장이 필요했다. 자신을 감추고 할아버지가 추천해 준 산채에 들어가서 남자들과 같이 생활을 하면서 무술을 익힌다. 물론 그녀가 가장 우수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강감찬 장군이 주최하는 무술 대회에 출전하는 그녀와 산채 사형들. 그녀는 대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차지한다. 그 이후로 그녀가 이끄는 별동대가 조직되었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으로 이어진다. 무술을 연습하는 것과 전쟁 만으로도 그러하지만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하는 상황이 그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다만 그녀가 생리를 하는 여자라는 이유가 자꾸 반복되어 언급되는 것이 다소 너무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녀가 활약을 할 때마다 관운장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관우라는 존재는 중국의 존재가 아니었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굳이 그런 표현을 썼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특히 이 이야기 속에서는 옥시글옥시글이라던가 덩둘하다라는 단어처럼 생경한 단어들이 전반적으로 쓰여 있다. 뒤쪽에 설명이 나와 있지만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어서 읽는데 많이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단어가 어떤 뜻으로 쓰였을지 궁금해서 특정한 단어들은 기억하고 싶어진다. 단지 배라먹을 놈들이라던가 국으로 잠자코 있어라 하는 문장들이 오히려 더 방해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고려와 거란 사이에 일어난 전쟁은 3차까지도 지속되었다. 소설이라서 조금은 과장이 들어가기도 했겠지만 그때 당시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던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은 너무나 많다. 그런 가운데서 설죽화 아니 이설죽의 활약은 그야말로 이 나라를 구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그런 그녀를 몰라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이제부터라도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겠다. 그리고 널리 알리겠다. 그때 이 나라를 위한 인물이 이렇게 존재했노라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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