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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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가 또 일을 냈군. 시바타렌자부로상을 수상했고 다빈치 선정 올해의 책 2위에 올랐고 일본 서점대상 4위에 오른 책, 그것이 바로 이 책 [거꾸로 소크라테스]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누구나 다 성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조금은 유치하거나 조금은 싱겁거나 조금은 쉬울 것이라고 말이다. 대부분이 그런 경우가 많았으니 그런 짐작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그런 선입견을 내려 놓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는 맞지만 조금도 유치하지도 조금도 싱겁지도 않으니 말이다. 전혀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이 이야기에는 연결점이 있다. 앞에서 나왔던 선생님이 나이가 든 상태로 뒤쪽에 나오기도 한다. 같은 학생이 나오기도 한다. 어디선가 아는 이름인데 하고 앞쪽을 뒤져 보면 맞다, 바로 그 이름이 튀어 나온다. 한 학교에 그 선생님이 계속 계실 수도 있고 은퇴해서 학생들이 나중에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도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실감이 난다. 하나하나가 따로 떨어진 단편보다 이런 연결점이 있는 이야기들이 훨씬 더 흥미와 재미를 가져다 준다. 


우리는 남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지. 넌 해골 마크가 촌스럽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느낄 테고 다시는 그 옷을 못 입을 거야. (25p)


<거꾸로 소크라테스>라는 표제작에서는 선생님에 관한 선입견을 깨뜨리려는 아이들의 노력이 이어진다. 선생이라 하더라도 사람이고 그렇다 보니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자신만의 고정 관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차별을 한다는 것을 보이지 말아야 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소명이 안 된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아니 나 또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내가 나를 보는 것과 남이 나를 보는 것. 확실하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남의 이목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남이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인간관계는 의외로 좁아. 친구의 친구가 다른 친구일 때도 있지. 건너건너 지인이 알고 보니 직접 아는 사람일 때도 있고.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가 큰일 날 때도 있어. (177p)


<비옵티머스>라는 제목의 이야기 속에서도 역시나 한 선생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양철 필통을 떨어드려서 계속 수업을 방해해도 그냥 몇 번 이야기만 할 뿐 별다른 지적은 없이 매사 느슨한 그런 수업 매너를 가진 선생님. 그 선생님은 막판에 반전을 가져오게 된다. 선생이 하는 말을 읽으면서 연예계에서 잠잠해질 만하면 터져 나오는 학교 폭력에 관한 일을 생각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그런 연예인이지만 학교 다닐 때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유명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괴롭힐 때만 하더라도 그때 당시 그 괴롭힘이 즐거울 뿐 자신의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만약 자신들의 미래를 알았다면 과거에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몰랐기에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폭력을 행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까. 너가 나중에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의 인생에 지금의 이 일이 영향을 준다 해도 계속 그런 행동을 하겠느냐고 말이다. 목격자가 생기고 피해자가 생기고 증거 자료가 남고 모든 것이 스크랩 되어서 기록되는 그런 세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의 쾌락을 위해서 이런 짓을 계속 하겠느냐고 말이다. 생각보다 우리 세계는 좁고 그것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이 지구는 일초 생활환경 권이 아니던가.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학생들이 읽어도 좋고 그런 학생들과 친구들이 읽어도 좋고 그런 학생들을 키우는 부모가 읽어도 좋고 그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읽어도 좋을 책, 그것이 바로 이 [거꾸로 소크라테스]이다. 어찌 보면 철학책 제목 같기도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고리타분하지 않은 그런 책. 어찌 아니 추천하지 않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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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의 불편함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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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숨만이 공기를 가로지릅니다. 이런 결말을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단전 끝에서 차오르는 깊은 한숨입니다. 비록 그런 일이 있었지만 이 가족이 끝에 가서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는데 전혀 이런 엔딩은 생각도 못한 터라 그렇게 닫아버린 마지막이 더욱 공허합니다. 텅하는 소리가 길게 남아 사방을 둘러 쌉니다. 허공을 가르며 여기저기 부딪히며 울림을 남깁니다. 

텅텅텅터어어어엉.



슬픔은 자라지 않아. 슬픔이 차지하는 공간만 넓어져. (279p)


야스는 자신의 토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기도를 했겠지요. 설마 진짜 오빠가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닐 겁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남매끼리 형제끼리 죽일듯이 싸우는 그런거요. 너무너무너무 밉고 싫은 존재가 왜 내 형제일까 싶은 그런 거요. 그런 날일 수ㄷ 있겠죠. 그 모든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지는 걸요. 그렇게 죽일듯이 싸웠다고 어느 틈엔가 다시 같이 밥먹고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는 그런 가족인 걸요. 그럴 줄 알았을 겁니다. 야스도요. 설마 자신의 기도가 그렇게 잘 이루어질 줄은 자신도 몰랐을테니 말입니다.


그 이후 그 아이는 코트를 벗지 못합니다. 빨간 코트. 누가 뭐라 해도 그 옷은 아이에게 착 붙어 버린 것처럼 마법을 부립니다. 야스는 어떤 마음으로 그 옷을 계속 입고 있었던 것일까요. 혹시라도 오빠에 대한 사죄의 표시였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후회를 담은 표현이었을까요. 



벨러네 부모님은 오븐에서 갓 나온 쇼트브레드만큼 부드럽고, 걔가 슬프거나 겁에 질렸거나 심지어 아주 행복할 때조차 많이 안아줘. 나도 그런 부모님이 있었으면 좋겠어. (162p)


아이는 기르는데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아이는 친구네 부모님을 부러워 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믿어 주는 부모님 따스하게 안아주는 부모님, 행복한 일이 있을 때도 안아주는 그런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야스는 이야기 합니다. 이 아이의 말이 그렇다면 자신의 가족은 그렇지 않다는 소리겠지요. 자신의 부모는 그렇지 않다는 소리겠지요. 그렇죠. 엄마는 그날 이후 먹는 것을 거부하고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말라가고 있으니까요. 아빠는 밖으로만 돌 뿐 남은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죽음은 엄마 아빠뿐만이 아니라 우리 안에도 들어와 있다. 죽음은 언제나 누군가의 몸이나 동물을 찾아다닐 것이고, 무언가를 붙잡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319p)

아이들은 제멋대로 혼자서 크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먹고 사는 걸요. 그렇지 않은 이상은 아이들은 이상하게 자라게 됩니다. 야스의 바람이 너무 절절해서 나라도 이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실종된 아이의 집의 남은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누군가가 죽은 집도 마찬가지겠군요. 남은 아이들을 생각했다면 이 집의 부모는 조금은 더 다르게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죽은 아이가 소중해도 돌아올 수는 없는 법, 남은 아이들이라도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세 명이나 남아있는데 말입니다. 



4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다. 소에게는 위장이 네 개 있고, 계절도 네 가지이고, 의자 다리도 네 개다. (54p)


이 가족을 몽땅 데리고 오은영 박사님 앞으로 가고 싶어집니다. 가족 중의 한 사람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남은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까요. 아니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솔직하게 말하고 다 털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까요. 아동심리학을 배웠어도 아직도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전문가이신 박사님은 이 가족에게 어떠한 솔루션을 주셨을까요. 만약 그런 전문가가 야스네 집에 있었다면 그들에게는 더이상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개혁교회 신자인 부모 밑에서 자란 작가는 성경적인 표현을 인용하는데 능숙합니다. 그런 구절구절 들이 더욱 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실제로 오빠를 잃은 경험이 있는 작가였기에 그런 표현들이 그런 감정들이 더욱 강조되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자신을 여성도 남성도 아닌 넌바이너리로 선언한 작가. 자신을 어느 한 곳에 고정시키지 않고자 함이 엿보이는 면입니다.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에 인터내셔널부커상을 수상하며 부상했다고 했나요. 이 작가에게는 그런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도, 국적도 성별도 모두 배제하고 오직 이야기 하나만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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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2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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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가 궁에 들어갔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공주 행세를 하고 있는 제비가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지 않은가. 더군다나 제비의 성격상 아무렇게나 함부로 행동할 것이 뻔한데 매번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들은 제비의 시녀로 자미와 금쇄를 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들어갔다. 자미가. 그리고는 사건이 계속적으로 일어난다. 


제비는 자미가 의자매라는 것을 심복들에게만 알린다. 그렇다 하더라도 황후의 눈에는 계속 거슬리기 마련. 어떻게든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제비를 쫓아내려는 황후의 모책은 계속된다. 어떤 이야기에서도 악역이 있어야 드라마는 살아나기 마련이다. 모두가 다 착한 역할만 맡는다면 이야기는 느슨해져 버릴 것이 아닌가. 그런 독한 역할을 여기에서는 황후가 맡아서 아주 잘 수행하고 있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무는 그녀와 바락바락 대드는 제비는 같이 섞일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자미는 왕인 건륭과 가까와지게 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왕과 그녀는 부녀지간이 아니던가. 왕은 모든 여자들을 다 거느닐 수 있는 법 자미를 여자로 보면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해할만한 요소가 전반부에 흐르고 있다. 물론 그것은 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가 된다. 아버지는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단지 자신에게 잘해주는 그녀가 마음에 드는 것 뿐이다. 아니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자에게 느끼는 것과는 다른 그런 감정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딸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그런 감정으로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기는 했다. 


작가는 두번째 권이자 마지막 이야기에 들어서면서 로맨스적인 감정을 강조하고 있다. 왕이 가지는 감정에 더하여 이번에는 외국에서 온 다른 나라의 공주를 투입시켜서 연애 감정에 이상전선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그녀의 존재는 잘 지내던 이강과 자미 사이에 문제를 생기게 만든다. 그녀가 이강을 점찍자 당장 혼인하게 생긴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갈라 놓는가 하면 또 불쌍한 아이를 구해주고 잘 해줬다는 이유로 제비의 질투를 불러 일으킨다. 삼각 관계는 언제나 흥미로운 요소가 된다. 그렇게 질투가 들어가면 자신이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새로 투입된 사람은 또 다른 짝으로 연결지어진다. 이런 로맨스적인 연애 요소도 이 이야기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된다.


기본적으로 튼튼한 줄거리 위에 흥미로운 요소들을 더해가면서 긴장감을 고조하고 그것을 해소해가면서 더 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 이야기가 재미가 없을수가 없다.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제비를 좋아하는 영기와 자미를 좋아하는 이강이 마지막에 아주 크게 사건을 일으키기는 했어도 그들이 그렇게 했었기에 더욱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고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주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죽죽 읽히는 이야기는 분명 드라마도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그냥 넘겨 버렸던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제라도 제대로 정주행 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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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1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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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언젠가 밥을 먹으면서 보려고 텔레비젼을 틀었고 그때 당시에 하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중국 방송인듯 했는데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연호하고 있었고 누군가 높은 지위의 사람이 지나가는 듯 했으며 그 군중들 속에서 한 여자가 나와서 뭐라 소리를 질렀고 그녀 뒤에는 두 여자와 한 남자가 있었고 그러다 제지를 당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그런 장면이었다. 그게 무슨 드라마였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딱 그 장면만 보고서는 그냥 채널을 돌려버렸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내가 그 때 봤던 드라마가 바로 이 유명한 황제의 딸이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드라마가 다시 보인다. 왜 그리 인기가 있었는지도 잘 알겠다. 자신의 평생의 드라마라고 꼽을 정도로 얘기했던 번역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새롭거나 하지는 않다.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바뀌는 이야기는 동화 속 [왕자와 거지]에서도 나왔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는 설정이면서 [광해]라는 영화에서 이용되었던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 신분 바뀜이 여기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아마 이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주인공인 자미와 제비의 차이점일 것이다. 마냥 밝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은 그대로 다 직설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제비와 엄마에게서 교육을 잘 받아서 예의가 바르고 노래와 악기 연주 ,글씨와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예 빼고는 모든 것이 능숙한 자미.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 다른 그녀들의 합이 바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출신 배경도, 자라난 환경이나 교양의 정도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기이하게도 그 사이에서는 깊은 우애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기이한 인연, 이것이야말로 세상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자 사람이 사람과 누리는 가장 미묘하고 값진 무언가가 아닐까. (52p)


자미와 제비의 만남은 우연한 것이었다. 자미가 위험에 빠진 제비를 도와주고 그러다가 자신의 물건을 도둑맞게 되고 그것을 제비가 찾아주면서 그녀들 간에 관계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한 분 뿐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이곳으로 오게 된 자미는 자신을 돌봐주는 금쇄와 함께다. 그녀가 이곳으로 오게 된 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냥 아버지가 아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알려주는 자신의 아버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다. 폐하인 것이다. 누구나 만나고 싶다고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제비의 도움으로 만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나 자미는 그 난관을 극복하지 못했고 제비에게 모든 것을 맡겼지만 운명의 화살은 이상하게도 이 상황을 꼬아버리는데 성공했다. 제비는 황제의 딸이 되어 왕궁에 안착을 했고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자신이 지금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제비에게 모든 것을 다 맡겨버린 자미는 안절부절하지만 나중에 상황을 알게 되고 나서는 차라리 잘 되었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지만 이것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제자리로 돌려 놓는 데도 방도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꼬여 버린 이 상황에서 가위로 싹둑 잘라버린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말이 되지 않는 일이고 하나하나 살살 달래면서 풀어야 하는데 이 둘은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서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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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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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림을 남겨주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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