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1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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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언젠가 밥을 먹으면서 보려고 텔레비젼을 틀었고 그때 당시에 하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중국 방송인듯 했는데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연호하고 있었고 누군가 높은 지위의 사람이 지나가는 듯 했으며 그 군중들 속에서 한 여자가 나와서 뭐라 소리를 질렀고 그녀 뒤에는 두 여자와 한 남자가 있었고 그러다 제지를 당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그런 장면이었다. 그게 무슨 드라마였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딱 그 장면만 보고서는 그냥 채널을 돌려버렸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내가 그 때 봤던 드라마가 바로 이 유명한 황제의 딸이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드라마가 다시 보인다. 왜 그리 인기가 있었는지도 잘 알겠다. 자신의 평생의 드라마라고 꼽을 정도로 얘기했던 번역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새롭거나 하지는 않다.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바뀌는 이야기는 동화 속 [왕자와 거지]에서도 나왔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는 설정이면서 [광해]라는 영화에서 이용되었던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 신분 바뀜이 여기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아마 이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주인공인 자미와 제비의 차이점일 것이다. 마냥 밝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은 그대로 다 직설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제비와 엄마에게서 교육을 잘 받아서 예의가 바르고 노래와 악기 연주 ,글씨와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예 빼고는 모든 것이 능숙한 자미.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 다른 그녀들의 합이 바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출신 배경도, 자라난 환경이나 교양의 정도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기이하게도 그 사이에서는 깊은 우애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기이한 인연, 이것이야말로 세상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자 사람이 사람과 누리는 가장 미묘하고 값진 무언가가 아닐까. (52p)


자미와 제비의 만남은 우연한 것이었다. 자미가 위험에 빠진 제비를 도와주고 그러다가 자신의 물건을 도둑맞게 되고 그것을 제비가 찾아주면서 그녀들 간에 관계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한 분 뿐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이곳으로 오게 된 자미는 자신을 돌봐주는 금쇄와 함께다. 그녀가 이곳으로 오게 된 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냥 아버지가 아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알려주는 자신의 아버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다. 폐하인 것이다. 누구나 만나고 싶다고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제비의 도움으로 만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나 자미는 그 난관을 극복하지 못했고 제비에게 모든 것을 맡겼지만 운명의 화살은 이상하게도 이 상황을 꼬아버리는데 성공했다. 제비는 황제의 딸이 되어 왕궁에 안착을 했고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자신이 지금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제비에게 모든 것을 다 맡겨버린 자미는 안절부절하지만 나중에 상황을 알게 되고 나서는 차라리 잘 되었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지만 이것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제자리로 돌려 놓는 데도 방도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꼬여 버린 이 상황에서 가위로 싹둑 잘라버린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말이 되지 않는 일이고 하나하나 살살 달래면서 풀어야 하는데 이 둘은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서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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