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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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작가는 이 책의 작가인 아사네 주지가 과학을 전공했어도 sf가 본격 미스터리를 쓴 것에 감사하다고 해설에 언급하고 있다. 말한 대로 아사네 주지는 이공계 그것도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그래서인가 이 이야기의 곳곳에는 그런 작가의 전공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지만 생물다양성이 숨어 있는 사이언스 픽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sf가 꼭 우주나 물리 화학만을 소재로 삼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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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밀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쉘터를 배경으로 한다. 나가는 건 가능하지만 들어오지는 못한다. 그곳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천년 동안 냉동 수면 상태로 있었고 이제 시간이 되어 한 명씩 깨어나는 시점이다. 단 한 명만 빼고. 즉 이 이야기는 밀실 살인 사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누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조건 하에 범인은 여기 있는 사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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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수면이라는 조건을 보는 순간 [망해 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라는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해동을 앞둔 냉동 인간과 그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 주변의 사람들이 얽히는 그런 이야기였다. 냉동인간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연상된다. 천년이라는 긴 시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런 오랜 시간이다.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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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은 이제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망.이.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의 나이는 지금부터 다시 계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의 나이에 천년을 더한 시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태어난 그들의 노화 속도는 원래의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다를까. 궁금한 것이 많지만 그 모든 부속적인 것은 싹 배제하고 이야기는 오직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명의 살아남기 미션도 더해서 말이다. 일종의 퀘스트 같은 느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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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누가 이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더닛. 와이더닛, 하우더닛도 아닌 후더닛. 이런 장르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접근 방법인 후더닛이다. 누구라도 제일 궁금한 건 대체 범인이 누구냐는 것일테니 말이다.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는 장소. 한정된 인원. 제한된 수단. 저질러진 범행. 흥미로운 요소들의 총집합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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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소각 지침
마커스 클리워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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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이상한 일이 당신에게 주어졌다면 당신은 그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상하면 안 하면 되지 뭐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당신은 지금 몇달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이고 동생 약도 당장 사야 한다. 즉 나갈 돈은 줄줄이인데 알바도 잘렸고 수중에 있는 돈은 다 긁어보아도 없다. 이런 지경에 주말만 일하면 큰 돈이 들어온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 일을 하겠는가 말겠는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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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동생 젬마와 함께 살고 있는 메이시가 있다.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다. 사흘에 9천달러라는 거액을 받기 위해 찾아간 간병인 자리는 관리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 지침이 수상하다. 그래도 이미 선금도 받았고 주말만 일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 본다. 하지만 역시나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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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이 해야 할 일은 크게 세가지였다. 새벽에 불을 한 시간 동안 꺼둘것. 쉽게 생각했다. 불 꺼놓고 자면 되지 뭐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었다. 이 집의 배선은 엉망이라 지 멋대로 불이 켜진다. 돌아다니면서 그걸 일일이 꺼야한다. 그게 뭐 꼭 배선 문제이겠냐마는. 시간 맞춰 일어나서 여기저기 끄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7초라는 시간이 넘어서 메이시는 실패했다. 두번째, 집 안에서 토끼를 발견하면 밖으로 내쫓으란다. 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시간 제한이 있다. 10분이다. 그 안에 못보내면 이번에는 그 토끼를 태워야 한단다. 그것도 산 채로 말이다. 헐. 토끼가 얼마나 빠른데 그걸 잡아서 태우라고. 거기다 벽난로에 불 피우다 시간 다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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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방문자를 차단하라는 것이다. 저녁 6시부터 열두시간 동안 집에 찾아오는 푸른 눈의 사람으로부터 무조건 숨으란다. 아니 대체 그들이 누군데 숨으라는 거냐고. 하기야 그래도 세가지 미션 중에서는 가장 쉽지 않은가. 그냥 무시하면 된다. 누가 집을 두들기던 말던 말이다. 그러나 이 찾아오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라면 또 달라진다. 자신이 그리워하는 사람, 보고 싶어하는 사람, 친한 사람이라면 무시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사람의 약한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다. 메이시는 과연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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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의 법칙을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끊임없이 주인공을 몰아간다. 이러면 이렇게 되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이렇게 되면 다시 이렇게 될 것이야 하면서 말이다. 다른 등장인물은 없다. 처음에야 집주인도 나오고 동생도 나오고 집 근처를 배회하던 여자도 나오지만 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메이시 혼자서 이끌어 간다. 그야말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쳐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니 이 난리통을 만들어 놓을 수 밖에. 모든 규칙들 때문에 집은 난장판이 되고 만다. 내가 만약 이 집을 관리하라고 맡긴 집주인이었다면 기함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 모든 규칙에서 메이시는 살아남았을까가 심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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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원제는 caretaker 즉 관리인이다. 하지만 토끼 소각 지침이라는 그야말로 호러 느낌이 직관적인 제목으로 바꾸었다. 관리인과 토끼 소각 지침. 누구라도 토끼 소각 지침에 더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렇에 더운 여름날이라면 대체 토끼를 어떻게 소각시키라는 것인지 궁금해서라도 이 책을 한번 더 집어들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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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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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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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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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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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클로이. 이야기는 DAY 60부터 시작해서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사실 이 숫자는 클로이가 윌을 죽이겠다고 마음 먹은 디데이의 표기이기도 하다. 입학한 첫날부터 윌을 찾는 그녀를 보면서 대체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를 고민했다. 정확하게 그 관계를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그냥 책을 뒤집어 보면 바로 알았을 걸 그랬다. ]60일 뒤 나는 그 새끼를 죽일 것이다]라는 옆으로 누운 카피부터 ]6년전 윌은 나를 강간했다]라는 문장까지 어쩌면 모르고 읽은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책 뒷표지에는 스포가 넘쳐나니 아예 아무 것도 모르고 읽는 것이 좋겠다 하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책을 뒤집어 보지 말 것을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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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하나의 전제 조건이 더 있는데 클로이가 받은 장학금이다. 그것은 사이코패스를 연구하고자 하는 와이먼 박사가 그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로 불러 모은 것이다. 돈을 주어가면서까지 말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이코패스는 과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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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라는 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범죄자들의 소개에서다. 너무나도 가혹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해할 수 없는 범죄인 경우 사이코패스 검사라는 걸 하는 모양인데 점수에 따라서 그들을 나누게 되는 기준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는 모두다 범죄자들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마련인데 사이코패스=범죄자 이런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 범죄자들 모두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듯이 사이코패스라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모두 배척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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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궁금증이 또 하나 생기는데 과연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적인 요소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라는 문제다. 사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하나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굳이 그들이 범죄와 관련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워낙 범죄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니 은연 중에 일종의 편견이 생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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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는 자신이 당한 것은 갚아주겠다고 계속 윌을 뒤쫓는 한편 그렇다고 자신이 잡히는 것은 싫었으므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데 주력을 한다. 그게 또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다른 사람의 소행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학교에서는 연쇄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을 한다. 두 건의 끔찍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은 둘다 클로이와 같은 와이먼 박사의 연구 대상자였다는 공통점도 있다. 클로이와 같이 들어온 앤드리는 자신이 혹시나 다음 차례가 될까봐 끊임없이 사람들을 의심하고 혼자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공포영화의 법칙을 되뇌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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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Never saw me coming. 내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쯤으로 해석하면 되려나. 여기서 나라는 것은 클로이를 의미할까.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녀의 마음 속 이야기를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이라는 제목은 자신만만해하는 클로이의 모습을 조금은 더 단적으로 드러내는 듯이 보이고 있지만. 사건의 범인은 밝혀졌지만 클로이는 여전히 잘 살아남았고 새로운 음모를 짤 시간은 내일도 남았다는 표현으로 보아 그녀의 사건이 여기서 끝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클로이는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갔을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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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편소설 #베라쿠리안 #나를우습게봤겠지만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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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ㅣ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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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행처럼 쓰이던 말이 있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이 작가 책 읽으면 되는데 라는 말이었다. 마ㅋ[터들이 이런 카피를 왜 생각하지 못했냐며 땅을 쳤다던가. 저 문장 하나로 작가의 작품은 미친듯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 역시 모르던 작가의 책을 읽는 계기가 되었고. 그 책이 그만큼 재미나다는 것을 비우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편집자의 말에 따르면 미치오 슈스케는 소설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책에도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더 재미가 있어야 독자가 책을 사게 된다는 것. 그래서 이런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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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스민과 페트리코. 낯선 단어가 나온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다. 이야기를 읽는 데 필요할까 싶어 검색을 해본다. 둘 다 냄새와 관련된 단어이고 본문 속에서 설명이 나온다. 굳이 나처럼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이 단어의 뜻을 꼭 알아야 하나라고 물어본다면 마지막에 나오는 이 단어들과 관련된 문장이 나온다라고만 언급하겠다. 각기 무엇에 관련된 냄새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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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좋아한다. 확실히 장르 미스터리는 재미있다. 미스터리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었다. 모호한 경계선 상에 있는 작품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확실한 미스터리이며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방법으로 편집되었다. 두 가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기 다른 서술자가 등장을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분명 어딘가에서 연결된다. 그리고 각기 다른 결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먼저 읽느냐에 따른 독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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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었던 게임형 책이 생각났다. 문제를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인데 다음 페이지에 따라서 이야기의 전개도 바뀌는 그런 책이었다. 짧게 이어지는 그 스토리와는 다르게 이 책에서는 묵직하게 변주를 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목의 I는 I am의 I라고 한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일까. 지오스민과 페트리코.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 나는 이제 두 이야기 모두를 알고 있지만 그 접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서 다시 한번 책을 뒤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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