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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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조금은 더 고전적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스릴러이고 각종 베스트를 휩쓸고 있는 스릴러장르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형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요네스뵈나 마이클코넬리의 해리들도 형사였고 샌드맨의 유나도 형사였으며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율리아시리즈의 주인공도 여자경찰이다. 그렇다면 탐정은 어디서부터 나오게 된 것인가. 내 기억속에서 내가 탐정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무래도 셜록홈즈의 영향이 큰 듯 하다.

 

뛰어난 추리력과 디테일한 관찰력으로 일어난 사건들의 정황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조정하면서 범인에 접근해가는 모습이 어찌나 멋졌는지. 그 이후로 크리스티여사의 포와로를 접하게 되면서 탐정은 무진장 잘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또 한번 몸소 느껴야만 했다. 나는 근처에도 못 간것을 그들은 논리정연하게 이야기 하면서 범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조금은 어수룩한 탐정도 있었으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카이 탐정이다. 약간은, 아니 아주 많은 빈틈을 보이면서 전혀 일을 해결할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마지막으로 갈수록 반짝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또한 모자라 보이는 모습들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책은 대놓고 탐정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해주듯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은 아직까지는 직업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일부러 더 드러내 놓고 표기한듯 하다. 그리고 물론 우리의 두 주인공은 탐정도 아니다. 전직기자와 전직 경찰이다. '전직'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된 데에는 둘다 조금은 불미스러운 일과 연결이 되어 있는 공통점도 있다. 여자를 좋아하는 전직형사는 피의자의 아내와 섬씽이 있었고 전직 기자는 사건에 필요한 증인을 숨겨주다가 피해자가 되도록 만들어 버린 전적이 있다. 이래저래 마음 맞는 그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전 여자친구가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에 알리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가는 박희윤. 그는 혼자보다는 둘이라는 원리원칙에 따라 친하게 지내는 전직형사이자 지금은 카페주인인 갈호태과 동행을 한다. 그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과연 탤런트인 그 여자친구를 무사히 구해내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는 처음부터 크게 '팡' 하고 터뜨려준 후 소소한 사건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어간다.

 

첫 사건에서 해결을 하지 못한 그들은 결국 둘다 전직이라는 딱지하에 자신의 자신들이 바라는 일보다는 서로 생업에 충실하게 카페일에만 전념을 하게 된다. 물론 사장이라는 갈호태은 여전히 여자들에 관심이 많고 그 밑에서 졸지에 종업원이 된 박희윤은 후배기자가 물어다주는 사건들에 관심이 더 많게 되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사건들은 소소하지만, 앞의 연쇄살인사건에 비해서 소소할뿐 그 자체로도 큰 사건들이다. 폭탄과 이슬람 사람들이 겹쳐지는가 하면 야구선수와 의사가 접점을 이루고 경찰간부였던 옛상사의 개를 찾는 사건도 알고보면 큰 사건과 맞물리게 된다.

 

신문을 통해서 낸 광고사건은 얼핏 보면 약간은 너무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를 위해서 그 정도는 살짝 양념처럼 끼워줘도 무난하게 덮힐듯 싶다. 두명의 콤비가 짝을 이루어서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서 시간순대로 벌어지는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는 각각 마무리가 되어지고 앞에서 벌어졌던 큰 사건은 가장 마지막에 와서야 그 속내를 드러낸다. 결국은 '너가 이런 사람이었다' 하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 이야기가 약간은 단순하고 추리도 가능해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고 치켜줄수 있겠다.

 

우카이처럼 너무  까불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와로처럼 너무 특출나게 잘나지도 않아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우리시대에 딱 맞는 탐정 캐릭터가 아닐까. 그렇다고 너무 보통 사람이면 재미가 적으니 갈사장 같은 캐릭터가 붙어서 콤비를 이루어줘야 제맛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셜록홈즈와 왓슨같은 조합은 아닐지라도 한국사람의 입맛에 딱 맞을 캐릭터. 이 콤비의 다음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물론 전직형사와 전직가자의 타이틀은 떼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찰소속으로 일을 해볼 모양이다. 그들이 파헤치는 미결수사들은 어떤 사건들일까. 미드 '콜드케이스'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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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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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송시우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때 표지가 너무나도 이뻐서 한참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정말 서정적인 표지라서 그런 이야기가 있는 줄 알았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인 내게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이 작가의 장르가 그냥 일반 문학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추억을 담고 있는 그 이야기 속에서는 추리라는 장르가 들어있어서 더욱 읽는 맛을 더해준다. 시간을 생각지 못하고 줄기차게 읽어내려가는 맛이 있는 그런 책이었다. 작가이름을 기억해 두겠다고 생각했다. 그 작가의 다음 책이 나왔다.

 

전작과는 다르게 컬러플한 색의 표지이다. 전작의 서정적인 제목도 사라졌다. 달리는 조사관. 왠지 코믹한 이야기가 전편에 들어있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표지에도 보면 조그맣게 표현된 사람들이 무언가 웃긴 동작들을 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꾸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카이 탐정처럼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코믹한 점을 버릴수 없는 그런 코지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오산이었다. 첫 장을 펼침과 동시에 나는 일년전 데쟈뷔 현상을 느끼는 것처럼 정신없이 빨려들었다. 390페이지의 책은 세시간반만에 줄기차게 읽혀졌고 끝. 주말 밤을 행복하게 보내기는 했으나 아쉬웠다. 너무 빨리 읽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렇다고 내용 하나하나를 놓치지는 않았는데 이 모든 재미를 한꺼번에 훅 느껴버린 아쉬움이었다. 맛난 쵸콜릿을 아껴두고 먹지 않고 그 큰 쵸콜릿을 맛이 있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다 먹어치우고 남은 것이 없는 빈 손을 들여다보는 아쉬움 말이다. 일년에 한권씩 낸다해도 이 작가의 책을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한번 한숨을 쉬어본다. 그때까지 복습하겠다. 이 책.

 

일반인에게는 전혀 낯선 인권증진위원회. 사실 이 위원회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일 뿐. 한국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조직이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책 속에 나오는 인권위와 비슷한 편이다. 인권위에서 하는 일 중 가장 흔한것이 아마도 '성'에 관련된 일인만큼 처음 이야기부터 노동조합과 성추행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 회사에서 일하는 두명의 남녀. 그들은 다른 직원의 장례식에서 만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그 이후 성추행을 했다고 진정이 들어온 것이다.

 

이 사실에 빠진 것은 무엇이며 더해진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조사관 한윤서가 투입된다. 이미 다른 성추행사건을 해결한 그녀. 이번 건으로 더욱 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굳힐 수 있을까. 표지에 그려진 네명의 주인공이 저마다 다른 사건을 쫓아서 해결한다. 각각의 사건을 조사하던 그들은 마지막 사건은 모두 힘을 모아서 협동하여 해결하게 된다. 그만큼 강력한 사건이라는 소리다. 뒤로 갈수록 센 사건들이 등장한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들을 거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윤서나 홍태 모두 범죄사에 대한 적지 않은 흥미와 지식을 갖고 있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형호 군 유괴살인사건,오대양집단 자살사건,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개구리 소년 살인사건. 국가가 밝혀내지 못한 죽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죽음들. 범죄 피해자의 인권에 대하여.(177p)

 

우리가 익히 알고 들었던 사건들이 언급될때 한국 작가가 쓴 한국어로 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더욱 배가된다. 더군다나 내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들.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언급될 때면 재미는 더욱 증가된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는 깊이가 있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사람들의 권리. 그들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 한국적인 서정을 담은 사회파 추리소설을 지향한다는 작가, 송시우. 재미와 깊이가 어우러지는 참 맛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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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쿡 영어 - 영어 중독자 두껍의
엄세희 지음, Nolan King 감수 / 넥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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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직업상 영어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여기서 영어책이라 함은 원서가 아닌 영어문제집을 뜻한다. 새로 나온 문제집은 왠만해선 보는 편이고 좋아하는 출판사의 새 책들은 더욱 주의깊게 본다. 혹시 쓸만한 교재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문제집을 제외하고 보는 영어책들 또한 원서보다는 이런 실용서들이다. 영어를 소재로 한 책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명들을 설명하면서 단어를 연계해놓은 [브랜드 잉글리쉬]라는 책도 이런 축에 속하고 어디서도 배울수 없는 영어로 된 욕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해 놓은 [싸가지 없는 영어책]도, 외국인들과의 연애를 위한 [영어로 연애하기]라는 책 또한 그런 책에 속한다.

 

영어로 된 이야기들이 있는 원서를 보지 않고 그런 책들을 보는 것은 단 하나이다. 특이한 영어를 외워놓고 싶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고 영어권에서 산지 너무 오래전이라 새로 나온 영어표현들이 있을까 해서 다시 보는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영어라는 것은 언어이고 언어라는 것은 사람이 쓰는 말이라 시대상을 가장 잘 반영하한다 볼 수 있다. 그래서 해마다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고 쓰지 않은 단어들이 죽곤 한다. 표현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잘 쓰는 표현이었으나 지금은 쓰지 않은 표현들이라면 그런 올드한 영어는 가르쳐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학교 중심의 영어수업에서 이런 표현들을 쓸 리는 없지만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들도 가끔 추임새처럼 알려주거나 영어에 흥미를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재미삼아 들려주기에 좋은 꺼리들이 잔뜩 있다. 물론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서 친해지게 된다면 쓸 수 있는 표현들도 존재한다. 그저 그런 흔한 영어책은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그런 시대인 것이다. 이 책 또한 재미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절대 공부를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사용법에도 보면 적혀 있듯이 그냥 읽으면 된다.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트와 펜을 구해서 책상 앞에 앉을 생각이라면 다른 책을 사는 것이 낫다. 이 책은 영어를 즐기기 위한 책이다. 손으로 쓰기보다는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편이 훨씬 더 좋다. 효과적이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편집이 되어 있어서 당황할수도 있겠다. 표지는 일반적인 책이지만 펼쳐보면 책을 돌려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위로 편집이 되어 있는 책. 시작부터 재미난 점을 캐치했다.

 

'사사로운 인생사'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그냥 평상시에 쓰는 '기분 어때?'라고 묻는 표현부터 시작해서 회사에서 쓰는 표현들 그리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쓰는 표현을 비롯해서 연애생활에서 쓰는 표현까지 생활 전반에서 쓰이는 표현들을 두루두루 잘 모아두었다. 하지만 절대 초등학생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것이 요 마지막 챕터. 19금이다. 영어책에서는 배울수 없는 그런 표현들이 가득하다. 영어가 지겨워라고 외치는 사람들조차도 요런 표현들은 어떻게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펼쳐볼 만한 그런 챕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언어를 학문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문학자가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언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것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통된 말이 필요했고 그것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서 영어가 된 것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언어는 늘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게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영어가 한동안은 대세일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영어를 좀더 쉽고 재미나게 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가를 찾게 된다. 굳이 토플성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비즈니스 회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머리 쥐나게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런 책으로 입에 달달 붙는 영어를 한번쯤은 공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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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4 - 임진왜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4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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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원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이었으나 그것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든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되어진다. 요즘은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들도 꽤 많은 편이라서 재미있게 보는편인데 아무래도 픽션이다 보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헷갈릴때도 있다. 잘못된 지식을 접하지 않기 위하여 역사를 설명해주는 책들도 가끔 보는 편인데 조선시대가 가장 긴 만큼 그 시대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는 없겠다.

 

이번 책 또한 조선시대다. 그것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임진왜란 시대. 사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책들은 너무 많아서, 이마 알고 있는 지식 또한 많아서 조금은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미리 했었다. 하지만 역시 역사와 픽션은 다른 점이 있었다. 알지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알지못했던 왕의 진짜 모습들도 세세하게 비쳐지고 있었다.

 

또한 다른 역사책들과는 다르게 이야기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형식이라 실제적으로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수가 있다. 다른 책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지은이의 생각이 첨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나온 패널들의 생각이 첨부되는 감이 있다. 가령 류근 시인의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조금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그의 시를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처럼 말이다. 물론 그의 생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있겠다. 역사는 사실이나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저마다 다른 법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들이 육군의 힘이 더 강성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던 사실이었다. 워낙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이 따라오고 일본은 섬나라이므로 그만큼 수군의 힘이 컸다고  짐작하여 섣불리 생각했던 것이였다. 일본인들은 육군이 더 셌고 그래서 수군은 그나마 약했던 것이었고 그래서 힘보다는, 전략보다는 숫자로 이길려고 덤볐던 것이다. 그리고 식략을 조달하는 수단이었지 꼭 싸움을 해야하는 수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긴 전쟁에서는 식량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원되어야 할 식량이 오지 않는다면 그곳에 있는 병사들은 힘을 받지 못할 것이고 결국은 항복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볼 때 이순신장군의 선전은 아주 유리한 조건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를 알아보지 못한 왕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자신은 왕을 하지 않다고 선전한 선조. 그 때마다 무릎꿇고 밥도 먹지 않고 통사정을 해야만 했던 광해군. 이미 나이는 들때로 들었지만 아버지가 오래 사는 바람에 절대 정권을 받을 수 없었던 광해군. 그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지금의 나 또한 답답해 죽을지경이다. 만약 선조가 하지 않겠다던 왕위를 얼른 잡아서 광해군이 받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임진왜란을 좀더 빨리 극복하고 병자호란이 같은 연이어 터지는 전쟁들을 막을수가 있었을까. 역사는 지나간 것이다. 아무도 바꿀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과거시제로만 쓰여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지금의 역사는 얼마든지 바꿀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역사를 바꿈으로서 우리의 후손들이 더 잘 살수 있다면 지금의 역사는 바뀌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즐겨보던 소년탐정 김전일이라는 만화가 있다.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 그것을 풀어서 결과를 알려준 후 다음사건을 준다. 하지만 그 사건은 시작할때쯤 되니 끊어지고 다음권으로 넘어간다. 절대 다음편을 보지 않고 넘어갈수는 없게 해놓은 소위 악마의 편집이다. 이 책 또한 편집의 왕이라 할 수 있겠다. 신나게 임진왜란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다음 광해군이 드디어 왕위에 오른다에서 끝이 났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아버지가 죽음으로 인해서 드디어 왕권을 물려받은 광해군. 그러나 나라의 정세는 지극히 좋지 못한 사태다. 그는 이 상황에서 어떤 정치를 해서 백성들을 위로하고 이 나라를 다스렸을까. 한때 인기를 끌었던 영화속의 광해는 두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리는 없을 것이고 광해군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또 5권을 기다려야만 한다. 분명 우리는 역사를 이미, 벌써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기다려지는 것을 막을수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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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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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은 '결혼해봤어요?'와는 다르다. 그 질문엔 결혼이 인생의 종착역인 양 이혼 같은 건 아예 예상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사람에게 '결혼했어요?'란 결혼생활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뜻이기도 하고 성 경험의 유무를 묻는 것이기도 하며 한 남자에게 소속되어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결혼했느냐는 말 다음에 반드시 따라오는 물음이 '아이는 있어요?'였다.(260p) 

 

생뚱맞게도 나는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결혼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이라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잘하지 않는 질문이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람을 알기 위한 절차처럼 반드시 통용되어버리곤 하는 질문. 이런 질문을 잘 받을 일이 없어 누군가가 어쩌다 한번 물어보면 당황하게 된다. 그냥 쿨하게 웃고 넘어갈수 있는 답변을 하면 좋은데 말이다. 요즘엔 누군가 물어보면 한번에 시크하게 대답하려고 연습중이다.

 

'칼'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살아가기 위한 도구가 된다. 요리사에게는 맛난 음식을 할 수 있는,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썰어 팔 수 있는, 그리고 의사에게는 환자의 병을 고칠수 있는 도구. 처음에는 과감하게 그어야 한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면 안된다. 재료를 자르던 환자의 몸을 자르던 첫 손질은 과감히그리고 담대하게 그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마구잡이로 그어서는 요리를 망치고 환자를 죽일 것이다. 조금은 델리케이트하면서 조금은 더 디테일하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마냥 세심한 손재주가 요구된다. 작가에게 주어진 칼이 '글자'라면 그녀는 이 글자들을 아주 잘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대담하게 확 긋고 그 이후에 세밀한 부분을 조율한다. 그러므로 인해서 글이 살아난다. 조각가의 손에서 피어나는 꽃송이처럼 말이다.

 

넌 정말 맛있어. 주원은 가끔 전화통화만으로도 아주 낯설게만 들리는 원색적인 이야기로 나를 자극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의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와 카페로 나를 불렀다.(96p) 그녀의 이야기는 관능적이면서도 자극적이다. 그저 무심히 지나갈수 있는 단어들조차도 그녀가 배열하면 왠지 분위기가 더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음식을 이쁘게 만드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물론 그녀의 글들은 맛있기조차 하다.

 

인생에 꼭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돌발'이에요. 무난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삶이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탈선이죠. 당황하거나 놀랄 필요는 없어요. 어떤 것은 사라지고 또 어떤 것은 남아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줄 테니까요.(51p) 내가 살아가면서 '돌발'이라는 걸 해본 적이 있었을까. 그저 곧이곧대로 앞만보고 신호등이 시키는대로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왔던 내게 어떤 행동이 돌발이었을까. 누군가에게는 충동구매가 돌발일수도 있겠고 낯선 사람과의 원나잇이 돌발일수도 있겠다. 사라지거나 남아있으면서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돌발. 내 삶에 필요한 요소일까 아니면 그냥 외면해 버려야 하는 요소일까. 돌발. 하루종일 입안을 맴돌것만 같은 단어 그리고 생각.

 

커피를 내리는 동안은 커피에만 집중해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비결이지요.(39p) 무언가를 할 때 그 행동에 집중해야 가장 좋은 것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일. 그러나 우리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중요한 그 일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먼지로 인해 뿌연 아침. 향이 짙은 그러나 맛은 옅은 한잔의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시점이다. 작가의 글은 커피향은 머금은 칼날처럼 예리하면서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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