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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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도는 길을 알려준다. 낯선 장소에 간다 하더라도 지도만 있으면 자신이 목적하는 곳을 찾아갈수 있다. 소설은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 낸 그 길을 따라갈 수도 있지만 그 길 외에 다른 길로 갈 수도 있고 그렇게 다른 길로 돌아가다가 작가가 의도한 길에서 같이 만날수도 있다.


소설과 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 그 이질감을 극복하고 어떻게 하모니를 만들어 낼 것인가 궁금함이 필수적으로 들게 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비롯해서 셰익스피어의 햄릿, 로빈슨 크루소, 오만과 편견, 크리스마스 캐럴,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삶에 관한 이야기, 모비딕, 풀숲의 가느다란 녀석, 80일간의 세계 일주, 허클베리 핀의 모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바벨의 도서관, 제비뽑기, 보이지 않는 인간, 고도를 기다리며,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시간의 주류,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까지 총 19편의 이야기들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지도화 되어 있다. 이야기들을 어떻게 지도로 만드냐고? 그것은 직접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난해하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이것을 대체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번 이해하고 나면 그 이후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세계로 접어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무한한 능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첫 작품 오디세아아를 가볍게 건너뛰고 햄릿으로 넘어간다. 두작품 모두 읽었으나 원본이 소설이 아닌 희곡인 이 햄릿을 대체 어떻게 지도로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더 컸던 까닭이다. 


햄릿에는 <엘시노어 성>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햄릿을 책으로만 읽어도 충분히 생생하다고 하면서 이 책에 속한 지도는 현재 위치한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연극 그 뒷편의 특정한 면면을 밝히기 위해서 그려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엘시노어 성을 배경으로 하여 각 등장인물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 그들의 감정, 서로간의 갈등. 그 모든 것이 이 지도상에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따라서 이동하며 우리는 충분히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마 햄릿을 읽었다면 더욱 몰입해서 따라가면서 보게 될 것이고 읽지 못했다 하더라도 워낙 유명한 햄릿이다 보니 더 큰 재미를 느끼고 그 동선들 사이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었는지 궁금함을 느끼고 책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것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총 5막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장마다 다른 지도를 필요로 한다. 등장인물을 특정한 색으로 지정해 두고 그들의 동선을 지도에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른 색이 같은 길을 따라서 그어져 있다면 그들간에 어떤 일이 있었다고 보아도 되겠다. 특히 마지막인 5장의 2막에서는 한 장소에서 여러 색이 왔다갔다 함을 보여줌으로써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있음을 드러내며 특히 검은색으로 표시한 햄릿이 행보가 방황을 하는 듯한 것을 볼 때 그의 갈등의 극을 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도를 봄으로써 모든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파악할수는 있으나 세부적인 디테일과 세세함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지도를 통해서 한 작품을 지도화 시켜놓은데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대단한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망망대해에 딱 하나의 섬을 그려놓음으로 그것을 단 한 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 속에 들어있는 자세한 이야기는 또다른 지도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읽은 책들이 많아서 보는 재미가 쏠솔하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또 어떠한가. 런던을 떠나서 이나라 저나라를 여행하면서 80일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단 두페이지의 그림으로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작품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맥락을 파악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다. 그림을 자세히 본다면 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추정이 가능할 것이다. 


읽어보지 못했던 책들에 관한 관심도 커진다. 특히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작품은 지도를 보는 순간 이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지도와는 다르게 같은 크기의 모양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림. 어디서부터가 처음인지 어디서부턴가 끝인지 도무지 알수 없을 지경인 그림이지만 이것을 통해서 혼돈을 나타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된다. 역시 이런 책을 다른 책을 부르는 재주가 있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하나의 지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지도를 보고 당신은 어떤 책이 떠오르는가. 어렵다고 느껴지는가. 분명 제목에 해당하는 단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정답은 104-5 페이지를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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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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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은 간단하고 진실은 어렵다. (32p)

 

작은 마을. 가족보다도 더 친한 이웃주민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시건이 벌어지기 전에는 말이다. 하키팀으로 유명했던 마을이었다. 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을에 하나뿐인 하키팀은 자랑거리이자 희망이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유망주였던 하키선수가 감독의 딸을 성폭행했다. 그 사건이 묻혀질 뻔 했지만 용기있는 발언으로 인해서 모든 것은 다 드러났다. 그 이후의 이야기. 그 사건이 지나간 후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는 베어타운의 뒷 이야기들을 [우리와 당신들]이라는 이름으로 펴냈다. 하키팀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표지로 삼아서 묵직한 페이지를 자랑하는 이 책은 그저 어떻게 보면 한 하키팀의 이야기이면서 한 마을의 이야기이고 또 옆 팀과 이웃마을과의 대립을 나타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각 중심인물간의 심경과 상황을 차분히 하나씩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이 간단한 구조를 늘려나갔고 가지에 가지를 치고 종래는 많은 열매를 만들어 냈다. 

 

유망주였던 선수는 이 마을을 떠났다. 그것으로 모든 일은 끝날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그 상황을 직접 겪은 마야는 단짝 친구인 아나와 함께 숲에 다니면서 그 일을 잊으려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하키팀을 이끌어 갈 선수는 떠났고 그가 떠나면서 가망있는 선수들까지 데려가는 통에 이 베어타운의 팀에는 몇명 남지 않았다. 이들을 데리고 하키팀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감독의 부인이자 마야의 엄마도 불안한 평균대 위를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변호사인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를 더 키워가길 바라지만 남편이 하키팀을 이끌어 가는 한 그러기가 어렵다. 거기다가 딸까지 저렇게 되고 보니 더욱 신경이 쓰이게 된다. 자신의 일을 좆느냐 가정을 지키느냐 하는 것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도 매한가지인듯 보인다. 

 

여기 전편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가 등장을 한다. 하키팀을 이끌어 갈 새로운 코치다. 그녀는 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적어 온 명단의 선수들을 캐치한다. 이것으로 가능할까 싶지만 그녀는 용케도 이들을 모아서 하나로 통합해낸다. 

 

너희가 떳떳하면 우리도 떳떳하다! (508p)

 

팀스포츠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무조건 우리, 우리가 강조되지 않은 팀은 이겨낼 수 없다. 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하나로 모이는 것, 가족과도 아니 그보다 더 끈끈한 의리로 뭉치는 것, 그것이 바로 팀이 가져야 할 마땅한 미덕이다. 이들에게 그런 것이 있을까.

 

초록색의 베어타운과 빨강색의 헤드팀은 보색관계의 색깔만큼이나 명확하게 다른 팀컬러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그려내면서 절대적으로 베어타운에만 우위를 두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이겨야만 한다는 당연한 기대감을 좌절시킨다. 그럼으로 인해서 독자들이 더 몰입해서 읽게 만든다. 작가가 이기나 독자가 이기나 내기를 하게 만든다. 이 베어클럽을 중간에 매개체로 삼아서 이리 끌고 저리 당기면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처음에는 두꺼운 페이지로 인해서 조금은 묵혔다 읽었지만 그 묵직함에 비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속도감은 꽤 빠른 편이다. 세밀하게 하나씩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두팀간의 시합이 벌어질때면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는 곰!을 외치며 응원을 하고 있고 그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헉하고 숨을 참게 만든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전작에서도 보듯이 역시 대단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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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 로맨스 영화 장소 - 손끝으로 완성하는 안티 스트레스 북 스티커 아트북 (싸이프레스) 7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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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소재로 삼아서 만들었던 스티커북이 <동물>이나 여러 자연물을 비롯해서 각국의 <랜드마크>편까지 나오더니 올림픽 시즌을 맞아서 <동계스포츠>편이 나오고 더이상 나올 소재가 있을까 했는데 이번에는 영화로 그 경계를 허물었다.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장소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로맨스 영화들 열편을 모아서 스티커로 다시 만들었다.

 

인기있었던 영화들이어서 영화 속의 장소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으니 그런 면도 놓칠 수 없겠다. 따로 난이도를 매겨놓기 보다는 1번 그림이 185개의 조각을 가지고 있고 뒤로 갈수록 조각수가 많아지는 형태로 되어 있다. 가장 마지막 10번 그림은 417개의 조각을 가지고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이터널 선샤인, 건축학 개론, 8월의 크리스마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라라랜드, 로마의 휴일, 비포선라이즈, 만추, 냉정과 열정사이 총 10개의 영화가 있다.

 

이런 종류의 스티커를 붙일 때는 난이도가 낮은 단계부터 하거나 처음부터 차례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책은 달랐다. 딱 보는 순간 이거다 싶은 하나의 배경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로맨스 영화이면서도 달달함을 자아내기보다는 오히려 더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뭉클함을 그려내었던 영화. 딱 한 장면 다림이가 연락이 안되는 정원이 궁금해서 사진관에 돌을 던지는 장면이 가장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 어떤 장면보다도 말이다. 영화장소라는 소재답게 이 영화의 가장 주된 배경인 초원사사진관을 스티커 배경지로 만들었다.

 

 

 

기존에 다른 스티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차이점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이 스티커북은 다른 책에 비해서 스티커의 접착력이 높은 편이다. 아예 안 떼어질 저도는 아니지만 마구 잘 떼어지지도 않으니 처음 붙일 때 조심해서 붙여야 할 필요가 있다.

 

원래는 선에 딱 맞춰서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스티커 조각이 작을 경우에는 비는 공간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선보다는 오히려 칸에 집중헤서 주어진 칸에 중간에 딱 맞게 들어가게 붙여준다. 양옆으로 보이는 비는 공간은 그냥 버려두기로 한다. 그렇게 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스티커를 붙이는 순서도 위로부터나 아래로부터  또는 왼쪽부터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이번 경우는 처음부터 마음을 정했다. 저 글자가 들어가는 부분을 가장 마지막에 붙이겠다고 말이다. 일부러 남겨둔 것이다.

 

<사진은 네이버 검색>

 

 

 

위 사진은 실제로 군산에 있는 초원 사진관 정면이고 밑의 사진은 내가 붙인 스티커북의 초원 사진관이다. 조금 단순화 된 감을 있지만 이만하면 정말 싱크률이 거의 딱 맞게 떨어지지 않은가.배경지 뒤에는 영화의 주인공과 함께 장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으므로 영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수가 있다. 본 영화라면 기억을 되새기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보지 못한 영화라면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영화를 너무나도 인상적으로 본 터라서 열개의 배경지 중에서 가장 먼저 이 영화를 선택했다. 사실 이 영화 말고 <낭만과 열정사이>도, <건축학 개론>도 좋아하는 영화여서 그 영화들도 하고 싶은 마음이 앞을 다투었다. 좋아하는 영화의 배경지가 많아서 더욱 행복한 마음이 드는 스티커북이 된다. 이 책은 로맨스 영화에 관련된 스티커북이지만 이런 식으로 장르를 나누어서 다른 영화들의 인상적인 장면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초원사진관은 가보지 못했지만 나는 오늘 나만의 초원사진관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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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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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를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는, 그리워하는,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서 우리 작가 29명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 작가의 8주기를 기념하는 오마주 기념집이라 할수 있겠다. 그들은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며 이 글을 모아서 바친다고 했다. 

'박완서'라는 작가를 기억하는 후배 작가들의 이야기는 짧으면서도 임팩트있게 다가온다. 박완서 작가의 글 같다는 느낌을 받는 작품도 있고 자신의 성격을, 자신의 작품임을 알 수 있도록 그대로 드러낸 작품들도 있으며 이니셜을 써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지만 누가봐도 박완서 작가임을 알수 있도록 직접 등장시켜 놓은 이야기도 보인다. 

이 책과 같이 나온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 짧은 이야기들의 대향연이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다채로움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런 식의 모음집들은 잘못 편집할 경우 중구난방처럼 느껴지거나 잘못 잘린 피륙처럼 들쭉날쭉하다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안데 이 책은 박완서 작가를 그리워한다는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말미암아 모든 작품을 하나의 화살로 꿰둟어 연결시켜 놓은 일관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단편보다 더 짧은 이야기들로 인해서 짧게 끊어서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친 하루의 일상을 마친 후 한편씩 꺼내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는 뜻이다. 물론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한번에 읽는다해도 역시 즐거움을 충족시켜준다.

[웃어라 내얼굴]로 접했던 김성종 작가의 <쌀배달>이라는 제목의 글은 유쾌하면서도 풍자를 빼놓지 않았고 [죽은 올빼미 농장]의 백민석 작가의 <냉장고 멜랑꼴리>는 진짜 실제로 이런 사람은 없겠지만 냉동실 이야기는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더랬다. 왜 냉동실이 냉장실보다 작은걸까. 냉동식품이 이렇게 많은 시대에 말이다. 

많은 팬이 있는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을 읽으면서는 보통사람들의 보통스러운 이야기에 누구나 그럴 수 있어 하면서 모두에게 봄이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의 <어떤 전형>은 이보다 더 현실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해마다 수시원서를 넣는 시즌이 되면 분명 어디선가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헛웃음을 지어본다. 

읽었던 책의 작가들이 쓴 작품을 중심으로 단편적인 생각들을 적어 보지만 이 책으로 인해서 새롭게 만나지는 작가들의 이름도 하나씩 기억해본다. 손보미, 오한기, 정용준, 정지돈. 모두 유명한 작가들이지만 한국 작품을 잘 읽지 않은 나에게는 약간은 낯선 작가들이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만남을 하게 된다. 늘 새로운 만남은 두근거림과 설렘을 가져다준다. 새로운 작가들의 다른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기대감마저도 만족스럽다.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과 이 책 [멜랑꼴리 해피엔딩]은 비슷한 색감을 바탕으로 한 표지로 인해서 이란성 쌍둥이 같은 느낌을 주는 두권이다.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들까지 비슷함을 담고있다. 두배로 만족감을 가져다 줄 세트가 아닐까. 우리네 삶이 늘 멜랑콜리하지만 늘 해피엔딩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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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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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라는 작가는 내게는 유난히 더 특별하다. 어려서부터 작가의 책을 많이 보아왔고 그래서 눈에 익은 이름이고 그래서 낯설지 않은 작가이고 그 덕분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책을 읽었으며 우리말의 정겨움을 조곤조곤 펼쳐지는 소설과 에세이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전부 박완서 작가를 유난히 좋아한 엄마 덕분이기도 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작가의 책들은 엄마가 산 책도, 선물받은 책도, 내가 엄마한테 선물한 책도 있고 그리고 내가 받은 책도 있다. 그렇게 여러 책들이 여러 시간을 거쳐서 모아졌다. 90년대 책부터 최근 2019년에 나온 책까지 저마다 다른 책이지만 단 하나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박완서라는 작가의 작품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박완서 짧은 소설>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 그야말로 진짜 짧은 글들의 대향연이다. 단편보다도 더 짧은 글들. 작가는 이것을 '콩트'라는 장르로 말하고 있다. 기업에서 만드는 사보에 들어가는 문예물. 문예지에 실리는 이야기인만큼 길이는 짧고 내용은 재미나다. 작가의 기존의 작품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이런 글도 썼구나 하고 놀랄수도 있겠다.  


처음부터 무슨 말일지 모를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아주 쉬운 말을 내가 이해한 뜻과 전혀 다른 뜻으로 쓰고 있는 걸 들을 때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중 고등학교 정도의 또래들이 저희들끼리 찧고 까불면서 조잘대는 은어 속어 따위를 들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262p)


분명 7-80년대에 쓰여진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은 소재들도 눈에 뜨인다. <외래어 노이로제>라는 제목의 글도 그런 경우인데 작가는 손자또래의 아이들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뜻이 궁금해져서 물어보게 되고 그것이 로봇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이런 혼동스러움은 지금도 별다를 바 없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이제는 할머니가 아닌 세대들조차도 따로 배우지 않으면 알수 없는 한글 아닌 한글 단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얼마나 이질감이 없는지 작가가 지금 살아있다면 지금도 역히 마찬가지라고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후남이는 혼자서 결혼 일주일 전, 기철이와 함께 철모르는 기쁨에 들떠 철없이 축배를 들던 스카이라운지로 갔다. 그때와 같은 빛깔 고운 술을 시켰지만 혼자 드는 술은 고배였다.  (100p)


후남이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가. 아들을 바라면서, 딸이 그만이기를 바라면서 지은 이름이다. 그런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지만 그 당시의 일반적인 여자들과는 다르게 공부도 했고 직업도 가지고 있다.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여자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 되어 왔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배운 여성임을 나타내듯이 부부 중 한 사람의 전근을 요청하고 기분 좋게 결혼을 했고 여행에서 돌아왔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속초와 전주로의 발령이다. 졸지에 남편을 서울본사에서 지방으로 끌어내린 여자가 되어 버린 셈이다. 둘이서 기분 좋게 축배를 들었던 곳에서 혼자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그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여자의 가문은 지체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훌륭했고 남자의 집안은 가난하고 보잘것 없었다.(309p)


딱 이 문장을 보면서 바로 이번주 끝난 드라마를 생각하게 된다. 이혼녀이며 위자료로 호텔을 받아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여자와 그 호텔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남자. 그들은 서로를 모르는 채로 다른 곳에서 우연하게 만난 관계이다. 그런 자유로왔던 관계는 사원과 대표라는 관계로 묶여버리게 된다. 거기에 그들을 둘러 싼 가족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까지 둘의 관계는 둘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론은 해피하게 끝났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 드라마처럼 해피하게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작가는 21세기에도 이런 진부한 설정으로 드라마가 방송되고 그것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미리 짐작이라도 했었을까.


나 때만 해도 이렇게 휘뚜루 사모님을 써먹진 않았건만..... 윤여사는 사모님에 넌더리를 내면서 이렇게 자기가 장사하던 때를 회상했다. (362p)


예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퀴즈를 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들었던 단어들 중의 하나가 '휘뚜루'라는 단어였다. 예시로는 '휘뚜루 마뚜루'라는 단어로 기억하고 있는데 작가의 글에서 그 단어를 발견하고 역시 우리말을 사랑했던 작가라는 생각에 감탄을 한다. 제대로 된 우리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느끼고 있음이다.


짧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짧은 만큼 후다닥 읽어버려도 좋고 한 꼭지씩 따로 떼어서 느긋하게 읽어도 좋겠다. 글이나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해도 재미난 소재와 현실에서 있음직한 이야기들로 말미암아 조금은 끌리게 된다. 


조금 맛만 보아야지 하고 열었다가 참지 못하고 한꺼번에 다 먹어버린 과자처럼 이 첫 이야기를 읽는순간 알아차린다. 멈출수가 없음을 말이다. 역시 작가의 저력은 작가가 존재하지 않은 이 시대에도 여전하다.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움을 가지며 유머감각을 유지하고 날카로운 사회비판을 그 속에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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