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지도는 길을 알려준다. 낯선 장소에 간다 하더라도 지도만 있으면 자신이 목적하는 곳을 찾아갈수 있다. 소설은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 낸 그 길을 따라갈 수도 있지만 그 길 외에 다른 길로 갈 수도 있고 그렇게 다른 길로 돌아가다가 작가가 의도한 길에서 같이 만날수도 있다.


소설과 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 그 이질감을 극복하고 어떻게 하모니를 만들어 낼 것인가 궁금함이 필수적으로 들게 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비롯해서 셰익스피어의 햄릿, 로빈슨 크루소, 오만과 편견, 크리스마스 캐럴,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삶에 관한 이야기, 모비딕, 풀숲의 가느다란 녀석, 80일간의 세계 일주, 허클베리 핀의 모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바벨의 도서관, 제비뽑기, 보이지 않는 인간, 고도를 기다리며,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시간의 주류,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까지 총 19편의 이야기들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지도화 되어 있다. 이야기들을 어떻게 지도로 만드냐고? 그것은 직접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난해하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이것을 대체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번 이해하고 나면 그 이후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세계로 접어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무한한 능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첫 작품 오디세아아를 가볍게 건너뛰고 햄릿으로 넘어간다. 두작품 모두 읽었으나 원본이 소설이 아닌 희곡인 이 햄릿을 대체 어떻게 지도로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더 컸던 까닭이다. 


햄릿에는 <엘시노어 성>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햄릿을 책으로만 읽어도 충분히 생생하다고 하면서 이 책에 속한 지도는 현재 위치한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연극 그 뒷편의 특정한 면면을 밝히기 위해서 그려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엘시노어 성을 배경으로 하여 각 등장인물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 그들의 감정, 서로간의 갈등. 그 모든 것이 이 지도상에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따라서 이동하며 우리는 충분히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마 햄릿을 읽었다면 더욱 몰입해서 따라가면서 보게 될 것이고 읽지 못했다 하더라도 워낙 유명한 햄릿이다 보니 더 큰 재미를 느끼고 그 동선들 사이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었는지 궁금함을 느끼고 책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런 것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총 5막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장마다 다른 지도를 필요로 한다. 등장인물을 특정한 색으로 지정해 두고 그들의 동선을 지도에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른 색이 같은 길을 따라서 그어져 있다면 그들간에 어떤 일이 있었다고 보아도 되겠다. 특히 마지막인 5장의 2막에서는 한 장소에서 여러 색이 왔다갔다 함을 보여줌으로써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있음을 드러내며 특히 검은색으로 표시한 햄릿이 행보가 방황을 하는 듯한 것을 볼 때 그의 갈등의 극을 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도를 봄으로써 모든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파악할수는 있으나 세부적인 디테일과 세세함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지도를 통해서 한 작품을 지도화 시켜놓은데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대단한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망망대해에 딱 하나의 섬을 그려놓음으로 그것을 단 한 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 속에 들어있는 자세한 이야기는 또다른 지도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읽은 책들이 많아서 보는 재미가 쏠솔하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또 어떠한가. 런던을 떠나서 이나라 저나라를 여행하면서 80일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단 두페이지의 그림으로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작품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맥락을 파악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다. 그림을 자세히 본다면 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추정이 가능할 것이다. 


읽어보지 못했던 책들에 관한 관심도 커진다. 특히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작품은 지도를 보는 순간 이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지도와는 다르게 같은 크기의 모양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림. 어디서부터가 처음인지 어디서부턴가 끝인지 도무지 알수 없을 지경인 그림이지만 이것을 통해서 혼돈을 나타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건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된다. 역시 이런 책을 다른 책을 부르는 재주가 있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하나의 지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지도를 보고 당신은 어떤 책이 떠오르는가. 어렵다고 느껴지는가. 분명 제목에 해당하는 단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정답은 104-5 페이지를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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