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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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심판],[트라이던트]를 통해서 한국의 스릴러 독자들에게 프랑스 스릴러란 이런 것이다. 하고 제 맛을 보여준 작가 프레드 바르가스. 첫 작품때는 조금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퍽퍽함이 존재했으나 [트라이던트]를 통해 보여준 스릴은 이미 스릴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다 주었다. 이제 작가는 새로운 도전장을 던진다. 이미 알고 있는 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가 아닌 전혀 다른 시리즈다.

 

등장인물 또한 색다르다. 형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전직형사를 필두로 한 일반인들이다. 그것도 학자들. 학자들인 무슨 추리를 하고 무슨 범인을 좇는다고 하겠지만 이웃의 실종을 토대로 한 그들 4인방의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일반인의 반전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여기에 더하여 독특한 작명센스까지 발휘하고 있다. 드라마 작가 중에서도 자신만의 특이한 주인공들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있듯이 프레드 바르가스는 복음서 저자들이라는 이름을 채택했다.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성경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금세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약성경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저자 마태, 마가, 누가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마티아스. 마르크 그리고 뤼시앵이다.

 

그들은 모두 학자들인데 전문분야도 상이하다. 마티아스는 선사시대에, 마르크는 중세시대에 그리고 뤼시앵은 1차 세계대전에 빠져있다. 모두들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정작 그 지식을 쓸 곳은 전혀 없다. 뤼시앵 정도만 학교에 가끔 강연을 할 뿐 그들은 그냥 머리에 지식만 가득찬 무일푼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사건에 휘말리면 어떻게 될까.

 

벌써 나흘이나 지났군. 내일 아침엔 마태복음이 르게넥한테 전화를 해야 할 거야. 오늘 저녁에 전화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연습시켜야지. 나무와 구덩이, 정부, 행방불명된 본부인. 이 정도면 르게넥이 움직일거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올테지.(98p)

 

살 곳을 찾아서 방황을 하던 마르크는 다 허물어져 가는 집 값이 조금은 쌀 법한 곳을 고르지만 그나마도 자신의 힘에는 벅차다. 자신과 대부 방두슬레가 둘이서 감당하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한 그는 마티아스와 뤼시앵까지 끌여들여 3층집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이웃집- 뤼시앵의 말을 빌면- 서부전선에는 왕년의 소프라노가 살고 있다.

 

지금은 은퇴한 소피아. 그녀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정원에 심겨진 나무 한 그루를 보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무관심한 남편은 그냥 팬이 보낸 선물이려니 하고 말아버리지만 무언가 찜찜한 소피아는 자신들의 옆집에 이사오는 복음서 3인방에게 나무를 파 볼 것을 돈을 주고 부탁을 한다.

 

그렇게 친해진 이웃들은 동부전선의 쥘리에트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며 정을 나누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사라진다. 남편은 어딘가 여행이라도 갔다고 하는데 그녀와 친했던 쥘리에트는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무언가 감을 잡은 전직형사 방두슬레. 그의 지도하에 복음서 삼인방은 전진하여 공격태세에 이르게 된다. 정말 소피아는 여행을 간 것일까 아니면 자발적으로 사라진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일까.

 

원제인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제목보다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라는 새로운 제목이 훨씬 더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조심하라.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무엇이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그 밑을 파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정말 신기한 캐릭터로 말미암아 읽는 재미까지 더해주는 프레드 바르가스 작품. 원래는 아담스베레그 형사 시리즈를 기다렸지만 왠지 모르게 복음서 삼인방에게 빠져버렸다. 그들이 다음번에도 어떤 사건에 휘말릴 수 있을까. 제발 그래주기를 소망한다.

 

더하기 :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언제일까. 돈이 없어 전화를 설치하지 못한 것이나 화장실이 집 밖에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서 1980년때쯤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뒤에서 자료조사를 하면서 등장한 노트북과 스캐너. 이것은 아무리 발달한 나라인 프랑스라고 해도 80년대에 보기엔 무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적어도 90년 후반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그때 핸드폰도 없었을까? 정말 궁금해지는 시대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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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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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돌 그룹 멤버 한명이 멘사 회원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이큐가 150이 넘던가. 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에서 봐서 익히 비상함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시화되어지니 더욱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인 루도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진학을 했고 한국으로 따지면 오빠, 언니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언니,오빠들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대단한 아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 아이가 학문적인 지식은 있어도 사회적인 적응력은 얼마나 될 지가 궁금해졌다.

 

루는 한번 보면 그대로 암기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들앞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낸 숙제도 그냥 넘어가길 원했다. 발표주제는 무엇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그저 불쑥 튀어나온 한마디. 노숙자요. 이제 꼼짝없이 노숙자에 대한 조사를 하게 생겼다. 더군다나 인터뷰를 통한 주제 조사라니. 선생님은 위험할수도 있으니 부모님과 함께 가라고 하지만 엄마는 집에서만 있는 두문불출형이고 아빠는 숨어서 몰래 우는데 어찌하란 말인가.

 

난감한 상황에 놓인 루는 포기하지 않고 일단 시도해본다. 그녀가 결국 만난 것은 '노'라는 이름의 친구다. 아직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그녀는 왜 노숙자 생활에 빠져든 것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루를 통해서 풀어나간다. 노와 루. 어찌보면 나이를 초월한 그녀들의 우정 이야기로  있겠고 또는 사회적인 비판을 나타내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내 어머니 모든 것](http://blog.naver.com/noon472/50163130435)이라는 책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던 작가의 글솜씨는 여전하다. 번역이 매끄러운 덕분인지 프랑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은 큰 장점중의 하나이다. 너무나도 문학스러운 글들로 인해서 프랑스 소설은 무조건적으로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사람이 있다면 델핀 드 비강,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노숙자 자립을 위한 어떤 정책이 있을까. 일반 사람들이 살기에도 어려운데 그들을 위한 정책까지는 펴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인 노숙자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가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을 팔아서 큰 돈이 되려나 싶지만 적어도 그들이 사회에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 적어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데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비해서 젊은 노숙인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취직을 하지 못하고 할 일이 없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고 가정 안에서도 보살핌을 받지 못하니 밖으로 나와버리게 되고 자발적인 노숙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자발적인 노숙인이었던 노는 루를 만나서 인생이 달라질까. 아직 어린 루가 직접적으로 노에게 영향을 미칠수가 있을까. 노숙인 생활을 벗어난다면 앞으로 노의 인생은 또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아직은 어리다면 어릴 수 있고 젊다면 젊을 수 있는 나이의 노와 루. 그녀들의 앞길이 크고 평평하고 넓은 대로였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에서 보다 더 큰 뜻을 펼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마지막 마랭선생님의 한마디가 머리속을 휘감아 몰아친다. 루가 절대 포기하지 않기를.

 

"베르티냐크양?" "네?" "포기하지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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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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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말엔 숲으로]라는 책을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처음 읽었을때는 속좁게도 질투를 느꼈었다. 다들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가지고 있는 세친구들. 저마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조금은 프리하게 일을 하며 숲에 사는 하야카와를 찾아온다. 인생의 힘듦과 일의 힘듦, 그리고 사람관계의 힘듦을 토로하면 그때마다 하야카와는 숲으로 같이 가서 그에 맞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 느낌이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거나 타이르는 식이 아니라 친구 간에 서로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더욱 정답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책의 끝은 여행사에 다니는 세스코가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내용이었다. 보통은 이어지기 마련인 이야기가 그렇게 끝이 나버려서 잘 읽던 책을 누가 뺏은 거 마냥 어? 하면서 약간은 당황했었다. 그 이후로 작품 속에서는 7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너의 곁에서]라는 책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을 했다. 이 친구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생소함이라 신기함은 없지만 대신 익숙함과 안도감을 준다. 그들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7년이라고 하면 굉장히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로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 하지 않고 그냥 부지런히 일만 했는데도 그럻게 시간이 가는 걸 알 수 있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의 성장에 따라서 시간이 이리도 흘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지만(7년이면 갓난쟁이가 자라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된다) 다 커버린, 일만 하는 어른들의 일상이란 별 변화없이도 시간이 훌쩍 흐른다.

 

누구나 '나는 세상에 무슨 도움을 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는 밤이 있을까.(108p)

 

경리일을 하던 마유미와 여행사에서 일을 하던 세스코.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일에 열심이다. 직함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여전한 그 모습이 반갑다. 물론 신상에도 변화가 있다. 마유미는 초고속 이혼을 경험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있다. 세스코의 모습은 그닥 부각되지 않는다. [주말엔 숲으로]에서 마지막에 만났던 남자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이후의 일도 그려주지 않지만 클로버를 통해서 다른 남자에게 말을 거는 장면으로 보아 그와는 잘 되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번을 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편에도 무언가 딱  끝마치지 않고 여유를 남겨주고 있다. 숲에서 만난 타로의 선생님과 타로의 엄마인 하야카와. 그들은 몇번 만난적이 있고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들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책이 또 나오지 않을까.

 

하야카와는 치과의사와 결혼을 해서 타로를 낳고 여전히 숲에서 살고있다. 여전히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며 번역일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숲근처에서 살아가는 타로는 다른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엄마가 아이를 그렇게 키운 것이다. 숲을 가로질러서 학교를 가며 친구들의 어려움에도 엄마가 숲에서 해준 말들을 인용해서 잘 해결 해나간다. 이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 아마도 영화 [편지]에서 나왔던 박신양의 모습이 아닐까. 나무를 좋아하고 숲을 사랑하며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연구원.

 

여름이 지나가버려서 숲의 푸르름과 생동감은 느낄 수 없겠지만 가을이 오면서 이제 방방곡곡에 물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은 단풍놀이를 떠날 것이다. 숲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살 수 있을까.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어주는 숲이 되길 바라본다. 제목처럼 너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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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데스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혜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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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 이후의 삶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여기처럼 똑같은 세상이 존재하고 이미 죽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런 곳이라면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할까 아니면 서로 먼저 죽으려고들 할까. '애프터 데스'라는 이 책은 주인공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사실 이런 설정은 독특하지는 않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그 이후의 일을 상상하며 판타지 작품들을 그려내었다. 이 책과 가장 비슷한 작품을 떠올리면 [상심증후군]이 생각날 수 있다. 물론 설정은 전혀 다르다. 그 책은 사랑받지 못해 죽은 사람의 다른 사랑이야기를 그린 것이고 이 책은 자신이 무엇때문에 죽임을 당해야 했는지 모르는 사람의 죽음이후 새로운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상황설정이 비슷할 뿐이다.

 

타라덩컨 시리즈로 유명한 소피는 자신만의 죽음이후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얀 반 에이크의 작품을 보고 생각났다는 이 이야기들은 두렷하게 두가지의 컬러로 구분된다. 빨강과 파랑. 파랑과 빨강으로 이루어진 세계. 제목에서도 그 두가지 컬러는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무슨 태극문양도 아니고 빨강과 파랑이라니 그 색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늦은 밤 집으로 가는 길이었을 뿐인데 제레미는 죽임을 당한다. 그것도 일본도 목이 베어진 채 잔인하게. 그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누가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승승장구에 누가 태클을 건 것인지 아니면 나이답지 않게 돈이 많은 자신의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엄마가 새로 결혼한 무기사업을 하는 의붓 아버지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뭏든 목이 뎅겅 잘렸고 그 결과 그냥 죽었다. 이제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빨강과 파랑의 세계. 붉은 빛의 천사와 푸른 빛의 천사. 그리고 각종 여러 색들의 안개.그는 어떻게 애프터 데스의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라즈베리를 얹어 맛이 풍부한 컵케이크, 바나나 맛이 나는 폭신하고 사르르 녹는 마시멜로, 아삭아삭 씹히는 빨간 사과, 짭짜름한 버터캐러멜, 캐슈너트, 피스타치오 크림, 약간의 고추가 들어가고 백리향의 향이 진한, 포크가 서 있을 정도로 감동적인 기도네 가게의 볼로네즈 파스타, 감미로운 감자, 거의 날아오를 것 같이 너무나 가벼운 양파튀김....진정한 맛의 불꽃놀이였다.(244p)

 

천사가 되었어도 먹어야 한다.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천사로도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 인간과 같은 것을 먹는 것은 아니다. 안개. 즉 사람들의 감정을 먹는 것이다. 화를 내거나 분노를 일으키는 붉은 안개를 먹으면 붉은 천사가 되고 좋은 감정인 파란 안개를 먹으면 푸른 천사가 된다. 물론 선한 천사다. 골라가며 먹어야 한다.

 

붉은 천사라고 해도 해될 것 은 없지만 너무 많이 붉은 기운을 섭취하면 그 또한 사라질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천사라고 해서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이 먹거나 안 먹거나 또는 다른 천사에게 먹혀버리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조사하던 제레미는 자신의 의붓동생에게 붉은 천사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본다. 그 붉은 천사는 동생이 잠을 자지 못하게 방해하고 감정을 흐뜨려놓는다. 엄마는 아이에게 수면제를 주어서 재우지만 그것 또한 임시방편일뿐 저 붉은 천사를 내쫓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한편 자신의 죽임의 원인을 추리해낸 제레미의 또라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서 정말 초보천사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것을 다하게 된다. 자신이 지켜주고 싶다던 그 여자를 죽음에서부터 구해줄수 있을까.

 

죽음 이후 천사들의 세계를 그리면서 사랑과 모험과 추리와 스릴까지 모든 것을 이 책 한권을 통해서 느끼게 만들어 버린 작가의 능력은 인정해줄 만하다. 익히 타라덩컨 시리즈를 통해서 느껴온 바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 밥 먹기가 싫으니 나 또한 안개를 먹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안개 한모금에 저렇게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면 그 아니 참을수가 있을까. 참지 못할 그런 안개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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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미술관 (책 + 명화향수 체험 키트)
노인호 지음 / 라고디자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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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구워지는 냄새, 막 깍은 잔디의 초록한 냄새, 갓 뽑은 커피의 구수함, 설탕을 녹였을때의 달달함,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새 책의 종이냄새. 내가 좋아하는 냄새들이다. 안타깝게도 이중에 인공적인 향은 포함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향수를 지정해두고 꼭 쓰고는 해서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 낸다는데 자연적인 향이 아닌 향을 맡았을때 바로 재채기가 나곤 하는 나로써는 향수는 쥐약인 셈이다.

 

시간이 날 때면 미술관에 가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딱미 미술에 조예가 깊어서 보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안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의도라던가 그림에 숨겨진 의미 같은것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내 느낌이 가는대로 그림을 보면서 이해를 하는 것이다.

 

그림과 향.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은 두가지를 연결한다면 어떨까. 향수매거진 사업을 접고 잠시 방황하던 시절 떠난 미국에서 모네의 그림을 보다가 초록내음을 느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과 향을 접목시켰다. 그림을 보면서 그에 맞는 향을 맡아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야말로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설명방법을 만들었고 그것을 책으로 내었다. 자신이 향수를 만드는 일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생각지 못했던 획기적인 방법, 그것은 불현듯 다가오는 법이다. 자신이 일상적인 일을 하는 동안에 말이다.

 

다섯개의 샘플 향수가 포함되어 있는 이 책은 향수의 숫자에 맞게 모두 5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자존, 고독, 혁신, 본질, 그리고 일상. 다섯가지의 주제에 맞는 그림을 선택하고 그 그림들에 맞는 향을 부록으로 넣어둔 것이다. 각 챕터를 읽는 동안 향을 느껴도 좋겠고 향수 이름에 맞는 명화들을 볼때만 따로 느껴도 좋겠다. 구성되어 있는 다섯개의 향의 이름은 꿈, 별이 빛나는 밤에, 수련,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이다.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볼때 하나씩 흠향해도 좋겠고 실제로 이 그림을 볼 기회가 있을 때 직접 들고 간다면 더욱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미리 조금씩 향을 맡아 보니 시중의 있는 향수와는 조금씩 다른 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꿈'이라는 그림에 맞는 향은 만다린 오렌지, 레몬, 베티버에다가 화이트 머스크향을 섞었다. 향수가 한가지로만 이루어지지 않않듯이 이 그림에 맞는 향 또한 한가지가 아니라 그림에 어울릴듯한 향들을 선택해서 적당한 비율로 섞어 놓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별이 빛나는 밤에'의 향이 그야말로 멋졌다. 일랑일랑과 핑크페퍼, 파출리로 이루어진 단순한 조합이지만 약간의 시원한 듯하면서도 푸르름이 느껴지면서도 어두움을 가져다 주는 것이 어둠을 나타내는 네이비 컬러와 밝음을 나타내는 노란빛이 소용돌이쳐 흐르는 그림을 연상케 했다.

 

고요함이 감도는 밤의 향기.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윽한 향의 시작.

하지만 무게감 있는 밤의 향기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미세한 잔향은 아주 부드럽습니다.

오묘한 느낌의 밝은 향기를 포착해 내셨나요?

마치 이 작품속의 화려한 노란 별빛과 같이 밝고 영롱한 느낌입니다.(53p)

 

 여름에 모네의 그림을 디지탈화 시켜놓은 전시회를 갔다 온 적이 있어서 아쉬웠다. 이 책이 그때 나왔다면 모네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 향을 맡아볼 수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실 가득히 사방으로 둘러싼 그림들. 특히 입체화 시켜서 물살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살아있는 수련의 모습을 영상화시킨 작품을 보면서 이 향을 맡았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본듯한 명화들이라서 더욱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익히 언급했듯이 이 책은 그림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써놓지는 않았다. 책의 두께는 두껍지 않고 무게는 무겁지 않지만 그에 덧씌워진 향들로 인해서 충분히 무게감이 느껴지는 한 권의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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