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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평점 :
처음 [주말엔 숲으로]라는 책을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처음 읽었을때는 속좁게도 질투를 느꼈었다. 다들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가지고 있는 세친구들. 저마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조금은 프리하게 일을 하며 숲에 사는 하야카와를 찾아온다. 인생의 힘듦과 일의 힘듦, 그리고 사람관계의 힘듦을 토로하면 그때마다 하야카와는 숲으로 같이 가서 그에 맞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 느낌이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거나 타이르는 식이 아니라 친구 간에 서로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더욱 정답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책의 끝은 여행사에 다니는 세스코가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내용이었다. 보통은 이어지기 마련인 이야기가 그렇게 끝이 나버려서 잘 읽던 책을 누가 뺏은 거 마냥 어? 하면서 약간은 당황했었다. 그 이후로 작품 속에서는 7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너의 곁에서]라는 책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을 했다. 이 친구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생소함이라 신기함은 없지만 대신 익숙함과 안도감을 준다. 그들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7년이라고 하면 굉장히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로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 하지 않고 그냥 부지런히 일만 했는데도 그럻게 시간이 가는 걸 알 수 있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의 성장에 따라서 시간이 이리도 흘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지만(7년이면 갓난쟁이가 자라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된다) 다 커버린, 일만 하는 어른들의 일상이란 별 변화없이도 시간이 훌쩍 흐른다.
누구나 '나는 세상에 무슨 도움을 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는 밤이 있을까.(108p)
경리일을 하던 마유미와 여행사에서 일을 하던 세스코.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일에 열심이다. 직함의 변화는 있을지라도 여전한 그 모습이 반갑다. 물론 신상에도 변화가 있다. 마유미는 초고속 이혼을 경험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있다. 세스코의 모습은 그닥 부각되지 않는다. [주말엔 숲으로]에서 마지막에 만났던 남자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이후의 일도 그려주지 않지만 클로버를 통해서 다른 남자에게 말을 거는 장면으로 보아 그와는 잘 되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번을 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편에도 무언가 딱 끝마치지 않고 여유를 남겨주고 있다. 숲에서 만난 타로의 선생님과 타로의 엄마인 하야카와. 그들은 몇번 만난적이 있고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들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책이 또 나오지 않을까.
하야카와는 치과의사와 결혼을 해서 타로를 낳고 여전히 숲에서 살고있다. 여전히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며 번역일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숲근처에서 살아가는 타로는 다른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엄마가 아이를 그렇게 키운 것이다. 숲을 가로질러서 학교를 가며 친구들의 어려움에도 엄마가 숲에서 해준 말들을 인용해서 잘 해결 해나간다. 이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 아마도 영화 [편지]에서 나왔던 박신양의 모습이 아닐까. 나무를 좋아하고 숲을 사랑하며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연구원.
여름이 지나가버려서 숲의 푸르름과 생동감은 느낄 수 없겠지만 가을이 오면서 이제 방방곡곡에 물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은 단풍놀이를 떠날 것이다. 숲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살 수 있을까.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어주는 숲이 되길 바라본다. 제목처럼 너의 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