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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데스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혜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누구나 다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 이후의 삶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여기처럼 똑같은 세상이 존재하고 이미 죽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런 곳이라면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할까 아니면 서로 먼저 죽으려고들 할까. '애프터 데스'라는 이 책은 주인공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사실 이런 설정은 독특하지는 않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그 이후의 일을 상상하며 판타지 작품들을 그려내었다. 이 책과 가장 비슷한 작품을 떠올리면 [상심증후군]이 생각날 수 있다. 물론 설정은 전혀 다르다. 그 책은 사랑받지 못해 죽은 사람의 다른 사랑이야기를 그린 것이고 이 책은 자신이 무엇때문에 죽임을 당해야 했는지 모르는 사람의 죽음이후 새로운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상황설정이 비슷할 뿐이다.
타라덩컨 시리즈로 유명한 소피는 자신만의 죽음이후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얀 반 에이크의 작품을 보고 생각났다는 이 이야기들은 두렷하게 두가지의 컬러로 구분된다. 빨강과 파랑. 파랑과 빨강으로 이루어진 세계. 제목에서도 그 두가지 컬러는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무슨 태극문양도 아니고 빨강과 파랑이라니 그 색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늦은 밤 집으로 가는 길이었을 뿐인데 제레미는 죽임을 당한다. 그것도 일본도 목이 베어진 채 잔인하게. 그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누가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승승장구에 누가 태클을 건 것인지 아니면 나이답지 않게 돈이 많은 자신의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엄마가 새로 결혼한 무기사업을 하는 의붓 아버지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뭏든 목이 뎅겅 잘렸고 그 결과 그냥 죽었다. 이제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빨강과 파랑의 세계. 붉은 빛의 천사와 푸른 빛의 천사. 그리고 각종 여러 색들의 안개.그는 어떻게 애프터 데스의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라즈베리를 얹어 맛이 풍부한 컵케이크, 바나나 맛이 나는 폭신하고 사르르 녹는 마시멜로, 아삭아삭 씹히는 빨간 사과, 짭짜름한 버터캐러멜, 캐슈너트, 피스타치오 크림, 약간의 고추가 들어가고 백리향의 향이 진한, 포크가 서 있을 정도로 감동적인 기도네 가게의 볼로네즈 파스타, 감미로운 감자, 거의 날아오를 것 같이 너무나 가벼운 양파튀김....진정한 맛의 불꽃놀이였다.(244p)
천사가 되었어도 먹어야 한다.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천사로도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 인간과 같은 것을 먹는 것은 아니다. 안개. 즉 사람들의 감정을 먹는 것이다. 화를 내거나 분노를 일으키는 붉은 안개를 먹으면 붉은 천사가 되고 좋은 감정인 파란 안개를 먹으면 푸른 천사가 된다. 물론 선한 천사다. 골라가며 먹어야 한다.
붉은 천사라고 해도 해될 것 은 없지만 너무 많이 붉은 기운을 섭취하면 그 또한 사라질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천사라고 해서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이 먹거나 안 먹거나 또는 다른 천사에게 먹혀버리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조사하던 제레미는 자신의 의붓동생에게 붉은 천사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본다. 그 붉은 천사는 동생이 잠을 자지 못하게 방해하고 감정을 흐뜨려놓는다. 엄마는 아이에게 수면제를 주어서 재우지만 그것 또한 임시방편일뿐 저 붉은 천사를 내쫓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한편 자신의 죽임의 원인을 추리해낸 제레미의 또라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서 정말 초보천사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것을 다하게 된다. 자신이 지켜주고 싶다던 그 여자를 죽음에서부터 구해줄수 있을까.
죽음 이후 천사들의 세계를 그리면서 사랑과 모험과 추리와 스릴까지 모든 것을 이 책 한권을 통해서 느끼게 만들어 버린 작가의 능력은 인정해줄 만하다. 익히 타라덩컨 시리즈를 통해서 느껴온 바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 밥 먹기가 싫으니 나 또한 안개를 먹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안개 한모금에 저렇게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면 그 아니 참을수가 있을까. 참지 못할 그런 안개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