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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어제 아이돌 그룹 멤버 한명이 멘사 회원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이큐가 150이 넘던가. 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에서 봐서 익히 비상함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시화되어지니 더욱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인 루도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진학을 했고 한국으로 따지면 오빠, 언니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언니,오빠들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대단한 아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 아이가 학문적인 지식은 있어도 사회적인 적응력은 얼마나 될 지가 궁금해졌다.
루는 한번 보면 그대로 암기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들앞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낸 숙제도 그냥 넘어가길 원했다. 발표주제는 무엇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그저 불쑥 튀어나온 한마디. 노숙자요. 이제 꼼짝없이 노숙자에 대한 조사를 하게 생겼다. 더군다나 인터뷰를 통한 주제 조사라니. 선생님은 위험할수도 있으니 부모님과 함께 가라고 하지만 엄마는 집에서만 있는 두문불출형이고 아빠는 숨어서 몰래 우는데 어찌하란 말인가.
난감한 상황에 놓인 루는 포기하지 않고 일단 시도해본다. 그녀가 결국 만난 것은 '노'라는 이름의 친구다. 아직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그녀는 왜 노숙자 생활에 빠져든 것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루를 통해서 풀어나간다. 노와 루. 어찌보면 나이를 초월한 그녀들의 우정 이야기로 있겠고 또는 사회적인 비판을 나타내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내 어머니 모든 것](http://blog.naver.com/noon472/50163130435)이라는 책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던 작가의 글솜씨는 여전하다. 번역이 매끄러운 덕분인지 프랑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은 큰 장점중의 하나이다. 너무나도 문학스러운 글들로 인해서 프랑스 소설은 무조건적으로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사람이 있다면 델핀 드 비강,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노숙자 자립을 위한 어떤 정책이 있을까. 일반 사람들이 살기에도 어려운데 그들을 위한 정책까지는 펴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인 노숙자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가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을 팔아서 큰 돈이 되려나 싶지만 적어도 그들이 사회에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 적어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데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비해서 젊은 노숙인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취직을 하지 못하고 할 일이 없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고 가정 안에서도 보살핌을 받지 못하니 밖으로 나와버리게 되고 자발적인 노숙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자발적인 노숙인이었던 노는 루를 만나서 인생이 달라질까. 아직 어린 루가 직접적으로 노에게 영향을 미칠수가 있을까. 노숙인 생활을 벗어난다면 앞으로 노의 인생은 또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아직은 어리다면 어릴 수 있고 젊다면 젊을 수 있는 나이의 노와 루. 그녀들의 앞길이 크고 평평하고 넓은 대로였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에서 보다 더 큰 뜻을 펼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마지막 마랭선생님의 한마디가 머리속을 휘감아 몰아친다. 루가 절대 포기하지 않기를.
"베르티냐크양?" "네?" "포기하지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