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감옥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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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물이 무서워서 수영을 못한다고 말을 했을 때 "샤워는 어떻게 하니?"라고 물어보던 외국인 선생이 생각났다. 섬나라여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수영을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곳.  "바보야, 샤워는 바닥에 발이 닿지만 수영은 발이 닿지 않으니 무섭지."라고 대답을 해줬었다.

 

그래, 나는 물이 무섭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더욱더 물이 무섭다. 내가 물 속에 있을때 누군가가 내 발을 슉 하고 잡아당길까봐, 아니면 마누엘라처럼 누군가 휙하고 내 발을 치고 지나갈까봐 그게 무섭다. 결국 나는 수영을 배우지 못할거다. 아마도.

 

물의 정령, 슈티플러, 난 물의 정령이다.(44p)

 

초짜 신참에 이미 익숙하고 닳을대로 닳아버린 고참 형사. 이 둘의 콤비는 옳다. 주인공의 성별이 같아도 달라도 재미나는 구성이 되고 사건들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신참 여자 마누엘라와 그녀의 상관 에릭 슈티플러. 마초성격에 여자가 나서서 무엇인가 주도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슈티플러에게 끊임없이 말을 해대며 무엇이든 의욕적으로 나서서 하려고 하는 마누엘라가 좋게 보일리 없다.

 

결국 다른 팀원들이 회의를 하는 시간에 그는 상관의 지위를 이용해서 마뉴엘라에게 사건조사를 지시한다. 의도한 왕따가 된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한 조사이긴 했다. 익사한 시체에서 나온 물과 비교하기 위해 사건 주위의 여러개의 호수의 물을 다 떠오라는 것. 마누엘라는 사건도 해결하고 이 팀에서 자신의 존재도 지킬수 있을까.

 

여자의 피부는 돌고래처럼 흠 하나 없이 매끈했다.

동생과 똑같았다.

이제 춤을 추고 싶었다.

바로 지금.

(439p)

 

이토록 아름다운 문구들은 이것이 진정 장르소설인가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속에서 춤을 추는 것은 판타지 소설에서처럼 과히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이라면 말이다. 장르소설답게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은 연속성을 띄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고 그 여자들은 모두 물에 익사한 상태로 발견된다.

 

범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에릭에게 드러내지만 에릭은 그것을 감춘다. 여기서부터 수상해진다. 에릭이 사건을 풀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묻어버리려는 느낌이 든다. 이 사건들은 모두 그와 관련이 있다. 사건의 피해자들도 에릭과 관련이 있다. 없을 수가 없다. 두번째 발견된 여자는 바로 그의 전부인이었으니 말이다.

 

윗선에서는 당장 에릭을 불러들이고 그는 사건에서 빠지게 된다. 중압감에 못 이겨서 힘들어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경우를 소설에서 흔히 본다. 그들의 캐릭터 자체가 힘들고 무겁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이겨낼수만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네스뵈의 '해리'도 그러지 않았는가. 한때 알콜중독까지 갔었어도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 해낸 그를 보면서 다른 캐릭터들도 그럴것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정말 구제불가능할 정도로 썩은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지옥계곡]으로 빙켈만의 첫작품을 읽었다.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읽으면서 정말 살이 시리도록 추움을 느겼어야 했다. 생생함이 살아있는 소설이라고 느꼈고 그 책을 읽으며 작가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두었다. 이제 그의 작품은 산에서 내려와 물로 돌아왔다. 그 시린감은 여전하다. 이제는 차갑도록 시린 물이다.

 

물을 배경으로 연속적으로 사건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은 진정 물의 정령인 것일까. 그는 에릭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일까. 연속적인 사건이 풀려가면서 에릭이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가 드러나며 그의 이야기를 풀어놓음과 동시에 더 큰 한방을 날려준다.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게 되는 그런 한방. 얼마전 보았던 영화 [특별수사]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들이 다시 떠올랐다. 어쩔줄 모르고 필사적으로 팔을 휘저으며 멀리 호수 안쪽으로 끌려가던 그 여자. 검은 물을 배경으로 하얗게 도드라져 보이던 여자의 얼굴. 위로 갑자기 솟구치며 잡을 곳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헛손질만 하다가 다시 심연으로 가라앉은 손. 그리고 그녀의 눈......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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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찬호께이.미스터 펫 지음, 강초아 옮김 / 알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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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화려한 표지. 이것이 진정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는 본문을 읽어야만 알 수있다. 사보텐- 일본어로 선인장을 의미하는 단어. 표지를 자세히 보다보면 이것이 선인장을 가까이 들여다본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선인장.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고 싶어진데는 아무래도 찬호께이의 영향이 제법 크다. 공동 저자인 미스터펫은 낯선 이름이니 말이다. 찬호께이. [13,68]로 대박을 쳤던 작가다. 나중에야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이런 대단한 작가가 있었다니 하면서 이름을 기억했고 그 이후로 나온 [기억나지 않음, 형사]를 읽고서는 약간 실망을 했지만 그 작품이 첫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그마저도 이해할 수 있다.

 

이번작품은 독특하게도 두 명의 작가가 두 개의 챕터를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다. 어떤 순서로 썼을까. 한 작가가 앞이야기를 쓰면 그것을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서 풀어갔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두명의 작가가 모여서 이런 방향으로 쓰자 하고 결정을 내린 후 시작했을까. 그림 작가와 글을 쓰는 작가가 협업을 하는 경우는 종종 보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어서 그들의 작업과정에 대해서 더욱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프롤로그 - 짧은 글을 이해하려고 들지마라. 그 모든 궁금증은 이 책을 읽은 후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끝가지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프롤로그를 읽기 위해서 앞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책. 그것이 바로 이 책, [스텝]이다. 제목은 알파벳 이니셜로 이루어져 있다. 네개의 에피소드 제목의 앞글자를 따서 S.T.E.P. 각 알파벳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볼 일이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 '사보타주'라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형량평가제도. 일종의 가상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면 빠르다. 재소자들의 각 특성을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그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다른 범죄를 저지를지 조용히 살아갈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로 퍼져나갔고 일본이 열번째로 그 제도를 도입했다. 열번째 사보타주 프로그램을 도입한 나라. 말 그대로 SABO TEN - 사보텐 즉 선인장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만큼 이 프로그램이 잘 활용되어서 범죄를 줄일수가 있을까.

 

현실세계는 그대로 둔 채 가상 속에서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는 것, 시나리오 상으로만 존재할뿐 전혀 현실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모든 제도에는 허점이 있는 법, 이 마저도 큰 비극을 낳고 만다.

 

어떻게 돌려도 한가지 결과만을 유추해내는 프로그램. 사건을 저지를 남자는 이미 감옥을 나온 상태이고 그가 저지를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모든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한 남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자신이 직접 이 모든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하고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그 범죄자를 처리하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기회를 없애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룰수가 있을까.

 

'무한원숭이정의' (283p)이라는 것을 아는가? 원숭이 앞에 타자기를 놓아두고 무한정으로 치게 하면 언젠가는 원숭이가 문자조합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제한이 없다면 언젠가는 결국 그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시나리오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을 무한정으로 돌린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존재는 기계화시킬 수 없다. 감정이라는 것이 잇고 그것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측정불가능한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다. 그것을 조건화 시켜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생각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결과가 좋든 나쁘던 간에 말이다. 전세계로 퍼져 나간 이 프로그램들은 얼마만큼의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실행되었을까.

 

에스코트, 머니퓰레이트, 가상인물, 스레드, 하위루트 등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전문적 용어가 꽤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어느 정도 컴퓨터 시스템을 안다면 전혀 지장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스릴러나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지만  찬호께이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며 미스터펫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작가를 알게되는 책이기도 하다.

 

홍콩과 대만작가가 만들어 낸 일본이야기. 왜 그들이 1회와 2회, 시마다 소지 작품상을 휩슬어 갔는지 아주 잘 이해할만하다. 이런 조합이라면 다음번에 또 공동의 작품을 만든다해도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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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김성한 지음 / 새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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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감, 정신없이 펼쳐지는 전개. 쉴새없이 몰아치는 감정들, 제때에 치고 빠지는 등장인물들. 이 모든 것은 책을 읽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서 쓴 첫 이야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스토리,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 어디선가 본 듯한 플롯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엄지를 들어줄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세다, 독하다, 자극적이다 그런 표현들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욕심, 배신, 청부, 외도, 정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양념에 버무린 김장김치처럼 톡쏘는 맛을 내뿜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진정 영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난 변호사였다. 박상우. 큰 집으로 했고 아이도 가졌고 앞으로 더 잘나가는 일만 남은 그런 앞길 탄탄한 변호사였다. 단지 더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가 아내 몰래 숨겨 놓은 비밀은 무엇일까. 아내 또한 그에게 감추고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서로간에 비밀이 생김으로 인해서 이 비극은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 싶어서 우연히 저지르게 된 사건. 그 사건을 덮기 위해서 시작한 일의 끝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알았다면, 그랬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꿈꾸던 완전범죄는 가능할 것인가.

 

행복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난날 꿈꾸고 바라던 것을 손에 쥐고 난 다음에도 그때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306p)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엃힌 실타래 속에서 상진은 실마리를 찾아내야 했다.(313p)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엃혔다고 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관계는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박상우가 저지른 일. 그것을 목격한 누군가 나타나고 그의 뒤를 이어 다시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서로의 뒤를 몰고 물리는 관계가 계속해서 성립한다. 그 꼬리의 끝은 누구일까. 이 물고 물리는 사슬의 끝은 누가 잘라줄 것인가.

 

끈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로 인해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다. 긴장감을 늦추는 순간 당신은 어디에서 멈춰서 있을지 모르게 된다. 사건의 끝을 향해 달려야만 한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변호를 맡은 박상우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완전히 묻어 버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수 있을까. 그렇게도 바라던 달콤한 인생은 과연 그의 몫이었을까.

 

욕심이 과하면 죄를 낳는다고 했던가. 그의 인생은 그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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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4 -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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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마키의 콩고양이 네번째 이야기. 작가의 이름에도 볼 수 있듯이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일본어로 고양이는 '네코'다. 작가의 카메라에는 사랑하는 고양이 냥코의 사진이 가득하다고 한다. 5권에서 나왔던 오빠가 콩알이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풍경이 왜 자연스러운지 알았다. 작가의 일상이 그랬기 때문에 생활에서 묻어나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차례대로 읽지 못하고 역순으로 읽어버린 이야기. 5권에서 뜬금없이 나오는 개양이 '두식이'에 깜짝 놀랐다. 물론 어떤 이유로 잠시 이 집에 있는 것이라는 사정을 파악하기는 했지만 이들이 친해지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다 이번 책에서는 두식이와 콩알이들의 첫만남부터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번역작품은 아무래도 유행을 타기 마련이다. 소설처럼 번역체가 일반적인 경우는 차치하고 카툰처럼 짧은 문장이 들어가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아마도 이번 4권과 지난번에 읽었던 5권은 한창 드라마 [태양의후예]가 방송될 때 번역이 되어졌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5권에서는 두식이가 말하는 것이 극중 유시진 대위의 말투다. '~했지 말입니다.' 하는 말투. 한창 인기가 있었던 그때 누구라도 그 말투를 한번쯤은 따라했을 것이다.

 

이번 4권에서는 소제목부터 조금은 유머스럽다. '소자'라는 표현을 써서 조금은 더 공손한 체를 취하고 있으며 '~하옵니다.' 라는 어미를 써서 어딘가 모르게 얌전해보이는, 그러면서도 격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두식의 캐릭터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원작에서는 어떠했을까. 거기서도 우리나라처럼 예전에 유행했던 단어들을 써서 나타냈을까. 이런 때는 원서와 번역서를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뛰어난 언어인지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개와 고양이. 고양이는 주인을 찾아갔지만 남겨진 개는 아직 주인이 없다. 그런 개를 오빠가 데리고 왔다. 잠시동안만 맡아주자는 것. 가족들은 좋지만 엄마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다행히 콩알이들에게 면역이 어느정도 된 엄마는 '잠시.'라는 단서를 붙여서 맡아주기로 하지만 '개는 바깥'이라는 원칙하에 바깥에서 오돌오돌 떨게 된다.

 

고양이와 함께 자라서 자신이 '고양이'인줄로만 아는 두식이. 두식이의 신세는 어찌될 것인가. 콩알이들과 함께 놀면서 자신이 고양이라고 더욱 확신한 할 것인가 아니면 이 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수 있을 것인가. 많이 자란 구구들도 반갑고 새로운 캐릭터 두식이도 반갑고. 거북이들까지.

 

이러다가 이 집이 동물원화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불안한다. 엄마의 고함소리가 쨍쨍 들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오늘도 여전히 해맑음 속에서 뛰어다니고 장난치는 콩알이, 팥알이들을 누가 말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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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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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달달하고 노오란 속살을 가진 과일. 즙이 많아 달달한 맛이 오래도록 감도는 과일. 동남아시아에서 흔한 과일이며 싸고 과일뿐 아니라 익지 않은 망고는 반찬으로으로도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랗게 익은 것을 먹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푸른 것을 먹는다고 하니 무슨 맛일까 하지만 입맛은 나라별로 다른 법이다.

 

망고, 파인애플, 연어, 모두 노란색에서 우러나는 맛이다. 세부섬에서 주로 먹는 참치는 옐로핀이라 일컫는 황다랑어다. 나는 베렌이 걸친 노란색 오프숄더를 상상했다.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는 망고스퀘어 상점의 노란 등에서 번져오는 허무한 냄새를 맡으면서.(70p)

 

전반적으로 망고의 노란색이 연상되어 지는 작품. 노란색이 비치지만 망고의 달콤한 보다는 왠지 모르게 익지 않은 초록색 망고의 딱딱함이 느껴지는 작품. 작가는 어떤 의도로 '망고스퀘어'라는 장소를 선택한 것일까. 검색을 해본다. 망고스퀘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세부에 있는 광장.  망고광장쯤으로 해석하면 될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면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 우리나라의 서울광장쯤으로 생각하면 맞을까.

 

오늘도 이곳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놓아둔 가방을 보며 기회는 노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 하퍼다. 한국인 아버지 필리핀인 엄마. 아버지는 죽고 엄마는 재혼해서 일본행. 결국 나혼자 여기 남았다. 별달리 할수 있는 일은 없다. 사람들의 가방도 뒤지고 불법으로 영상을 다운받아서 그것을 다시 올리기도 하고 마약배달도 하지만 그것이 꼭 '코피노'이기 때문은 아니다. 코피노족이라는 이름부터가 이들을 차별하는 말이 아닐까. 굳이 코피노족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도 않고 흔히들 생각하는 다큐에 나오는 그런 코피노들과는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하퍼다.

 

하퍼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어리다면 어린나이에 부모없이 혼자서 성장하고 있는 그는 결코 쉬운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차분히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모두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그 또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꼭 불행하다고만은 할수 없다.

 

하퍼가 하고 있는 있는 일이 합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수 있다. 자신의 불법을 덮어두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하는 하퍼. 그는 '베렌'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결국 그녀를 엄마가 계신 일본에서 만나게 된다. 일본과 필리핀. 여려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 닮은 점이 없는 듯 있다.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세부가 아닌 일본에서 베렌을 만난 하퍼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될까.

 

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도 일지도 모른다. 바다의 파도. 그 파도가 큰 쓰나미가 되어 넘어온다면 한 나라 자체가 위험해지는 것은 아닐까. 내내  '파도'가 찰싹거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쓰나미'가 되어 하퍼와 베렌을 덮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앞길에 축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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