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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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이라고 불릴만큼 한국의 사정이 좋지 않게 되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것을 꿈꿔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가서 살아본 사람들은 또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할 것이다.

 

비단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화가 다른 것도 적응하면 될 일지지만 기타 여러 행정상의 문제들이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이다. 가령 외국에서 어느 정도 머무는 것은 단기비자를 받아서 해결될 수 있지만 그 이상 머무르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에 합당한 서류를 갖추어서 이민국에 가서 새로운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것은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야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도 물론이거니와 어느 나라에서도 이 과정은 절대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침 일찍부터 가서 줄을 서도 언제나 줄은 길다. 한번 비자를 받아두고 나면 그 기간 동안은 안심을 하지만 비자 갱신기간이 다가오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그 모든 것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도 되는 것은 내가 태어난 내나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떠남을 꿈꾸곤 한다.

 

이 부부 심상치 않다. 지난번 [퐅랜]을 읽었을 때부터 그랬다. 미리부터 준비하고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훌쩍 떠나서 정착을 한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지역에서 머무르면서 자신들만의 가족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 부부의 전작이었다면 이번에는 누구라도 잘 알고 있는 관광지 하와이다.

 

포틀랜드를 떠나 도착한 곳이다. 낯선 곳에서 정착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기가 되자 다시 떠나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또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준비한다.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말 대단한 부부이지 않은가.

 

일단 단기로 머무를 숙소만 예약한 채로 날아온 부부는 살 집을 구하고 차를 구한다. 모든 것이 쉽지는 않다. 당연하지 않은가. 한국에서도 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미친듯이 팔고 손품을 어느정도 팔아야 원하는 집을 구할 수 있는데 하물며 외국이다. 거기다 첫눈에 들어 산 차는 계속 퍼지기만 하고 전주인은 연락도 되지 않고.

 

그런들 어떠한가. 그들이 도착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그들은 원했던 서핑을 하기 시작한다. 표지에도 나와있지 않은가. 파도타고 글 쓰고 파도 타고 그림 그리고. 말 그대로 파도와 함께 살아가는 나날인 것이다. 수영을 좋아하거나 해양스포츠를 좋아하거나 바다와 함께 사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이곳이 낙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여름이 되자 오랜만에 보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렇에 일상은 흘러간다. 어딘들 다르랴. 사람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하게 살아진다. 처음에 시작은 다소 어려울 수 있을지 몰라도 살다보면 또 그렇게 살게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자질구레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도 그렇게 큰 일이 없으면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

 

2년을 살고 또 그곳에 익숙해질때쯤 되어서 그들은 또 떠남을 준비한다. 이제는 자신들의 나라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2년을 살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들 부부와 함께 파도를 타고 알로하셔츠를 사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파티를 하고 바다를 친구삼아 그렇게 지낸 시간들이 고스란히 책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다.

 

갑자기 작가가 사서 모았다는 알로하 셔츠를 입어보고 싶어졌다. 꼭 셔츠가 아니라 스카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그 셔츠. 그 옷을 입으면 나도 조금은 더 하와이에 가깝게 있다고 느껴질 것만 같다.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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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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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건이 저질러지고 해결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주인공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서는 혹시 자신이 그 모든 범행을 해놓고서는 그것을 수습하려 저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병이 생긴 탓이다. 언제나 그 의심병은 정답을 빗나가고 말아버린다.

 

장례식이 열린다. 한 남자의 죽음. 교통사고로 인해서 죽은 그는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남겼다. 그녀 역시도 그 차에 타고 있었다. 집을 보러 가는 길에 말다툼을 했고 그는 그녀를 차에서 내리라고 했고 그 혼자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밀쳐짐을 당한 그녀. 남편의 전처의 아이가 그녀를 살인자로 몰고 있다. 그 즉시 실려간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다. 이 모든 것은 다 그녀때문일까.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녀의 아이가 사라진다. 엄마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신생아.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 연약한 존재. 그 아이는 잠시 순간에 집에서 사라졌다. 혼자서 나갔을리는 만무하고 분명 누군가 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데려간 것이다.

 

아이의 엄마는 미친듯이 아이를 찾아보지만 협박쪽지와 함께 남겨진 아기의 사진을 보자 경찰에 신고할 의지마저 내려놓는다. 그렇게 아이의 행방을 혼자서 찾아보지만 과연 그녀가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절대 경찰에는 알리지 않던 그녀는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다 힘든 나머지 시어머니를 비롯한 친구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기의 이야기를 하고 만다. 아니 그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경찰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게 낫지 않았느냐는 말이지. 작가는 분명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녀의 행보가 조금 석연찮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그녀를 의심할 수밖에.

 

작가의 전작 [타인은 지옥이다]를 읽었었다.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이번에도 작가의 능력은 날선 검처럼 슥슥 잘도 베어간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반미치광이가 되어 갈수록, 협박편지가 사진이 계속 날아들수록 가슴이 조여간다.

 

언제나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범인은 주변에 있다는 것, 또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것,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작가들은 꼭 마지막 몇장을 남겨두고 독자들의 뒤통수를 친다는 것이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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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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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 작가로써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글을 읽고 써서 작가의 꿈을 이룬 그녀.

이미 그녀의 작품 킨(http://blog.yes24.com/document/8714513)과 블러드 차일드 (http://blog.yes24.com/document/8712131)를 읽은 적이 있지만 이 책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 무언가 조금은 더 환상적인 느낌이 든달까.

 

분명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으로 인해서 조금은 더 다른 생명체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을 보는 듯 한 느낌 마저도 든다. 분명 생경한 느낌이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역사와 판타지 그리고 과학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는 이 이야기는 '아프로퓨처리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고 하는데 아프로퓨처리즘이란 아프리카(Afro-)와 미래주의(futurism)의 합성어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문화, 역사와 선진 기술의 발전을 융합시킨 문화 양식이다.(네이버 검색)

 

여기 나이가 들지 않는 여자 아냥우가 있다. 야생종인 그녀. 나이가 들지 않을 뿐 아니라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꿀수도 있다. 남자가 되는가 하면 여자도 될수 있고 나이가 든 여자의 모습인가 하면 어느새인가 또 젊은 여자의 모습으로도 변할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이 아닌 다른 어떤 동물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진 그녀이다.

 

여기 그녀를 찾아온 남자 도로가 있다. 그 또한 나이가 들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아니 그는 다른 사람을 죽인다. 자신이 변하고자 하는 사람의 몸을 빼앗고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한 마을을 다스리는 그가 여기 아냥우를 점찍었다. 야생종이며 제어하기 힘든 그녀이지만 이제  그를 따라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그곳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그들이 가진 능력으로 인해서 굉장히 다채로움을 주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도로와 아냥우는 서로 남편과 아내같은 위치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도로는 자신의 마을을 위해서 강인한 그녀의 육체를 이용하기로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들인 아이작과 그녀를 짝지어준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데리고 사는 모습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조금은 어색한 모습이며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기도 하다. 아냥우가 도망칠 방법을 생각해내는 그런 시간이기도 한다. 그런 어색함을 아냥우의 말을 통해서 생각을 통해서 작가는 걸러내고 있다. 아냥우 또한 충분히 그런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반발을 예상이라도 한듯이 주인공에게 그런 성격을 심어 놓은 것이다.

 

아이작의 말을 통해서 탈출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도망치는데 성공하면서도 도로에게 자기 육체를 취하는 즐거움을 주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일 거에요. 우리 어머니의 방법이요.(205p) 아냥우는 도망치기보다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방법을 택했고 그런 그녀 때문에 독자들은 그래서 그녀에게 동화되고 조금은 이 낯선 상황을 잘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아냥우. 평범한 사람에게 백 년,백오십 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생각해본 적 있나? (412 p)

 

도로는 아냥우에게 묻는다. 절대 죽지도 죽을수도 없는 그들이기에 이런 시간들은 그저 찰나의 시간으로만 여겨지는 것일까. 인간이라는 종에게는 이 시간이 평생의 시간일텐데 그들에게는 더없이 짧은 시간일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만든 신이라는 존재에게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존재하는 것인가. 하긴 하루살이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의 인생 또한 영겁의 시간일수도 있겠다.

 

당신과 아냥우는 성별을 바꾸고, 피부색도 바꾸고,  짝을 짓는 모습이 마치..... (516p)

 

내가 누군가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선택하게 될까. 도로처럼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 몸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아냥우처럼 나의 몸 그대로를 변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변하고 싶을까. 이것은 마치 부모가 자신의 아기를 원하는대로 유전자조작을 해서 얻어내는 모습도 될 수 있겠다. 작가는 이미 이 때에 미래를 내다 본 것이 아닐까.

 

전혀 불가능한 판타지가 아닌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모를만한 이야기인 sf. 작가의 이야기의 세계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으면서도 그 끝은 현실에 닿아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것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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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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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들어버렸습니까?" 그녀는 자신을 강간한 남성에게 물었다. (330p)

 

범죄는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 수많은 범죄들이 모두 나쁘지만 그중에서도 '강간'이라는 것은 더욱 나쁘다. 육체적으로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까지도 남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이다.

 

강간이라는 범죄에 있어서 성별을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남성에 의해서 저질러 지는 강간인 경우 피해자들은 남성을 보면 놀라거나 심한 경우에는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신체적인 반응으로 나타나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피해를 당하고 신고를 했는데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여기 한 피해자가 있다. 자신은 분명 강간을 당했고 그 증거도 있다.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자신이 당한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녀의 상황을 보았을 때 거짓신고임에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다 원통할 지경이다. 분명 나는 강간을 당했는데 주위에서는 오히려 나를 손가락질한다. 당한것도 서러운데 오해까지 쓰니 더욱 미칠 지경이다. 이러니 누가 나서서 신고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나 혼자만 아는 사실로 덮고 묻어버리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사건으로 인해서 범인의 행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분명 막을 수 있는 범죄를 막지 못하고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연에 막을 수 있는 것을 더 큰 상황으로 발전시키는 꼴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꼴이랄까.

 

범죄사실은 묻혀 버렸고 신고를 한 그녀는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니 그뿐인가. 나라로 부터 오히려 거짓증거를 한 죄를 묻게 된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대처를 할 수 있는지 정말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된다.

 

저런 사회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네 상황도 그닥 다르지는 않다. 분명 자신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는데 너가 여지를 보였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던지 또는 상호간의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던지 너도 좋아서 한 것 아니냐며 그런 식으로 질문을 받고 대우를 받는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 것인가 말이다.

 

활개를 치고 다니는 범인은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며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 강간을 하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그것을 인터넷에 올려서 자신만의 사이트를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서 돈벌이를 하고 자신만의 전리품을 하나하나 쌓아간다. 정말 참담하고 분통이 터지고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자,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물론 범죄를 막으려면 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신고를 했을 때 제대로 된 조사를 해주기를 정말 경찰들에게 바라는 바이다. 자신의 딸이나 누나나 엄마나 할머니(여성들의 경우에만 예를 들었다)가 당했다고 생각하고 무시하지 말고 경말하지 말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해달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억울한 일이 나라를 막론하고 벌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이런 성범죄가 더이상은 행해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참고로 이 범인은 300년 이상의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우리나라 판사들이여, 무언가 느끼는 것이 없는가.

 

경험을 통해 그는 잠재적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보는 건 위험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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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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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편견이란, 사람의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소설 한권을 통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사람을 대체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 단지 그 사람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과 지금 하는 행동으로 그 사람을 모조리 평가해버리지는 않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공포증이 있어서 집밖으로는 절대 나갈수 없는 그녀, 나가기라도 했다가 쓰러지기 일쑤니 나가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도 편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실 안 나가고 사는 것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게 살아왔다.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먹고 있다. 의사는 절대 약을 술과 함께 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정신과 약은 독하다. 모든 약이 다 독할지라도 이 약은 더하다. 거기다 술과 함께 복용했을시에는 환각 증세도 나타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술을 마신다. 술과 함께 약을 먹는다. 이럴 경우 제삼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녀가 보는,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가 느끼는 모든 것이 다 허상이라는 결론이다. 과연 그럴까.

 

만약 나처럼 생각했다면 당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다. 물론 나와 반대로 생각했다 하더라도 당신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셈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고양이 한마리와 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녀, 물론 지하에는 남자 한명이 세를 들어 살고 있지만 그녀와 크게 마주칠 일은 없을 듯하다.

 

성능 좋은 카메라로 자신의 이웃집을 살펴보는 그녀, 그 맞은편 집에 누가 사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저 단순하게 그들이 행동하는 것을 본다. 그들에게 무언가 협박을 가할 의도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생활을 침해하기 위해서 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영화를 보고 그들의 집을 보고 그 곳에 살아가는 한 아이를 본다. 그날도 그렇게 보던 중이었다. 그녀의 뷰파인더로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 사건이 일어난 것은 말이다.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공포증을 가진 한 여자를 중심으로 해서 하루하루 날짜를 달리해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무언가 큰 사건이 있어서 심장을 미친듯이 부여잡게 만든다거나 확 소름이 끼친다거나 닭살이 오른다거나 하는 작품은 아니다.

 

단지 날을 거듭해가며 밑밥을 착실히 깔아둔다.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상태를 그저 담담하게 기술한다. 그 담담함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는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알고 난 이후 자신이 생각했던 무모든 것을 다시 되집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는가를 자책하면서 말이다. 자책감을 가지기 싫다면 애초에 편견을 가지지 말것. 이 책을 읽기 전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다.

 

그녀가 내내 보던 영화들이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소라도 해주듯이 뒤쪽에 그녀가 보았던 영화들을 짧은 설명과 함께 정리해두었다. 언젠가 이 영화들을 한편씩 보고싶다. 그녀처럼 집밖에 안 나가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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