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건이 저질러지고 해결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주인공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서는 혹시 자신이 그 모든
범행을 해놓고서는 그것을 수습하려 저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병이 생긴 탓이다. 언제나 그 의심병은 정답을 빗나가고
말아버린다.
장례식이 열린다. 한 남자의 죽음. 교통사고로 인해서 죽은 그는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남겼다. 그녀
역시도 그 차에 타고 있었다. 집을 보러 가는 길에 말다툼을 했고 그는 그녀를 차에서 내리라고 했고 그 혼자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밀쳐짐을 당한 그녀. 남편의 전처의 아이가 그녀를 살인자로 몰고 있다. 그 즉시 실려간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다. 이 모든 것은 다
그녀때문일까.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녀의 아이가 사라진다. 엄마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신생아. 자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 연약한 존재. 그 아이는 잠시 순간에 집에서 사라졌다. 혼자서 나갔을리는 만무하고 분명 누군가 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데려간 것이다.
아이의 엄마는 미친듯이 아이를 찾아보지만 협박쪽지와 함께 남겨진 아기의 사진을 보자 경찰에 신고할
의지마저 내려놓는다. 그렇게 아이의 행방을 혼자서 찾아보지만 과연 그녀가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절대 경찰에는 알리지 않던 그녀는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다 힘든 나머지 시어머니를 비롯한 친구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기의 이야기를 하고 만다. 아니 그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경찰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게 낫지 않았느냐는 말이지. 작가는 분명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녀의 행보가 조금 석연찮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그녀를 의심할 수밖에.
작가의 전작 [타인은 지옥이다]를 읽었었다.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이번에도 작가의 능력은 날선 검처럼 슥슥 잘도 베어간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반미치광이가 되어 갈수록, 협박편지가 사진이 계속 날아들수록 가슴이
조여간다.
언제나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범인은 주변에 있다는 것, 또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것,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작가들은 꼭 마지막 몇장을 남겨두고 독자들의 뒤통수를 친다는 것이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