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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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들어버렸습니까?" 그녀는 자신을 강간한 남성에게 물었다. (330p)

 

범죄는 좋지 않다. 아니 나쁘다. 수많은 범죄들이 모두 나쁘지만 그중에서도 '강간'이라는 것은 더욱 나쁘다. 육체적으로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까지도 남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이다.

 

강간이라는 범죄에 있어서 성별을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남성에 의해서 저질러 지는 강간인 경우 피해자들은 남성을 보면 놀라거나 심한 경우에는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신체적인 반응으로 나타나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피해를 당하고 신고를 했는데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여기 한 피해자가 있다. 자신은 분명 강간을 당했고 그 증거도 있다.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자신이 당한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녀의 상황을 보았을 때 거짓신고임에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다 원통할 지경이다. 분명 나는 강간을 당했는데 주위에서는 오히려 나를 손가락질한다. 당한것도 서러운데 오해까지 쓰니 더욱 미칠 지경이다. 이러니 누가 나서서 신고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나 혼자만 아는 사실로 덮고 묻어버리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인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사건으로 인해서 범인의 행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분명 막을 수 있는 범죄를 막지 못하고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연에 막을 수 있는 것을 더 큰 상황으로 발전시키는 꼴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꼴이랄까.

 

범죄사실은 묻혀 버렸고 신고를 한 그녀는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니 그뿐인가. 나라로 부터 오히려 거짓증거를 한 죄를 묻게 된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대처를 할 수 있는지 정말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된다.

 

저런 사회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네 상황도 그닥 다르지는 않다. 분명 자신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는데 너가 여지를 보였기 때문에 당한 것이라던지 또는 상호간의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던지 너도 좋아서 한 것 아니냐며 그런 식으로 질문을 받고 대우를 받는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 것인가 말이다.

 

활개를 치고 다니는 범인은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며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 강간을 하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그것을 인터넷에 올려서 자신만의 사이트를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서 돈벌이를 하고 자신만의 전리품을 하나하나 쌓아간다. 정말 참담하고 분통이 터지고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자,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물론 범죄를 막으려면 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신고를 했을 때 제대로 된 조사를 해주기를 정말 경찰들에게 바라는 바이다. 자신의 딸이나 누나나 엄마나 할머니(여성들의 경우에만 예를 들었다)가 당했다고 생각하고 무시하지 말고 경말하지 말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해달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억울한 일이 나라를 막론하고 벌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이런 성범죄가 더이상은 행해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참고로 이 범인은 300년 이상의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우리나라 판사들이여, 무언가 느끼는 것이 없는가.

 

경험을 통해 그는 잠재적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보는 건 위험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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