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편견이란,
사람의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소설 한권을 통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사람을 대체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가. 단지 그
사람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과 지금 하는 행동으로 그 사람을 모조리 평가해버리지는 않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공포증이 있어서 집밖으로는 절대 나갈수 없는 그녀, 나가기라도 했다가 쓰러지기 일쑤니 나가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도 편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실 안 나가고 사는 것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렇게 살아왔다.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먹고 있다. 의사는 절대 약을 술과 함께 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정신과 약은 독하다. 모든 약이 다 독할지라도 이 약은 더하다. 거기다 술과 함께 복용했을시에는 환각 증세도 나타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술을 마신다. 술과 함께 약을 먹는다. 이럴 경우 제삼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녀가 보는,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가 느끼는 모든 것이 다 허상이라는 결론이다. 과연 그럴까.
만약 나처럼 생각했다면 당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다. 물론 나와 반대로 생각했다 하더라도
당신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셈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고양이 한마리와 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녀, 물론 지하에는 남자 한명이 세를 들어 살고 있지만 그녀와 크게 마주칠 일은 없을 듯하다.
성능 좋은 카메라로 자신의 이웃집을 살펴보는 그녀, 그 맞은편 집에 누가 사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저 단순하게 그들이 행동하는 것을 본다. 그들에게 무언가 협박을 가할 의도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생활을 침해하기 위해서 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영화를 보고 그들의 집을 보고 그 곳에 살아가는 한 아이를 본다. 그날도 그렇게 보던 중이었다. 그녀의 뷰파인더로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 사건이 일어난 것은 말이다.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공포증을 가진 한 여자를 중심으로 해서 하루하루 날짜를 달리해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무언가 큰 사건이
있어서 심장을 미친듯이 부여잡게 만든다거나 확 소름이 끼친다거나 닭살이 오른다거나 하는 작품은 아니다.
단지 날을 거듭해가며 밑밥을 착실히 깔아둔다.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상태를 그저 담담하게 기술한다. 그 담담함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는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을 알고 난 이후 자신이 생각했던 무모든 것을 다시 되집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는가를 자책하면서 말이다. 자책감을 가지기 싫다면 애초에 편견을 가지지 말것. 이 책을 읽기
전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다.
그녀가 내내 보던 영화들이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소라도 해주듯이 뒤쪽에 그녀가 보았던 영화들을 짧은
설명과 함께 정리해두었다. 언젠가 이 영화들을 한편씩 보고싶다. 그녀처럼 집밖에 안 나가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