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비채의 책을 한번이라도 본 독자라면 책등 제일 위에 붙어있는 깃털표시에 Black White 라고 적힌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채에서 나오는 이 시리즈는 블랙 즉 어두운 소설과 화이트, 밝은 소설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그래서 더욱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시리즈다. 개인적으로는 범죄소설이나 경찰소설, 스릴러 및 추리, 호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블랙편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간간히 읽어주는 화이트 소설들로 말미암아 기분좋게 웃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책이라 하더라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

 

3월에 읽을 책으로 블랙시리즈인 [후회와 진실의 빛]을 앞두고 이번에 새로 나온 화이트 시리즈의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를 읽었다. 이 책 정말 화이트스럽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간간히 피식거려지기도 하고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는 것을 반복하며 읽어내려간다. 복잡한 이야기들이 아니라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천천히 읽는 사람이라면 한편씩 끊어 읽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주류점에 대체 무슨일이 어떻게 연결되었나 싶어 계속 읽어보고 싶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 백엔 보관가게]가 생각났다. 무엇이든 하루에 백엔만 내면 보관해주는 가게. 그 가게에서의 사물들이 화자가 되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말해주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그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그 가게가 물건을 보관해주는 곳이라면 이 가게는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곳이다.

 

주류점이지만 선대의 뜻을 이어받아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곳, 얼핏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생각나게도 한다. 겉으로는 잡화점이지만 속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그런 곳 말이다. 주류점이니 당연히 술은 판다. 술을 배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반면 의뢰인들로부터 물건을 받아서 직접 그 사람을 찾아서 배달해주는 일도 그의 임무다. 부업이라고 하지만 왠지 부업이 주업인듯한 느낌이 든다.

 

배달을 하기 위해 맡겨지는 물품은 다양하다. 살아있는 거북이로부터 작은 편지까지.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곳에 물건을 의뢰하는 것일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물건들로 인해서 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물건들과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최근작 [미코의 보물상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여러 물건들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 소설의 한 주류인 일상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비블리아 고서당]보다는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보다는 더욱 사실적이며 실제의 이야기에 가깝다. 스릴러처럼 빠른 속도를 요하는 작품이 아니다. 한장한장 차분히 천천히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어느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도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또한 재미나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

 

제목에 반해 언뜻 넘겨본 재미에 반해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이 작가. 전에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라는 길고 독특한 제목의 작가였다는 것을 말이다. 생애 첫 장편소설이었다는 그 작품이 약간은 풋풋한 사과같은 또는 톡톡 튀는 칩들이 박혀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맛이었다면 두번째 책인 이 작품은 그야말로 훨씬 깊이가 있어짐을 알 수 있다. 단 두 작품만에 이런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히 부러워졌다.

 

깊이가 있어졌을 뿐 아니라 약간은 설익은듯한 유머러스러함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덜커덩거리면서 가던 글 자체가 부드러워졌다. 고속철도를 타고 날아가는 느낌은 아니어도 고급세단을 타고 고속도로를 가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준다. 물론 재미는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련됨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 작가, 다음에는 또 어떠한 재미를 줄까. 첫 작품을 읽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을 들고 나와 나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준 작가. 이제는 더욱 기대를 하고 볼 것만 같은 느낌이다. 기대만큼 더욱 근사한 작품을 들고 돌아와 주길.

 

p.s: "그래. 사람의 기분은 본인한테 듣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상대가 부모건, 친구건, 직장 상사건."(283p) 어떤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기부을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지 못한다. 그냥 추측으로만 그렇겠다라는 생각을 주관적으로 하고 넘길 뿐 그것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편이 좋다. 그것은 상대방에게도 또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명화 하루 명언 - 하루를 위로하는 그림, 하루를 다독이는 명언
이현주 지음 / 샘터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전 [하루 한시]라는 책을 본적이 있다. 하루에 한자어로 된 시들을 하나씩 볼 수 있는 구성으로 편집이 된 책이었는데 한번에 끝까지 읽었지만 그냥 그렇게 보기는 아까운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두고두고 하루에 하나씩 보면서 짧은 한시들은 외워도 좋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책. 또한 여유가 된다면 그 문구들을 그대로 붓글씨로 따라 써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언젠가 다시 볼 책들을 모아두는 공간에 따로 두었다.

 

이 책도 비슷한 느낌으로 보면 좋겠다. 총 다섯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열개의 그림과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50개의 분량이니 하루에 하나씩 본다면 거의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던가 또는 글이 많아서 책을 못 읽겠다 하는 사람들은 위한 선물로도 아주 제격이다.

 

가끔 아주 가끔 미술관에 갈 때가 있다. 그림을 아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 그냥 내맘대로 느끼기를 좋아한다. 이 작품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그려졌을까, 작가는 무슨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를 생각하며 보아지는 대로 느끼고 즐긴다. 아무것도 몰라서 싫다고 하느 사람들이 있다면 설명을 곁들이면 된다. 논문을 쓸 정도로 자세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대략적인 설명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그림을 보는 재미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림과 함께 대략적인 설명을 실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림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림과 함께 마음에 도움이 될만한 명언들을 같이 편집해두었다. 그림과 설명을 자세히 볼 시간조차 없는사람이라면 정말 짧게 끊어지는 명언들을 하나 읽고 출근을 하거나 잠을 자도 그날의 양식으로 든든할 것이다. 그렇게 잠깐 본 명언 하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지 모른다. 또는 그날따라 일이 잘 안 풀려서 화가 나거나 낙심될 때 당신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문구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살아가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비단 일이나 사람뿐 아니라 글이 들어 있는 '책'이라는 것을 여실히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벽, 아침, 오후, 황혼, 한밤의 다섯개의 구성은 시간 순서대로이다. 각 시간에 맞춘 글들을 읽어도 좋겠고 때로는 지금은 오후지만 나는 한밤의 느낌을 받고 싶다 하는 느낌으로 다른 구성의 글들을 읽어도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온 그림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만큼 많이 보여졌었고 유명한 그림들이다. 때로 모르는 그림이 나온다면 더 관심이 있게 볼 수도 있겠다. 이것이 어떤 그림인가 하고 말이다. 사진만큼 자세히 그린 그림들도 있어서 다시 한 번 그림들을 자세히 보게 된다.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저 더 정교할지 상상을 하면서 즐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자 장식'이라는 제목의 찰스 커트린 커란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림자가 비친 빨래를 널고 있는 한 여인의 옆모습. 새로운 하루를 위해 익순한 일을 한다 모든 반복은 특별하다 라는 표제가 붙여진 글. 그렇다. 나는 익숙함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익숙함이 지겹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그 편안함을 즐긴다. 그래서 그것이 좋다. 반복은 지겨울지 몰라도 여전히 특별한 것이다. 그 그림에 연결된 명언은 이것이다. 매일 규칙적이고 질서있는 삶을 살라 그래야 일을 할때 더 열정적이고 독창적일 수 있다. - 플로베르 오늘 하루도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하루가 열정적으로 느껴지길 바란다면 말이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볍게 아주 가볍게 - 과체중 인생, 끝내기로 결심했다
제니퍼 그레이엄 지음, 김세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자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배를 깔고 '바닥'에 눕는 것인데 그 자세를 했다가는 아마 몇 초 지나지않아 '아파'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즉각 일어서게 될 것이다. 골반뼈가 바닥에 닿음으로 인해서 통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동안 내 몸무게는 전혀 변함이 없다. 남들은 스트레스 받아서 많이 먹었다는 고3때도 그대로였고, 고기를 많이 먹어서 살이찐다는 외국에 나가서 살때도 그대로였으며, 나이가 들면 찐다는 지금 또한 그대로이다.

 

자기자랑이냐고? 그렇지않다. 그저 사실일뿐이다. 즉 나는 다이어트라는 경험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라서 이 책의 주인공을 이해하는데는 피상적인 단편적으로 그저 그랬을 것이다 하고 느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친구는 어렸을때부터 사이 러브(THIGH Rub:허벅지마찰) 중증환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걸을때 허벅지가 서로 부딪혀 마찰을 일으켜서 아픈 것을 나타내는 말인데 이 또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걸을 때 허벅지가 닿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녀와 나는 차이는 크다.

 

일단 이 책은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주인공은 계속 달린다. 아이가 넷이며 당나귀를 둘 기르고 있는 그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달리면 살이 빠질만도 하건만 그녀는 맛난 것을 챙겨먹고 또  뛴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 없다. 그녀는 다이어트 때문에 달리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달리기가 좋아서 달리는 것인가. 내 생각에는 아마 두가지 모두가 아니었을까.

 

아이는 넷인데 이혼을 하게 된 상황에서도 달렸던 그녀다.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꿋꿋이 달렸던 그녀다.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서 달린다는 동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였을 것이다. 어떤때는 경쟁심에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 달리기도 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더 많은 거리를 뛰고 싶다는 욕심으로 마라톤에 참가도 한다. 굳이 좋은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이 좋아서이다. 그녀는 이사를 할때도 일단 달릴 수 있는 곳을 먼저 알아본다. 그리고서는 또 뛴다.

 

이쯤 되면 모든 사람들은 아마도 포레스트 검프를 예상하지 않을까. 어느날 갑자기 뛰기 시작한 그는 아무런 생각없이 달렸다.그런데 그 뒤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달리던 그를 후원하는 단체도 생기겼고 응원하던 사람들도 생겼으며 그의 추종자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제니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모든 일상을 버려두고 뛴 것은 아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를 뛰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뛰면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라던가 또는 자신이 참가한 대회나 자신이 달려가는 모습에 대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해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제목 또한 그러하다. Hey, do you need a ride? 그녀가 달릴때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달리기'라는 단 하나의 소재로 완성된 이 책. 얼마나 오랫동안 그녀가 구준히 달렸는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앞에서 나는 다이어트를 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물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2년 전 했던 건강검진에서 운동을 하느냐는 항목에 모두 아니오를 썼다. 진단 후 운동을 하라는 결과가 당연히 나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돈 안 들이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라고 한다. 그것이 조금 익숙해지면 달리기가 될 수도 있겠고 산을 올라간다면 등산이 될 수도 있겠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달리기다. 소싯적에 달리기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1등을 했던 나였다. 어느틈엔가 게을러졌다. 운동은 귀찮은 것이고 각종 핑계를 대면서 운동을 하지 않기에 급급했다.

 

지금 나는 무게상으로는 말랐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제니퍼보다 좋지 않은 몸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뛰는 그녀를 이길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고 뚱뚱한 것이 건강의 척도는 아니다. 너무 심하게 비만인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적당한 몸집에 매일같이 하는 운동이라면 가장 좋은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서 그녀가 참 부지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처럼 돌볼 4명의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썽을 부려대는 2마리의 당나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보다 더 잘 달릴 조건이 주어진 것이다.

 

자, 뛰어보자. 새로운 한해를 맞아서 저마다 '운동하기'라는 계획을 하나쯤은 세웠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아서 달려나갈 수 있기를. 나부터 말이다. 그런데 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없나. 오디오북이 베스트이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갇혔다. 작은 방에 갇힌 상태이고 다리는 자전거 라인으로 묶여있는 상태고 팔은 자유롭지만 그마저도 움직일수 없게 된다. 어디로 나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화장실도 갈 수 없고 단지 그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만 방에 놓여있다. 그나마 배고프지 않게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것이 다행이랄까. 나는 왜 여기에 갇혀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나를 가둔 사람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고 있다. 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에게 나를 풀어달라고 애원한다. 아빠, 나를 풀어줘.

 

복합적인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 권의 책이다. 제시가 갇혀있는 것을 알고는 [룸]처럼 누군가 납치해서 가두어 놓은 이야기일까 생각했다. 비록 혼자 갇혀 있지만 그래도 자유로운 상태인줄 알았는데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것을 본 이후에는 한 편의 스릴러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니 또 일종의 문학인듯 하면서도 그들에게 닥친 문제를 보니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하나의 일이나 이슈라서 약간은 SF소설같은 느낌도 주는 그런 책이다.

 

1900년대, 즉 20세기에 태어나 2000년대인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22세기의 일들도 모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있지는 않는 한 말이다. 그나마 과거의 일은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서 알 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일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되고 만다. 어렸을때 있었던 전화기가 기억이 난다. 숫자 하나하나에 구멍이 뚫려있고 그것을 하나씩 돌리던 기억. 어느틈엔가 그것은 버튼을 누르는 전화기로 바뀌었고 그 이후 무선 전화기를 거쳐서 핸드폰이 나오게 되었고 그 폰으로 이제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전세계의 누구와도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빠른 시간에 이토록 과학이 발달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발달은 좋은 곳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바이러스가 생기면 약을 만들어서 그것을 잡는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약보다도 더 강해지면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약이 효과가 없게된다. 그렇다면 더 센 약을 만들게 된다. 그 약을 먹는 몸은 피페해진다. 부작용이 생긴다. 예전에는 없었던 에이즈가 생기게 되고 예전부터 있었던 결핵은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메르스처럼 신종 병들이 생기고 있다.

 

제시의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MDS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은 임신을 하면 죽는 병이다. 임신을 한 몸은 약해지고 그 상태를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뇌를 다 녹여버리는 그런 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신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인류의 멸망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을 할 것인가. 이 책에 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일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실제로 이 MDS라는 병의 증상은 임신을 한 것만 제외하면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적혀있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발달을 하고 우리를 침입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에서 만들어진 병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인류의 발달을 위해서 나 한 몸을 희생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꺼이 내가 자원해서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희생을 지켜만 볼 뿐 나는 한 발 뒤에 빠져 있게 될까. 제시의 선택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결정을 들은 부모의 반응은 또 어떠했을까. 아마도 우리가 흔히 예상 할 수 있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지만 한 주제가 주어지다 보니 그것에 관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드는 그러한 이야기, 우리, 지금 현 시대 인류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밝은 장미빛인가, 아니면 어두운 짙은 암흑의 네이비컬러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고양이 3 - 야!야!야!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3탄으로 돌아온 우리 콩알이와 팥알이. 내가 너희들을 보고 싶어서 오매불망 목을 빼고 기다리다 사슴이 될 뻔한게 아니라 기린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말이지. 각설하고 요녀석들의 재롱을 어여어여 보고 싶어 페이지를 넘기는 손은 바빠집니다 그려. 그런데 어랏.

 

이번 책의 주인공은 요 녀석들이 아닙니다. 짹잭이라는 친구의 등판입니다. 어째 귀여운 것이 콩알이와 팥알이의 인기를 능가하게 생겼습니다. 모든 가족들의 이슈는 짹짹이에게로 옮겨가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대로 콩알이와 팥알이는 묻혀버리고 마는 건가요?

 

에이, 설마요 그럴리가요. 요 녀석들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움직이기 싫어하고 먹을 것이라면 눈을 번쩍 뜨는 콩알이와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장난을 치고 그럼으로 인해서 일을 만들고 문제를 일으키는 팥알이는 건재하지요. 다만 저 수많은 참새들 중에서 콩알이의 품으로 떨어진 짹짹이만 더해졌을 뿐입니다.

 

날지도 못하는 짹짹이를 위해서 이제까지 별말 없이 있었던 오빠가 등장을 합니다. 애니만 잘 아는 것으로 알았던 오빠는 의외로 박식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짹짹이를 위해서 웜을 구해오는 열성까지도 보여주지요. 그 웜들을 냉장고에 두어서 엄마와 동생을 기함하게 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봐야할까요. 덕분에 짹짹이는 무사 성장. 드디어 날게 됩니다. 무사히 다른 참새들의 품으로 날아가 버릴까요?

 

이제는 둘의 콤비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을까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호에는 유난히 다른 친구들이 많이 등장을 합니다. 짹짹이의 효과가 다 떨어져 갈때쯤 이제는 마당이의 집에 또 다른 군식구가 들어 앉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둘기였죠. 하아, 고양이 그림은 정말 귀여웠으나 비둘기 그림은... 흔한 말로 식겁이라고 하죠. 사실 처음보고 정이 안 갔습니다. 조금은 징그러웠달까요.

 

실제 생활에서도 흔하게 볼수 있는 비둘기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 책에서 유달리 징그럽게 보인건 왜일까요. 그런데다 그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부부가 쌍으로 출동을 하지요. 마당이네 집에 터를 잡고 아이들을 낳아서 기릅니다. 비둘기의 생활주기는 그렇게 짧은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으나 벌써 어른이 되어 날아가 버립니다. 그렇다면 남은 비둘기 부부는 무얼 할까요. 딩동댕. 그들은 또 다른 알을 낳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것이지요.

 

비둘기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비둘기는 자신이 먹이를 먹어서 그것을 꼭꼭 씹어서 소화를 시킨뒤 다시 꺼내어 새끼들에게 줍니다. 일부러 잘게 부수어서 주는 방식이지요. 날아다니는 새 한마리도 자기 자식을 저렇게 정성을 들여서 키우는데 인간들은 어떠할까요. 자신의 배 아파서 키운 자식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고, 어찌 잘 보살피지 않고 키울수 있을까요. 새삼스럽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영아살해라던가 아이유기같은 기사제목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어서 좀 깨닫는게 있도록 만들고 싶어졌다면 너무 큰 오지랖일까요.

 

이 책들이 교도소 안에 들어가서 조금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씻어줄 수 있다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 곳에는 아무 책이나 들어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 콩알이와 팥알이는 괜찮지 않을까요? 누구든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박장대소하게 만들고 아니면 슬며시 웃음이라도 지어지게 만들어 버리는 콩알이와 팥알이. 다음 책에서는 이제 개와의 콜라보를 준비하고 계시는군요. 새들과의 협연을 아주 성공작으로 끝낸 두 마리의 콤비가 개와의 앙상블도 멋지게 잘 해낼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