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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평점 :
다마키 고지의 체온은 '할 일을 하자'고 결심했을 때부터 절대 영도 (절대온도의 기준온도 영하 275.15`c)가 된 것이다. (191p)
야 2 C8 !!!!!!!!!!!!!!!!!!!!!!!!!!!!!!!!!!!!!!!!!!!!!!!!!!!!!!!!!!!!!!!!!!!!!!!!!!!!!!!!!!!!!!!!!!!!!!!!!!!!!
첫번째 이야기인 <절대 영도>를 다 읽고나서 외친 한마디 절규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그냥 걱정이 되었다. 사부로에게 의뢰를 하러 온 엄마처럼 말이다. 자신의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엄마. 결코 그런 딸이 아니라고 했었다. 자신에게 의지를 하는 그런 딸이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도 안 되고 만날수도 없단다.
사위는 딸이 자살을 시도해서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했다. 그게 모두 엄마 탓이란다. 그래서 엄마를 보지 않고 싶단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이때까지 무슨 일이 계속 있어왔던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그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탐정인 사부로에게 딸이 어떤 상황인지를 의뢰를 한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 생각한다면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컸다. 계획적인 것은 아니고 뭐 말다툼이라도 하다가 우연한 사건이 생겨서 우발적인 죽음이 생기고 그래서 어딘가에 몰래 처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내 단순함과는 다르게 작가는 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아주 꾹꾹 눌러 묻어두었다.
남편과 아내는 오래 사귄 사이였다. 그런 그들의 관계는 그녀의 친구의 증언으로 들을 수가 있었다. 그때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애초에 그런 만남은 그만두었어야 맞는 거였다. 모든 것이 다 좋아도 단 한가지 악이 너무나도 크면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런 경우 그런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아예 내 인생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싹을 도려내는 것이다.
술만 마시지 않으면, 도박만 하지 않으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걸 하니까 안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요. (144p)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결혼하면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주 잘못된 길로 빠르게 가고 있는 그들의 생활.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자초한 일이고 결론도 그녀가 맺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내가 소리를 지른 이유는 마지막 부분에서였다. 그저 단순하게 사건이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형사가 등장을 하면서 겨우 잠잠해진 호수에 돌을 하나 던졌다. 그로 인해서 조용하던 수면은 크게 흔들려 버렸다. 그러게 독은 처음부터 깊게 도려내야 한다니까 나비효과만 일으켰다.
첫이야기에 너무 큰 차장을 일으켰다고 생각했는지 두번째 이야기는 조금 단순하게 시작을 한다. 사부로가 맡은 의뢰도 아주 단순하다. 한 아이와 한 노인을 모시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이때까지만 해도 결혼식에서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결혼식 구경만 잘 하고 오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말이다. 같은 날 같은 층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던 두건의 결혼식은 모두 파탄났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용케도 연결되어 있었다. 이 결혼식의 당사자인 신랑신부들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표제작이기도 한 마지막 이야기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중간지대 쯤이라고 여겨진다. 사부로가 사무실을 열고 있는 주인집에서 며느리가 와서 미리 경고를 하고 간다. 딸아이의 친구의 엄마가 올테니 절대로 그 의뢰를 맡지 말라고 말이다. 전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녀는 아예 사무소로 직접 쳐들어왔다. 딸을 데리고 말이다. 사부로는 같이 살지 못하는 자신의 딸이 생각나서 일단 그 의뢰를 들어는 보기로 한다. 물론 의뢰를 맡기도 하지만 말이다.
직접 만나지도 않았는데 글로 보이는 캐릭터가 이렇게도 싫어지기는 또 오랜만이다. 전형적인 이야미쓰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딱 정이 안 가는 스타일 말이다. 옷입는 방식부터 말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 거기다가 행동하는 것까지 아니 생각하는 방식까지 어느 것 하나도 맘에 드는 구석이 없다. 이런 사람을 실제로 만난다면 나는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갔을 것이다.
그녀는 왜 탐정을 찾아왔을까. 그녀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요구가 황당하기도 하지만 사부로는 일단 의뢰를 맡는다. 그가 이 사건에서 알게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 이야기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결론을 맺게 된다. 이제는 조금 자신의 일에 정착을 한듯이 보이는 사부로. 다음에는 어떤 사건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신상에 변화도 생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