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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이토록 스릴러의 장점만을 모아 놓은 이야기가 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 책은 영원히 묻혀버렸을 수도 있다. 코로나19라고 이름붙여진 바이러스가 이 지구를 휩쓸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냥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평온히 지냈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꽃놀이를 가고 마음껏 따스한 봄을 즐기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미스터리와 봄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상극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아니었던가.
겨울의 끝자락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중국의 한 도시를 패쇄시켰고 그 이웃 나라인 한국으,로 홍콩으로, 대만으로, 일본으로 마구 넘어갔고 하루면 전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이 작은 글로벌 시대에 바이러스들은 사람을 타고 멀리 멀리 날아가서 유럽과 미국전역을 다 휩쓸었다. 참고로 이 바이러스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우한'이라는 지명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그런 도시였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바이러스가 이곳에서 시작되고 퍼져나갔다고 해서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라고 불렸고 그 이후 바이러스가 생기고 지명은 사라졌다. 그럼 도시를 지명도 정확히 작품 속에서 언급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라는 별칭이 붙여진 채 다시금 우리 앞에 놓였다.
단지 단 하나의 지명을 언급만 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다.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더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이의 죽음 이후 엄마가 가지는 슬픔으로 시작해서 그녀의 성공을 부각시키고 그 이면에서 아들의 존재를 슬며시 깔아두는 전개방식은 흥미롭지 않을수가 없다. 첫 이야기부터 흠뻑 빠져서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작가는 미스터리의 바탕 위에 스릴을 살포시 던져 두어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죽음의 공포 앞에 놓이게 만들고 그 위에 초현실주의 현상인 폴터 가이스트를 더하여 이 이야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 놓았다. 까맣고 짙은 에스프레소 위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얹어 볼륨감을 더하고 휘핑크림을 잔뜩 쌓아 올려 볼륨감을 준 작품이다.
초현실주의 현상은 자칫 잘못 사용하다가는 스릴러가 아니라 미스터리로만 남아버릴 수 있는데 작가는 역시나 대가답게 그 발란스를 아주 기가 막히게 조합해 두었다. 자신의 주위에서 있을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서 아이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엄마가 자신이 의뢰를 한 변호사와 손을 잡고 그 배후의 야이기를 파헤쳐가는 이야기는 우한이라는 지역이 나와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고 이런 사태로 인해서 잊혀질 수 있었던 책 한권이 다시금 빛을 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이다. 어둠의 눈은 이 답답한 현실을 밝혀줄 눈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