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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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는 노를란드 전원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뻗어나간 수많은 이면도로와 연결된 간선도로다. 이곳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자란 나무가 늘어선 길이며 스노모빌이 지나다니는 길, 버려진 마을과 인구가 줄어든 도시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도 있다. 땅 위 그리고 아래로 강과 호수, 마실 수 없는 시냇물이 흐르고, 진물이 나는 상처러럼 퍼지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늪이 있는가 하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고 시커먼 호수도 있다. 이런 지역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으려면 평생이 걸릴 것이다. (37p)

 

한 아이가 사라졌다. 열일곱살의 여자아이다. 그날 아침 아이의 아버지는 분명 정류장에 그 아이를 내려줬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버스 시간보다 너무 일찍 내려줘서 그랬노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기다리는 시간에는 분명 누가 와도 올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버스에 타는 것까지 보고 갔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랬다면 아이가 사라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아니 아예 아이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후회는 언제나 자책을 낳는 법이다.

 

열일곱이었던 아이는 이제 스물이 되었을 것이다. 십대의 아이가 성인이 될만큼 지난 시간 3년. 아이의 아빠는 오늘도 길을 따라 나선다. 아이가 어디 있을지 모르니 구석구석 찾아 헤맨다. 그 아이가 있을법한 곳을 찾아서 달리고 또 달린다. 자신의 건강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끊었던 담배도 연신 피워댄다. 그렇게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집에는 지도가 걸려있다. 자신이 다녀온 지역은 표시를 하고 지우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찾을 수 있을까. 마음 먹고 숨긴다면, 그저 단순하게 그렇게 보아서 절대로 알 수 없는 곳에 숨긴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그것이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경찰에서도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아이가 사라진 직후에는 물론 수사를 했고 이제는 다른 사건들에 밀려 잊혀졌을 뿐이다. 3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아빠에게는 절대 놓을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아직 아이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꾸준히 따라 가는 일은 솔직히 말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것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주변 환경을 이야기 하고 그 사람의 심정에 관해서 설명을 하고 그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함으로 이야기에 탄력을 불어 넣고 있다. 바람 빠진 고무풍선이 숨을 불어 넣으면 점점 커지듯이 그렇게 그렇게 불어서 점점 빵빵해지고 있다. 이제 더 넣으면 터질 것이다. 이 풍선은 터져버릴까 아니면 가장 최대치에서 멈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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