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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그러므로 도시인들은 스스로 자초한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자연주의 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밥상에 자연적 요소를 최대한 정성껏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때 '혼돈의 밥상'이 '질서의 밥상'으로 전환돼 건강이 되찾아질 수 있다. (221p)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후유증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많이 심각하다면 채식주의자가 될 지도 모르겠고 거기에 조금 더 심각하게 접근하자면 거식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 그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종말의 밥상]이라는 제목이 주는 그 느낌이 그대로 딱 들어맞는다.
사료를 먹여서 그저 단지 고기만을 위해서 키워지는 돼지, 닭, 소들의 현실을 그려놓은 글을 읽고 있자니 내가 지금껏 무엇을 먹어왔던 것인가에 관한 회의감이 들고 링거를 맞아가면서 키워지고 있는 식물들을 알고 나니 내가 이제부터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만큼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먹거리들을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에코시스템은 일직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순환되는 사이클의 개념이다. 풀을 비롯한 식물들이 있고 그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 그 초식동물을 먹는 육식동물, 그 위에 인간. 그러나 인간 또한 죽고 나면 흙으로 돌아가서 식물들의 영양분이 되어 주는 그런 순환시스템이 아닌가. 그 어느 것 하나가 잘못 된다 할지라도 모든 것에 영향을 주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도축 시스템을 그린 다큐를 본 누군가가 그 이후로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가 먹고 있는 육류들이 도살되는 것은 차치하고 그렇게 키워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암컷이 아니라는 이유로 땅바닥에 팽겨쳐서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오직 고기만을 위하여 길러져야 하기 때문에 남성을 상징하는 기관을 잘라버리기도 한다.
모두가 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인간이 먹고 살고자 동물들을 그렇게 취급한 것이다. 그 결과로 인간은 무엇을 얻었는가. 마블링 훌륭한 좋은 육질의 고기를 얻었는가. 맛이 좋은 살코기만을 얻었는가. 동물도 살아있는 유기체로 그들도 감정이 있고 그들도 좋은 대접을 받고 자랄 필요가 있다. 물론 동물농장처럼 동물이 주인이 되는 그런 시스템은 만들기 어렵겠지만 그들을 위해주는 것이 결국은 우리를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들에게 가해지는 해가 결국엔 우리에게 좋지 않은 먹을거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던가 말이다.
돈이 많이 든다고 ,비싸다고, 단가가 맞지 않는다고 지금의 시스템을 고집하다가는 동물도 죽고 사람도 죽을 것이다. 비단 육류뿐이던가 생선도 마찬기지이고 풀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땅에서 쭉쭉 뿌리를 내려가면서 살아가야 할 식물들이 영양제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사람도 여러가지를 먹고 튼튼해져야 면역력이 높아지는게 아닌가. 아플 때 찾아가는 곳이 병원이고 아플 때 수액으로 보충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식물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렇게 키워지고 있다니, 그런 현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만드는 사람이 변해야 한다. 기르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그럴려면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들을 가져다 놓는다 하더라도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해 버린다면 그것은 재료를 공급하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고 결국은 다시금 악순환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싸다고 우리 몸에 음식을 쑤셔넣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종말의 밥상'을 '희망의 밥상'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모든 동식물들이 행복하게 살다 죽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모든 악순환의 연결이 끊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