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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정명섭 작가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쓴다. 그래서인지 작가와 작품을 한번에 연결시키기가 어려운 작가였다. [상해임지정부]가 그랬고 [유품정리사]가 그랬다. 단지 이야기가 재미나 보여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뒤늦게야 작가가 정명섭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알고 있던 작가가 아닌데? 하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만큼 딱 어떤 틀에 규정지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것은 특히나 역사물에 강하다는 것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팩션이라면, 그것이 정명섭 작가의 글이라면 조금은 믿고 읽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남는다.
이번 작품 역시도 역사물이라는 것때문에 선택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작가 이름을 보았다. 그리고 기대했다. 을지문덕 탐정록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을 말이다. 솔직히 전작인 [온달장군 살인사건]을 읽지 않아서 조금의 걱정은 남아 있었다. 연작으로 이루어진 경우 아무리 사건이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작을 읽고 읽는 것이 조금은 더 재미나게 읽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요네스뵈의 해리가 그러하다. 같은 주인공이 나오고 사건은 달라지기 때문에 따로 보아도 무방하지만 처음부터 읽어 온 경우라면 주인공이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일대기를 알기 때문에 재미가 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 이야기에서는 조금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가. 전작을 읽지 않아서도 전혀 무방하다는 소리다. 전작에서 제목으로 미루어보다 온달장군이 죽었다면 이번에[는 그의 무덤을 둘러 싼 이야기다.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전작을 읽으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해도 전혀 지장이 없다는 소리다.
죽은 온달장군을 무덤 속에 두었다. 이제 그 곳에 벽화를 그리고자 한다. 그때 당시의 사람들은 벽화로 사신을 그렸다고 했다. 죽은 자가 온전히 저세상에 가도록 도와주는 존재 들일수도 있고 죽은 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존재일수도 있다.
그 벽화를 그리던 화공이 죽었다. 붓을 입으로 빨던 그는 독살을 당해서 죽은 것이다. 그곳에 남아있던 것은 오직 한명 , 그 뿐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사전작업을 해두었음이 틀림없다. 모든 의혹은 물감을 준비한 화공의 제자에게로 쏠린다. 그중에서도 잔심부름을 도와주는 담징에게로 쏠리게 된다.
그는 즉시 잡혀가게 되는데 억울함을 주장하며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그것이 바로 을지문덕이다. 그를 데려와 달라고, 그라면 자신의 의혹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담징. 과연 을지문덕은 이곳에 오게 될 것인가. 와서 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인가. 그렇다면 실제로 그를 죽인 사람은 왜 무엇때문에 그를 죽인 것일까.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제로 행해지지 않았던 일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더군다나 다른 작품에서 잘 사용되지 않았던 그런 인물과 시대라면 더욱 그 흥미가 동하게 된다. 적절하게 잘 배치된 이야기들 그리고 드러나는 요소들, 마지막까지 감춰진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들까지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