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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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의 그녀, 한쪽에는 또아리를 튼 검은 뱀. 뱀은 그녀의 목덜미를 향해서 혀를 빼물었다. 뱀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성경 상에서 뱀은 유혹을 의미하고 죄를 의미하며 사탄을 의미한다. 책에서의 이미지도 그와 같을까.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으로부터 유혹을 당하고 무엇으로부터 죄를 짓게 되는 것일까.

 

사고로 딸을 잃고 그 여파로 아내와도 헤어지고 직장까지도 잃어버린 전직형사 호진. 그는 몇년째 술로 밥을 대신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에게는 아내와 딸이 전부였을까. 딸을 잃었다고 힘들수는 있다. 더군다나 자신이 같이 놀러가기로 한 날 그렇게 사고를 당한 것이기에 죄책감도 분명 클 수는 있다.

 

아내와는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사랑으로 산다고 하지만 다들 어느 정도는 아이 때문에 살아가는 부부들도 있지 아니한가. 그들 사이에서 딸은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 전부를 잃었으니 헤어짐이 이해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들 그렇게 넋놓고 살았어야 했을까.

 

그런 그에게 어느날 누군가 찾아온다.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서의 상관이다. 그는 자기 선에서 해결해도 될 일을 굳이 호진에게 가져온다. 그것은 누군가의 입을 염려했음이리라. 누군가의 귀를 의식했음이리라. 자신의 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딸을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분명 경찰들에게 연락하면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임에도 말이다.

 

당연히 그는 처음에는 귀찮아 하면서 거절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실수를 하고 이 일에 더욱 집착을 하게 된다. 그가 뛰어든 이상 이 사건은 반드시 풀릴 것이다. 다만 어디서 그 아이가 발견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 될 것이다.

 

작가의 전작을 읽었다. 조금은 가벼운 느낌으로 쓰여진 낙원남녀였다. 자신의 사건을 계기로 삼아서 만나게 된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들은 자신들의 아파트를 주변으로 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했었다. 그 전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가벼운 느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둡고 묵직하다. 정통사회파 하드보일드다. 지금 우리네 사건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 소설은 상상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던가. 지금 현실은 소설보다도 더 흉악하고 더럽고 징그러울 정도로 잔인하다. 그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이야기. 이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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