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2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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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의 진정한 요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모두 성을 충분하고 완전히 그리고 정직하고 깨끗하게 생각할 수 있기를 원한다. 설령 우리가 완전히 만족할 수 있을만큼 성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성적으로 완전하고 깨끗하게 생각은 하도록 하자. (281p)

 

1권에서 코니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관계에 눈을 뜨는 모습이었다면 2권에서는 조금은 더 발전적인 모습 그리고 행동으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코니는 멜로즈와 사랑에 빠졌다. 클리퍼드와 함게께살면서 채털리 부인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 대신 그냥 단순하게 일반적인 사랑을 누리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하고 좋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너는 올리버 멜로즈 부인이 되겠다는 거니? 채털리 마님 대신 말이야. (153p)

 

멜로즈와 코니는 둘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멜로즈는 지금 아내와 같이 살고 있지 않지만 법적으로는 결혼한 상태였고 코니는 클리퍼드가 그녀를 놓아줄지가 관건이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클리퍼드와 코니, 채털리 부부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그들은 결혼한지 일년도 되지 않아 남편이 장애를 가졌다. 단순하게 다리만 쓸 수 없는 것이라면 문제가 달랐겠지만 그는 성적으로 불가능한 몸이 되었고 그것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신혼부부에게 있어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상담을 한다거나 하는 것도 없었고 그녀에게 단지 자신이 아이를 키우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아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키우겠다는 그런 의지만 알려주었다. 일종의 통보였다. 의논이 아닌. 그것을 코니가 어떻게 받아들였어야 할까. 지금 같으면 정자 기증을 받아서 아이를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시험관 아이라도 할 수 있으니 더 선택의 가능성이 넓어졌다고 해야 되었을까.

 

이 부부의 경우에는 단지 아이만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실제로 아이가 없이도 그들은 별 문제 없이 잘 사는 듯이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코니가 성적으로 밝혔다는 것이 문제일까. 어느 순간 자신의 몸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늙어버린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것을,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문제일까. 스물일곱살의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남편과 아내 어느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단순하게 그렇게 따져 물을 수가 없다는 것이 이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일게다.

 

코니가 멜로즈를 만난 것은 단 한순간이었다. 오래도록 지켜보고 알아왔던 사랑이 아니었다. 관계를 가짐으로 인해서 더욱 깊어진 것일까. 알수 없는 일이다. 몸이 가고 마음이 가는지 마음이 가고 몸이 가는지 말이다. 코니는 언니와 아버지와의 여행을 핑계로 자신의 집을 떠난다. 그 모든 배후에는 그와 헤어지겠다는 그런 계획이 서려있다. 코니는 자신이 바라는대로 이혼을 하고 멜로즈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진정으로 행복할까.

 

힐다는 섹스라는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그 문제와 관련되면 남자들이 불쾌하고 이기적이며 째째하고 끔찍한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코니는 여느 여인들보다 참고 견딜 일이 적었던 것인데, 코니 자신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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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1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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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위가 단지 다른 형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면, 그건 입으로 말하는 대신에 행동으로 말한다는 거지? 그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여자들과 날씨나 그 밖의 잡다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주고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감각과 정서를 교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섹스란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일종의 정상적인 육체적 대화라고 할 수 있어. (103p)

 

1960년 펭귄은 출판물법에 기소되었다. 계급을 넘어선 두 남녀의 사랑을 세밀히 묘사한 탓에 금서로 사라질 뻔한 이 작품 때문이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 이 작품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다시 펭귄클래식에서 나왔다. 대중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가장 많은 해적판을 양상했던, 뜨거운 문제작들만 모아 놓은 시리즈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다.

 

 

 

열정과 정열의 상징인 레드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에 아니, 단순한 사랑이 아닌 격정적이고 금지하고 금기시되고 관능적인 그런 사랑이야기에 가장 합당한 선택이다. [헨리와 준], [보바리 부인], [퀴어], [어떤 정염], [모피를 입은 비너스] 그리고 [채털리부인의 연인]까지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레드 시리즈는 이 겨울 코로나로 입해서 어디론가 가고 싶어함을 갈망하는 영혼들을 채워줄 뜨거운 구원책이 될 것이다.

 

읽어갈수록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단지 이런 묘사들로 인해서 금서라는 기소되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시대적 변화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렇다 할지라도 지금의 19금 소설들과 비교해 본다면 이 작품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조금은 더 클래식한 고전에 가까운 표현들이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다.

 

아니 금서가 된 데는 그런 사랑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이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그보다는 준남작인 클리퍼드와 결혼한 코니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붙게 되었고 그런 그녀가 아무런 호칭도 없는 그저 사냥꾼지기라고 불리는 남자와 관계를 갖게 된 것이, 그런 계급 차이를 넘어선 관계를 그렸기에 그것이 더욱 문제가 된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유튜브에서 부부 앙케이트 조사에서 만약 배우자가 성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대답을 본 적 있다. 그 두사람은 방송이라서 그랬는지 실제로 그들의 생가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둘다 똑같이 스스로 해결한다라는 답을 골랐었다. 단지 섹스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배우자를 버리고 이혼을 할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똑같은 질문을 여기 클리퍼드와 코니에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은 무엇이라고 대답을 했을까.

 

자유분방한 영혼 콘스탄스는 결혼 전에 다른 남자들과 연애한 경험이 있다. 물론 관계도 가진 적이 있다. 즉 결혼한 컬리퍼드가 첫남자가 아니라는 소리다. 반면 클리퍼드가 어떠했는지는 본문에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것만 같았던 그들의 결혼생활이었지만 클리퍼드가 전쟁에 나가서 부상을 당함으로 인해서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의 생활은 달라지게 된다.

 

외견상으로야 별 문제 없어보인다. 휠체어 신세가 되었지만 그는 글을 쓰고 유명한 사람이 된다. 그녀는 그런 그를 극진히 보살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서 그를 섬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우 스물일곱의 그녀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마치 남자와의 관계를 하지 못해서 열병을 앓았다거나 집안에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다른 남자에게 한 눈을 팔았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불쌍한 클리퍼드가 얼마나 괴로움을 느낄지 알고 있었기에 코니는 남자들의 호감을 부추기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클리퍼드는 이 점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겼다. (75p)

 

이 문장에서는 작가의 상황을 엿볼수가 있다. 실제로 로렌스의 아내였던 프리다는 그를 버려둔 채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었고 로렌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엇다. 프리다는 자신의 그런 상황을 숨기기보다는 드러냈고 자신의 남편인 로렌스의 감정을 헤아려주지 않았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클리퍼드에게 투영시킨 것이 아닐까. 자신의 아내가 하지 못한 것을 코니에게 바랐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코니는 오히려 더 그를 신경썼고 그가 혹시라도 질투를 하거나 걱정을 할까봐 남자들에게 눈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친정아버지는 한마디 말을 한다. "코니야, 애인을 하나 찾아보지 않으련? 이 세상에 있는 좋은 것은 다 하고 살아라!" (78p)  아버지는 딸이 안 되어 보였을까. 일반적인 아버지라면 딸에게 저런 말을 해줄까. 그야말로 코니의 집안이 어떠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말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를 떠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죽어가고 있는 청춘이 불쌍하게 보였을 것이다. 삼십대도 되지 않았는데 시들어버리는 자신의 딸이 불쌍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이 아닐까. 그의 충고대로 그녀는 좋은 것을 한다. 자신의 남편인 클리퍼드와 할 수 없었기에 그녀의 집에 찾아온 마이클리스와 한다. 남자가 스스로 지쳐 먼저 끝내자 그를 이용해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그랬다. 그것을 클리퍼드는 알았을까.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코니는 지쳐갔고 클리퍼드에게 새로운 간호사를 구한다. 조금은 자유시간이 생긴 그녀는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자신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렇게 그들이 만난다. 그것이 이 문제의 시작이다. 그저 단순한 마님과 사냥터지기의 만남이 아니었다. 그녀가 하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하는 그였다. 그것이 어찌보면 사랑의 핑퐁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서로가 사납게 말을 하지만 혹시 모를 밀당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가 다른 일반적인 고용꾼처럼 '네' 라면서 대답을 하고 끝냈더라면 그와 그녀의 관계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말대꾸를 했기에 그것이 불을 붙인 것일수도 있겠다.

 

그녀의 자궁에 직접 호소하는 듯한 매력을 발산했다. (87p)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숲으로 그를 찾아다니는 그녀. 사람들에게 그들의 관계를 들킬 수는 없다. 그러나 엣말에도 있지 않던가. 기침과 사랑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들의 관계는 단지 욕망이 아니었다. 사랑인 것이다. 관계에서 시작된 사랑. 그들의 관계는 이제 어떻게 매듭지어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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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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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소설의 진가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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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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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대한민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의 공간, 아니 제3의 도시라고.(42p)

 

작가의 이름은 유명하다. 워낙 다작을 하시는 분이시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쓰시는 분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책을 처음 본 것은 소설이 아닌 다른 역사책이었다. 이후 [멸화군 불의 연인]을 읽었다. 독특한 소재의 팩션이라서 조금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일 년 정도 후에 [상해임시정부]를 읽었다. 내가 몰랐던 부분까지 다 드러나 있는 책을 읽으면서 내 나라, 내 조국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작가가 정명섭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읽었던 전작과 연결시켜 기억하지는 않았다. 작가의 존재가 아주 깊게 각인된 것은 바로 [유품정리사]라는 책을 읽고 나서이다. 읽는 내내 감탄을 금할수가 없었다. 팩션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사료가 바탕으로 깔려있다. 거기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픽션을 더했다. 팩트와 픽션이 합쳐져서 팩션을 만들어 내고 그 조화로움 단단히 뭉쳐서 배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작가의 이름을 아주 확실히 기억했다. 이 작가가 쓰는 팩션이라면 무조건 믿고 읽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 책이다. 가장 최근에는 [무덤속의 죽음]을 읽었다. 탐정 을지문덕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였다. 을지문덕이라는 사람이 있는 줄은 알지만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처럼 크게 확 다가오는 것은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작가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그런 인물을 끌어내어 주인공으로 삼고 특별한 능력을 주었다. 대단하다.

 

반면 작가의 현대물은 읽지 못했다. 사실 작가의 작품은 역사 말고도 꽤 다양하다. 최근에도 현대물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워낙에 역사물에 깊이 감동을 받아서일까 역시 작가의 역사물은 대단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제3도시. 이 한권으로 작가의 현대물에 대한 생각이 확 틀어졌다. 역시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다방면에도 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제3도시는 개성공단을 의미한다. 북도 남도 아닌 제3의 공간. 그곳에서는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힘을 합해서 일을 한다. 총을 겨누고 있는 적이지만 한 나라였고 하나의 말을 쓰고 한 민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곳에서 원자재의 유출을 조사하러 간 강민규는 예상하지 못했던 살인사건과 마주치게 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남과 북. 각각의 방문에 도어락을 달아놓을 정도로 믿는다는 것이 불가능했던 그런 곳이다. 핸드폰이나 cctv 또는 인터넷도 들어오지 않는 이 곳.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열려있지만 닫혀 있는 공간이나 다름 없는 이곳에서 살인자로 몰려버린 강민규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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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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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또는 미래로 돌아가기 위한 규칙이다.

 

하나, 카페에 오지 않았던 사람을 만날수는 없다.

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셋, 자리를 비켜야지만 앉을 수 있다.

넷, 커피 한 잔이 식기 전에 다 마셔야 한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츠나구]에서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딱 한번 만날 수 있다. 이 설정 자체가 사람을 뭉클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나처럼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아니 먼저 떠나 보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설정만으로도 눈물이 나올지 모를 그런 소설이다. 그래서일까 감동적인 이야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들 중에는 이런 설정을 가진 책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감동 코드가 흐르지는 않는다. 잘못 설정된 인위적인 조건은 감동은 커녕 기분만 나쁘게 만들고 허무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는 이 조건을 아주 완벽하게 대입시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그런 소설이다.

 

여동생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257p)

 

첫 이야기의 후반부부터 흘러내렸던 눈물은 두번째 이야기에서 잠잠한가 싶었더니 세번째 이야기, 책에서 암흑을 표지하기 위해서 아예 페이지 자체를 검게 편집한 그 부분에서 절정에 달해 꺼이꺼이 울어버렸다. 입을 열어 통곡하는 것을 막으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면 좋을까. 분명 나와는 다른 조건의 이야기일지라도 자매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꼭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벌써 이십년이 넘었다. 먼저 떠나간 동생이 그 속에서 자리를 잡고도 남을 그런 시간이다. 나만이 느끼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내가 무서운 건......."

유키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코를 크게 한 번 훌쩍였다.

"내가 죽고서 언니가 웃지 않게 되는 거야......." (275p)

 

마지막은 그나마 덜 슬플 줄 알았다. 희망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그렇다면 해피엔딩이겠거니 하고 기대했는데 작가는 마지막까지 슬픔을 한 뭉치 퍼부었다. 무엇을 기대했던지 간에 그 이상을 안겨줄테다 하면서 말이다. 로맨스에는 절대 약하지 않다. 남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만큼 그렇게 감성적인 인간은 아니다. 그랬는데도 눈물을 질질, 그야말로 말 그대로 질질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작가의 스타일이 절대 고구마를 던져 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문체 하나하나가 담백하면서도 빠르다. 휙휙 전개되는 이야기는 답답하지 않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도 책을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다. 그 속에 담긴 네편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가라 앉아 있어서다. 먹먹하다. 그 표현이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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