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1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성행위가 단지 다른 형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면, 그건 입으로 말하는 대신에 행동으로 말한다는 거지? 그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여자들과 날씨나 그 밖의 잡다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주고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감각과 정서를 교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섹스란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일종의 정상적인 육체적 대화라고 할 수 있어. (103p)

 

1960년 펭귄은 출판물법에 기소되었다. 계급을 넘어선 두 남녀의 사랑을 세밀히 묘사한 탓에 금서로 사라질 뻔한 이 작품 때문이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 이 작품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다시 펭귄클래식에서 나왔다. 대중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가장 많은 해적판을 양상했던, 뜨거운 문제작들만 모아 놓은 시리즈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다.

 

 

 

열정과 정열의 상징인 레드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에 아니, 단순한 사랑이 아닌 격정적이고 금지하고 금기시되고 관능적인 그런 사랑이야기에 가장 합당한 선택이다. [헨리와 준], [보바리 부인], [퀴어], [어떤 정염], [모피를 입은 비너스] 그리고 [채털리부인의 연인]까지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레드 시리즈는 이 겨울 코로나로 입해서 어디론가 가고 싶어함을 갈망하는 영혼들을 채워줄 뜨거운 구원책이 될 것이다.

 

읽어갈수록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단지 이런 묘사들로 인해서 금서라는 기소되었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시대적 변화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렇다 할지라도 지금의 19금 소설들과 비교해 본다면 이 작품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조금은 더 클래식한 고전에 가까운 표현들이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다.

 

아니 금서가 된 데는 그런 사랑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이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그보다는 준남작인 클리퍼드와 결혼한 코니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붙게 되었고 그런 그녀가 아무런 호칭도 없는 그저 사냥꾼지기라고 불리는 남자와 관계를 갖게 된 것이, 그런 계급 차이를 넘어선 관계를 그렸기에 그것이 더욱 문제가 된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유튜브에서 부부 앙케이트 조사에서 만약 배우자가 성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대답을 본 적 있다. 그 두사람은 방송이라서 그랬는지 실제로 그들의 생가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둘다 똑같이 스스로 해결한다라는 답을 골랐었다. 단지 섹스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배우자를 버리고 이혼을 할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똑같은 질문을 여기 클리퍼드와 코니에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은 무엇이라고 대답을 했을까.

 

자유분방한 영혼 콘스탄스는 결혼 전에 다른 남자들과 연애한 경험이 있다. 물론 관계도 가진 적이 있다. 즉 결혼한 컬리퍼드가 첫남자가 아니라는 소리다. 반면 클리퍼드가 어떠했는지는 본문에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것만 같았던 그들의 결혼생활이었지만 클리퍼드가 전쟁에 나가서 부상을 당함으로 인해서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의 생활은 달라지게 된다.

 

외견상으로야 별 문제 없어보인다. 휠체어 신세가 되었지만 그는 글을 쓰고 유명한 사람이 된다. 그녀는 그런 그를 극진히 보살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서 그를 섬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우 스물일곱의 그녀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마치 남자와의 관계를 하지 못해서 열병을 앓았다거나 집안에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다른 남자에게 한 눈을 팔았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불쌍한 클리퍼드가 얼마나 괴로움을 느낄지 알고 있었기에 코니는 남자들의 호감을 부추기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클리퍼드는 이 점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겼다. (75p)

 

이 문장에서는 작가의 상황을 엿볼수가 있다. 실제로 로렌스의 아내였던 프리다는 그를 버려둔 채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었고 로렌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엇다. 프리다는 자신의 그런 상황을 숨기기보다는 드러냈고 자신의 남편인 로렌스의 감정을 헤아려주지 않았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클리퍼드에게 투영시킨 것이 아닐까. 자신의 아내가 하지 못한 것을 코니에게 바랐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코니는 오히려 더 그를 신경썼고 그가 혹시라도 질투를 하거나 걱정을 할까봐 남자들에게 눈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친정아버지는 한마디 말을 한다. "코니야, 애인을 하나 찾아보지 않으련? 이 세상에 있는 좋은 것은 다 하고 살아라!" (78p)  아버지는 딸이 안 되어 보였을까. 일반적인 아버지라면 딸에게 저런 말을 해줄까. 그야말로 코니의 집안이 어떠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말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를 떠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죽어가고 있는 청춘이 불쌍하게 보였을 것이다. 삼십대도 되지 않았는데 시들어버리는 자신의 딸이 불쌍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이 아닐까. 그의 충고대로 그녀는 좋은 것을 한다. 자신의 남편인 클리퍼드와 할 수 없었기에 그녀의 집에 찾아온 마이클리스와 한다. 남자가 스스로 지쳐 먼저 끝내자 그를 이용해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그랬다. 그것을 클리퍼드는 알았을까.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코니는 지쳐갔고 클리퍼드에게 새로운 간호사를 구한다. 조금은 자유시간이 생긴 그녀는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자신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렇게 그들이 만난다. 그것이 이 문제의 시작이다. 그저 단순한 마님과 사냥터지기의 만남이 아니었다. 그녀가 하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하는 그였다. 그것이 어찌보면 사랑의 핑퐁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서로가 사납게 말을 하지만 혹시 모를 밀당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그가 다른 일반적인 고용꾼처럼 '네' 라면서 대답을 하고 끝냈더라면 그와 그녀의 관계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말대꾸를 했기에 그것이 불을 붙인 것일수도 있겠다.

 

그녀의 자궁에 직접 호소하는 듯한 매력을 발산했다. (87p)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숲으로 그를 찾아다니는 그녀. 사람들에게 그들의 관계를 들킬 수는 없다. 그러나 엣말에도 있지 않던가. 기침과 사랑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들의 관계는 단지 욕망이 아니었다. 사랑인 것이다. 관계에서 시작된 사랑. 그들의 관계는 이제 어떻게 매듭지어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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