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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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어졌다. 훈자라는 도시가. 파키스탄에 있다는 훈자라는 도시가 낯설어 검색을 해본다. 있다. 진짜 있는 동네다. 훈자 마을도 있고 이야기 속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이 이동했던 파수라는 곳도 실제하는 지명임을 알 수 있다. 파수도 가고 싶다. 훈자를 가면 같이 갈 수 있을까. 코로나가 없다 하더라도 파키스탄이라는 나라는 쉽게 그냥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알기에 그래서 더 호기심만 불러 일으키는 곳이 되어 버렸다. 작가님은 이 곳을 다녀오셨을까.


중학교 교사, 영상번역가, 소설가, 대학생 그리고 여행가인 다섯 명의 사람들이 훈자라는 곳에서 만난다. 많은 여행객이 오가는 곳이 아니기에 그들은 여기서 자신들만의 그룹을 만들어서 더욱 친하게 지내게 된다. 달리 특별한 것은 없다. 원래가 그런 동네이고 그들은 장기 여행자인 탓에 그저 하루하루를 편안히 쉬거나 산책을 하거나 평상시와 같은 일과를 보내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사인 김설은 먼저 와 있던 그들보다는 나중에 합류한 멤버이다. 방학을 이용해서 여기저기 여행을 하는 그녀는 그렇게 튀는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듯이 순수함을 띤다. 옛날 아이돌 그룹을 소개할 때 무슨 파트를 맡고 있어요 라고 한다면 전 순수를 맡아요 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말이다. 그녀와 함께 도미토리를 쓰는 사람은 번역가인 하나다. 설과는 다르게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그녀다. 먹고 살기 위해서 여러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녀였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낙현은 팔리지 않는 소설가이다. 그가 베스트셀러를 썼더라면 지금 이곳에 그는 없었을 수도 있다. 소설을 써서 자신의 밥벌이가 온전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도 아내가 소개해 준 자리에서 일을 했지만 결국은 그만두게 되고 아내와도 헤어지고 그 결과 지금 이곳이다. 가장 막내인 대학생 나은은 여행가인 오후와 함께 방을 쓰는 룸메이트이다. 그렇다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이상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여행을 하면서 편리함에 같이 지내는 것 뿐이라고 볼 수 있는 관계다. 아주 조용해 보이지만 나은은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행동이라는 것이다. 여러 번 자해를 하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타투를 하고 이제 그녀는 파수로 가서 그곳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계획은 이루어질까.

이 그룹 중에서는 가장 여행 베테랑인 오후. 그는 대마류를 피운다. 그런 그를 걱정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모든 것들도 자유다. 너무 중독만 되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은과 같이 방을 쓰며 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하나와는 한번 잤을 뿐 그냥 친구사이를 유지한다. 이곳에서는 그런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 일상이 아닌 여행지라는 곳이 그렇게 만든다. 그 또한 남들이 알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되고, 그러면 또 다른 시대를 황금시대라며 동경하게 되겠죠.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인생이라는 게 본래 불만족스러운 거니까요. (132p)


훈자에서 지내던 그들은 파수로 이동을 하고 그 전날 술을 마시면서 외계인 게임을 한다. 어떤 질문을 하고 두가지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 소수인 쪽이 외계인이 되는 그런 게임이다. 어떤 질문을 만드냐에 따라서 대답이 갈릴 수가 있다. 선택의 폭은 딱 두가지로 좁다. 자신이 왜 외계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생각도 알 수가 있는 그런 게임이다. 이 그룹의 다섯 명은 저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질문에 녹여서 드러낸다. 


우리 중에 외계인은 누구일까. 소수 인원을 나타내는 외계인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다수의 의견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 풍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나와는 다른 사람을 편 가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단어인 외계인. 우리는 나와 다르면 무조건 외계인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구성의 이 이야기는 쉽게 읽히지만 반면 묵직함을 남겨주어 무언가 명치끝에 턱하고 얹혀있는 듯한 느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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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 하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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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들은 둘이서 여행을 떠난 거야.(14p)


뜻밖이었다.  십대 소녀 두명이 여행을 떠났고 그들이 가진 돈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물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이 가진 부모의 카드 덕분이 아니었을까? 딸이 유급하게 되자 아버지는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카드를 정지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돈이 없고 카드 없이는 어디로도 갈 수 없으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 그들이 가르쳐 준 팁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이들의 여행은 끝날 줄 알았다. 당황한 그들이 자신들이 계획한 것을 포기하고 돌아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이츠카와 레이나는 그들이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받고 자신들이 가고 싶었던 곳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물론 이츠카만이다. 레이나는 아직 어리기에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자신들이 무슨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롭게 일을 할 수도 없으니 아는 사람에게 소개 받아서 하는 일이여야 하고 서빙을 하는 등의 단순한 일이다. 처음 생각에는 영어실력도 조금 모자라고 사람들에게 나서거나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리는 조금은 내성적인 이츠카가 그런 일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역시도 나의 편견이었다.

이츠카는 열심히 일했다. 저녁부터 밤에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 낮에도 일을 한다. 낮에 식당에서 일하고 남은 음식을 가져와서 레이나와 함께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는 밤에 또 일을 하러 간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레이나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레이나를 굶기지 않고 같이 계획했던 여행을 마지막까지 해야 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처음부터 어디서 끝을 내겠다고, 어디까지 가겠다고, 어디를 가겠다고 작정한 바는 없기 때문에 그들의 계획은 늘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한 것은 분명히 그곳까지는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기 위한 돈을 모으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부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레이나의 아빠는 카드를 정지시켜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답을 알 수 없는 몇 가지 의문 즉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애들은 어쩔 작정인 건지 자신이 뭘 어쨌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곱씹어 본다. 사실 그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해서 그녀들이 집을 떠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끝까지 읽어도 그녀들의 여행이 왜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가 곰곰히 생각해보는 그런 장면이야말로 딸을 가진 부모들에게 더 공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십대들이고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 그들의 이동수단은 다양하지 못하다. 버스나 히치하이크이다. 요즘 세상에 히치하이크로 여행이 가능할까. 모든 사람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범죄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혹시라도 이 책을 보고 이 소녀들을 동경해서 같은 방법으로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큼은 말리고 싶다. 솔직히 소설이니까 그렇지 현실속의 히치하이크는 정말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서도 이츠카와 레이나가 약간 위험한 상황에 놓일 뻔 하기도 한다. 그들이 단지 차를 태워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성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이용하는 것은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선의는 그냥 선의로 베풀어지면 안되는 것일까.


부지런히 벌어서 여행을 계속하지만 모든 곳을 다 가기에는 부족한 경비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가고 싶었던 모든 곳을 다 가지는 못하지만 만족스러운 여행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야기 속에서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이후의 이야기는 그려지지 않는다. 단지 가족들의 모습을 설명하면서 이후에 이랬을 것을 그들은 모른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고 있다. 그런 절제된 표현이 세련되어 보인다. 구태의연하지 않다.

몇달간의 여행이 무에 그리 대수일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이  두사람에게는 큰 일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으로 인해서 각자의 가족에게도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자신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일종의 나비효과라고 할까. 여행을 떠나보지 않고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마주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안주해서는 찾지 못하는 그런 경험들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 것일까.


집 떠난 뒤 맑음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있고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라는 속담도 있다. 집을 떠난 뒤 늘 맑음이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맑음을 기대하면서 떠나볼 수 있지 않을까. 흐림 뒤에 나오는 맑음이 더 소중하듯이 말이다. 원서의 제목은 이와는 달리 그녀들의 모임같은 그런 의미이지만 이 은유적인 표현이 왠지 더 마음에 들어서 종종 머리속에 떠올릴 것 같다. 집 떠난 뒤 맑음! 오늘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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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주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해로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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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통 호러의 최고봉 박해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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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인 사람 - 까꿍TOON
최서연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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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찾아봤다. 대체 까꿍툰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던 거다. 그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이 책이 출간된 후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 팔로우 수가 는다면 그건 다 이 책의 덕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최서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개인적인 관심이 간다는 소리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그려 놓은 이 그림들은 너무나 평범해서 웃기다. 작가님과 동년배의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도 있을테지만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그런 작품이 된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영문학 전공에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는 작가님의 경력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전문적인 그림은 아니다. 단순한 선과 면으로 구성되는 이 카툰이 주는 단순함이 주는 마력은 굉장히 크다. 영상에서 이 캐릭터들이 그려지는 과정을 보았다. 슥슥 그리는 것 같지만 지우기도 몇번, 하얀 바탕에 까만 선들이 그려지는데 짜잔 캐릭터 완성. 너무 신기한 영상이었다.

 

이야기는 무슨 거창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단지 자신이 겪은 일 또는 자신의 생각들을 자신의 관점대로 표현해 두었다. 만화로 보는 것도 좋지만 이 까꿍이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발달시켜서 이모티콘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나와 있으려나. 이 캐릭터가 나오는 이모티콘이라면 사람들이 충분히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을까. 나부터도 귀여움에 이 캐릭터가 나오는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싶으니 말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 아니 지하철을 탔는데 내 이어폰을 한쪽 끼는 아주머니는 누구신가. 이런 경우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닐테니 작가님이 특이한 일을 당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다 자전거 안장을 도둑맞은 엄마라니. 누구나 이런 황당한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기 마련인데 까꿍님의 어머님은 어떤 자세로도 오케이를 외치시며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셨다. 대단한 능력자시다.

 

제목이 상당히 길다. 작가님은 내향적인 사람일까 아니면 외향적인 사람일까. 그림에서는 아주 약간 더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정도면 충분히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본다. '내향관종'이라는 아주 딱 맞는 단어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는데 비록 내향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어 가끔은 소심해 보이는 면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이 단어가 아주 찰떡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제목 누구에게나 다 어울리는 그런 말은 아닐까. 이 제목을 보고 나도 그런데 하는 내 블로그 이웃도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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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 상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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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하고 있는 거니까. (50p)


분위기가 달라졌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그 말할 수 없는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등장인물이라던가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졌다. 하기야 십대의 소녀들 두 명을 데리고 불륜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이전의 느낌들이 해가 지고 나서 완벽한 어둠을 나나내고 있는 듯했다면 이 책의 느낌은 해가 뜨고 난 이후 아침의 청량함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십대 소녀 두 명, 사촌 언니와 동생이 집을 떠났다면 그것은 여행일까 가출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여행을 하겠다고  쪽지를 남겼지만 어디로 가겠다는 말도, 언제 돌아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다. 보통의 부모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그들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자발적으로 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무슨 명목으로 잡아 오겠는가. 단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길 원한다면 카드를 정지시키라는 친절한 팁을 알려줄 수 밖에.


그들의 부모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마음껏 여행을 하도록 그냥 두었다. 걱정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걱정은 한다. 아이들이 어디쯤 있는지 잠은 어디서 자고 무얼 먹고 있는지 주위에 나쁜 사람들은 없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걱정이다. 그녀들은 가끔 엽서를 보내서 자신들의 안부를 전한다. 여행지를 밝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전화도 한다. 아주 가끔이다.


언니인 이츠카와 동생인 레이나. 그들은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아무에게나 잘 어울리는 외향적인 성격의 레이나와 근심과 걱정을 혼자 다 하고 있는 이츠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여행은 전적으로 이츠카가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갈지를 물어보고 같이 정하는 것은 맞지만 언니라는 입장이 주는 그런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 동생을 보호하고 이 여행을 안전하게 마쳐야 한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레이나는 그저 언니만 따라 다니면 되니 훨씬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이런 일이 몇 번씩 있었다. 크리스가 일본어를 이해한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 (183p)

이츠카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보내졌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이렇게 여행을 떠난 것이다.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레이나는 어느 정도 영어를 능숙하게 하고 이츠카는 일본어를 더 많이 쓰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소통의 부재도 이츠카를 더 막아 버리는 것일수도 있지만 말이라는 것은 꼭 언어로만 전다달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맞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말로 해도 다 알아듣게 된다. 크리스가 그런 친구였다.



요컨대 이츠카에게는 '바람'이라는 것이 없었다. 바라지 않는 것만 잔뜩 있다. 자신이 무얼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건 몰라도 '싫은 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20p)

원래 성격상 no라는 답이 더 편하고 그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아이였다. 이츠카는. 내가 비슷한 아이여서 그럴까. 나는 이츠카에게 훨씬 더 몰입해서 본다. 레이나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저녁 약속을 잡아 버렸을 때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그러냐며 이츠카처럼 걱정도 하고 레이나가 새벽까지 돌아오지 않았을 때는 안절부절하기도 한다.


나는 이 아이들처럼 십대에 여행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가족기리 간 여행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두 명의 소녀가 버스를 타고, 히치하이크를 하고, 호텔을 잡고 여행지를 결정하는 그런 모든 일들이 부러움으로 보인다. 내게 십대 시절이 다시 한번 주어진다면 나도 그녀들처럼 정해놓은 목적지없이 그때마다 다음 목적지를 정해가면서 긴 기간동안 제대로 된 여행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진다.


이츠카와 레이나가 왜 이런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앗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단지 그녀들이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걱정은 하지만 그 아이들을 찾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런 것으로 보아 가정불화로 인한 가출은 아닌 것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무엇이 그녀들로 하여금 그렇게 긴 기간동안 자신들을 돌봐주는 보호자도 없이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는지 말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날씨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다. 제목처럼 '집 떠난 뒤에 맑음'이라면 일단은 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으로 되었다. 어떤 제지도 없이 여행을 하던 아이들에게 제동이 걸렸다. 이제 그녀들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보통, 이런 식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감정을 드러내 보이거나 하지 않아."  (2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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