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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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아들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었다. 이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찌하여 그가 죽었는지 궐 안에서 뒤주는 어디서 났는지 그때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그가 죽은 후 그 아들은 어찌 되었는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혜경궁 홍씨라는 이름도 너무 많이 들었지만 한중록의 저자라고만 알고 있을 뿐 팩션 속에서 나오는 그녀의 이름은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었다. 그게 바로 이 책을 읽게 한 이유였다. 그녀가 지은 이 한중록이라는 책을 읽음으로 그때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자 함이다. 물론 이 역시도 사료와는 다르기에 분명 이 모든 것이 다 사실만은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그 자리에 있었던 그녀의 눈을 통해서 그녀의 손을 통해서 써 내려간 이 작품을 읽으면 조금은 더 생생한 현장의 기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으로 읽는다.



나와 선왕이 경모궁의 처자로 망극한 변을 당하고도 능히 죽지를 못하고 목숨을 보전한 것이 애통함은 나 자신의 애통이오, 의리는 나 자신의 의리로써 오늘까지 온 일이니 이 말을 주상이 자세하게 알게끔 하려는 것이다. (71p)


총 6권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한 여자의 인생을 따라간다. 그녀가 어떻게 세자빈으로 간택이 되었는지부터 풀어가는 이야기는 별일 없이 평온했던 그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또한 혜경궁 홍씨가 영조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며느리라는 것도 확인해 주는 부분이다. 그런 점은 책 전체를 통해서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죽이면서도 며느리였던 그녀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고 그랬기에 그녀의 아들도 세자로 무사히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하여 마음이 상하느냐?"

"부왕께서 사랑하지 않으시기에 서럽고, 꾸중하시기에 무서워 화가 되어 그리합니다." (134p)


2장에서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부자 간의 불화가 아주 심했음을 보여준다. 이 글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조금은 유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한다. 만약 그가 세자가 아니라 그냥 일반 평민이었다면 오히려 행복한 세월을 보내면서 오래도록 살지 않았을까. 부왕에게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그는 그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런 부담이 아버지를 가까이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멀리 하게 만들었고 무서워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갈등이 정신적인 병을 일으키게 만든 촉발제가 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3권에서는 드디어 사도세자의 죽음이 그려진다. 몰랐다. 영조가 시킨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뒤주를 가져오라고 하고 그랬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기야 아비 입장에서 본다면 그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한 나라를 이어받아야 하는 세자가 미쳐서 날뛰는데 그냥 두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물려 주자니 그렇고. 그래서 생각한 방법일 지도 모른다. 차라리 폐위를 시켰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자신의 눈에서 안 보이는 곳에 멀리 보내버렸으면 부자간에 이런 비극은 생겨나지 않았을가. 누군들 세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느냐마는 참 안타까운 인생이었다.



하지만 경모군의 병환이 어쩔 도리가 없으시고 영조의 처분은 부득이 하신 일이었다. 뒤주는 영조께서 스스로 생각하신 것이요, 나나 선왕이나 그런 고통은 스스로의 고통이고 의리는 스스로의 의리로 알았다. (201p)


4권과 5권에서는 혜경궁 홍씨의 친정에 대해서 그리고 있으며 마지막 6권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며 자신의 아들인 정조와 손자인 순조에 관한 이야기가 까지 알차게 담아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궁에서 오랫동안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일찍 죽었다면 이런 대 기록 또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한중록이 남아 있는 것도 후손인 우리에게는 아주 큰 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그 당시의 기록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친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특히 홍국영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 역시도 역사 시간에 많이 들었던 이름이기는 해도 도무지 머리속에 정리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 당시의 일들이었는데 한중록을 통해서 확실히 더 알게 된다. 사람을 역적으로 몰아 죽이고 자신의 이를 후궁으로 들이고 누이의 양자로 동궁을 만들고 음모를 꾸미고 중전에 꾀를 부리는 등 그가 얼마나 궐 내에서 자신의 부귀 영화를 꿈꿨는지 자신의 자리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이다. 자신들끼리 모여있는 공간에서는 언제나 말이 돌기 마련이다. 누구 하나 이간질 하기 딱 좋은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아무리 듣지 않으려 해도 반복해서 듣는다면 진짜 그런가 하고 의심도 해보게 된다. 비극은 그런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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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지음, 김나랑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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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원래 단어의 뜻은 익명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해커들을 집단을 의미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 속에서는 네티즌들이 사건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트인 블라인드 경찰에서 내부 정보를 술술술 흘려주는 작성자 이름으로 쓰인다. 익명으로 밝히는 중요 정보들로 인해서 경찰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치닫는다. 이 어나니머스는 누구일까.



"공통점은 악을 처단한다는 거네요." (275p)


경시청 손가락살인 대책실. 손가락살인이라는 말이 너무 웃기지만 실제로 우리는 지금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악플을 달고 그로 인해서 누군가 상처를 입고 자신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자살이 아니라 엄연한 살인이 아니던가. 자살을 하기 위한 이유를 제공했으니 말이다. 그런 것을 막고자 경시청에서는 대책실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눈에 가시 같은 인재들을 한번에 모아둔 그런 별볼일 없는 부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은 오늘도 열심이다. 누군가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한 명이라도 더 풀어주기 위해서 더이상은 이런 손가락장난으로 인해서 피해자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고 또 뛴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 같은 놈 신상 까발린 게 뭐가 잘못이죠? (141p)


각각 피해자의 이름을 장의 제목으로 삼았다. 첫번째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많이 있어왔던 연예인 자살이다. 너무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았기에 이제 더는 이런 이유로 인해서 자산의 하나뿐인 목숨을 버리는 사례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종은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자살률이 높은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재능이 출중한 친구들이 여러 이유로 이 세상에서 더 볼 수 없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나는 지극히 슬퍼진다. 그들의 연기를, 그들의 노래를, 그들의 퍼포먼스를 계속 보고 싶으니 그대들이여 제발 살아라.


그런가 하면 갑질 영상에 관한 이야기나 소년범, 불륜, 사진합성, 왕따, 납치 그렇게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것 같더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어나니머스가 경찰에 전면으로 대놓고 대항하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어나니머스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내부 정보에 빠삭한 사람이다. 경찰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종합해 봤을 때 여기서 등장한 사람들로 폭을 좁혀 훑어본다면 어느 정도 누구인지 감을 잡을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왜이다. 왜 경찰에 반감을 가졌는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런 행동을 함으로 어나니머스가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복수인 것일까. 그 모든 것이 풀려나는 순간 어나니머스와 경찰 사이에 쌓인 갈등은 해결될 것이다. 


이제 어나니머스는 존재하지 않을까. 아니면 제2  제3의 어나니머스가 또 등장을 하게 될까. 일본 드라마에 특별 출연한 우리나라 배우 심은경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를 소설화 시킨 작품이다.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가 꽤 매력 있다. 드라마로 보아도 충분히 재미를 주겠다 싶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지 않은 실정이고 우리도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들이 많기에 드라마와 책 모두 공감을 하면서 보고 읽을 것 같다. 



"강한 사람은 없어." (60p)


주연을 맡은 가토리 신고의 이야기가 제일 뒤에 편집 되어 있다. 그는 가장 인상에 남았던 대사로 '강한 사람은 없어'를 꼽았다. 나 역시도 그 대사가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 세상에 강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마구 공격을 당해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 지금도 악플로 또는 여러가지 가짜 기사들도 사람을 낚는 범죄자들이여 그만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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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혼전 - 원혼을 부르는 책
김영미 지음 / 산수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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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여 페이지.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까. 그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기에 이렇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을까. 원혼을 부르는 책이라는 환혼전은 또 대체 무슨 뜻일까. 읽기 전부터 궁금증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런 한 권의 책이다.


양반집 규슈였던 여리는 아버지에 의해 궁녀로 궐에 들어간다. 궐이 어떤 곳이던가. 열려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그런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던가. 추리소설에서 쓰이는 클로즈드 서클은 이런 궐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배경이 된다. 거기다가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입이 무겁다. 무슨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쉽게 떠벌일 사람들이 아니다. 자기네들끼리는 이야기를 할지언정 외부인에게는 더욱 닫힌 모습을 보인다. 그곳이 바로 궐이다. 



또래 무리에 섞여본 경험이 적다 보니 그들 사이의 견제나 신경전 같은 일엔 백지다 싶을 만큼 무지했던 탓이었다. (25p)


대비전 소속으로 마마에게 불경을 읽어주는 역할을 맡은 여리다. 그녀는 자신을 질투하는 강생이에게 속아서 폐서고에 들렀다가 세자와 만나게 되고 그에게 낚이어 내기를 하게 된다. 일단 궁녀와 세자의 신분 차이가 눈에 뜨인다. 궐의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뉠 수 있다. 대접을 받는 사람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 엄연히 나누어진 계급이다. 그 둘의 간격은 크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매우 작기도 하다. 가령 궁녀가 임금의 눈에 들어 승은을 입는 경우 그 궁녀는 비록 첩이긴 하지만 대접을 받는 계급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궁녀가 세자와 마주하고 내기를 한다라. 있을 수 없는 설정을 조건으로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방향을 정리해둔 것이다. 그들은 귀신의 존재와 행방에 관해서 내기를 한다. 여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때론 껄끄러운 진실보다 불가해한 거짓이 더 설득력을 얻곤 한다. 그것이 참이 아님을 알면서도 감춰둔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겪게 될 곤란과 불편을 견딜 수가 없어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67p)


한편 궐에서는 환혼전에 등장했던 괴물인 천구가 방울 소리와 함께 나타나고 그 방울 소리로 인해서 대비는 신경증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게 된다. 대체 그녀는 왜 그리도 방울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가. 천구라는 존재는 실재하는 동물일까 아니면 그 또한 귀신의 일종일까.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환혼전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책이 실제로 저주를 불러 일으키는 것일까. 그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일까. 무슨 의도로 그런 책을 쓴 것일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고, 한동안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바라 마지않던 일이기도 했다. (261p)


작가의 말에 의하면 각 장의 말미에는 사료가 덧붙여 있다고 했다.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조선왕조실록이라던지 하는 그 당시 존재했던 책의 이야기 부분이 그대로 실려있다. 그 책의 이야기들은 이 환혼전에 나온 에피소드와 매우 흡사한 점이 있다. 작가는 그런 자료들을 참고로 이야기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료들을 읽는 것이 더 재미나다. 책의 이야기는 분명 픽션이지만 실록이라던지 사료에 나온 이야기들은 그때 당시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아니던가. 그러니 실제와 혀구를 비교하는 재미도 함께주어지는 것이다.


귀신이라는 존재가 실제로 있을까. 성경에서도 귀신이 있다고 악한 영은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경 상에서는 하나님을 믿음으로 인간이 그 영들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실생활에서는 어떨까.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귀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미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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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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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인 관계로 같이 살았던 사람이 연인의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사라진다. 이보다 더 슬픈 아니 기가 막힌 일이 어디 있을까. 마틸다와 크사버는 그렇게 헤어졌다. 아니 마틸다는 그렇게 남겨짐을 당했다. 일방적으로. 헌신적으로 유지했던 관계에서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고 발로 걷어 차임을 당한 것이다. 크사버는 아직 이름 없는 작가였고 자신은 교사였다. 모든 경제활동을 자신이 담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것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은 없었다. 크사버가 언젠가는 멋진 책을 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날도 그렇게 일을 하고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반겨주던 연인은 없었다. 그의 자리가 비워져 있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마틸다라는 인간의 모든 것이 의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240p)


이제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들은 국어교사와 작가로 다시 만났다. 마틸다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아니 그 이전에 메일로 먼저 만났다. 일 때문이었다. 학교에 오게 된 작가와 그 프로젝트를 맡은 국어교사. 크사버는 메일로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마틸다는 냉담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16년 전에 그가 어떻게 집을 나갔는지를 알고 있는데 말이다. 나라도 당연히 그런 반응이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 취급하듯 그렇게 딱 실무적인 것만 일 적인 것만 얘기했을 것이다. 크사버의 반응이 너무 황당하기까지 하다. 저렇게 반가워하다니. 아니 그럼 그때는 왜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쪽지도 없이 이유나 변명도 없이 집을 나간건데? 대체 뭔데? 



인생에는,떠나는 것과 남겨지는 것밖에 없어! (275p)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그러면서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어렴풋이 과거의 일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며 각자가 숨긴 비밀을 알아가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다시 이야기를 구성하는 형식이다. 이런 방식이 확연히 드러나는 독특한 방식은 아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접점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한다는 면이 다른 액자식 구조의 소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크사버는 마틸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감추고 있던 비밀을 더이상 숨길 수 없음을 깨닫는다. 마틸다는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소설 에 녹여냄으로 그가 어떤 해동을 했는지 자신에게 밝혀주길 원한다. 그렇게 그들의 인생은 다시 한번 일상을 되찾는가 했는데 엔딩은 또 한번 비틀렸다. 그렇게 멍하니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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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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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티칼 리미트>나 [클라이머즈 하이] 같이 산을 소재로 한 영화나 책들은 깊은 감동을 준다. 또한 흥분되기도 한다. 익숙한 생활 환경에서 보이는 그런 곳이 아니다 보니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지는 것이다. 산이라는 곳은 밀실과도 같은 그런 조건을 제시해주며 아무나 함부로 접근 할 수 없는 그런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흰색 어둠이 펼쳐졌다. 화이트아웃이다. (30p)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내용은 띠지에 적힌 것처럼 제사한 시간 24시간 내에 백만 명의 인질을 잡고 50억엔의 돈을 요구하는 납치범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책을 넘기자마자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도가시와 요시오카. 댐에서 근무하는 그들은 산에서 조난자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냥 두면 그들은 분명 죽은 채로 발견될 텐데 그들을 찾아야만 하는 그런 사명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산악부였고 자신들이 충분히 훈련이 된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을 구하러 간 것이다.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찾았으니. 하지만 산은 그것도 눈 덮인 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음을 바꿔버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그렇게 산속에 갇히고 말았다. 둘이 아니 넷이 말이다. 그렇게 있다가는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던 그들은 한 사람에게 모든 기대를 한다. 그가 내려가서 구조대들을 보내기를 바란 것이다. 그렇게 선탹된 것이 바로 도가시였다. 그를 응원했다. 제발 빨리 내려와서 그들을 구출하기를 소망했다. 산이 그들의 편이 아니었듯이 도가시도 내편이 아니었나보다. 도가시는 화이트아웃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늦은 구조 요청을 보내게 된다. 만약 그가 그렇게 한 행동이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않았다면 그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 



뿌연 소용돌이에 시야가 흐려져 감사 통로 바닥마저 보이지 않았다. 눈과 짙은 안개에 휩싸였을 때 말고도 화이트아웃이 있다니. (212p)


그후로 시간이 흐른다. 요시오카의 약혼녀 지아키는 지금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자신의 약혼자가 있던 그 산. 그 산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그녀는 그날이 그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계획한 날이 그날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도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인질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인디아나 존스'가 생각이 난다. 일당 백을 자처하는 주인공이 아니던가. 도가시도 마찬가지다. 납치범들 몰래 댐을 빠져 나간 그는 일 대 다수의 상황을 만들어서 그들에게 대항을 한다. 그들이 더이상의 만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그들이 댐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그가 막는다. 물론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다. 아니 댐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그것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그들의 눈에서 빠져나와 댐을 열려는 것을 막고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도 이겨낸다. 눈으로 둘러 쌓인 산 속에서 맨몸으로 다니고 혼자서 불을 피워서 몸을 말리고 다시 또 눈 속으로 뛰어든다. 



무기는 없어도 침입자들보다 유리한 점이 적어도 하나는 있었다. 그들보다 댐 내부에 대해 더 잘 안다는 사실이었다. (165p)


그가 만약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런 감동은 좀 덜할 수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이런 극한 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화이트아웃은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칫 한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그야말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화이트아웃이다. 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책이 나로 하여금 눈을 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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