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버티칼 리미트>나 [클라이머즈 하이] 같이 산을 소재로 한 영화나 책들은 깊은 감동을 준다. 또한 흥분되기도 한다. 익숙한 생활 환경에서 보이는 그런 곳이 아니다 보니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지는 것이다. 산이라는 곳은 밀실과도 같은 그런 조건을 제시해주며 아무나 함부로 접근 할 수 없는 그런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흰색 어둠이 펼쳐졌다. 화이트아웃이다. (30p)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내용은 띠지에 적힌 것처럼 제사한 시간 24시간 내에 백만 명의 인질을 잡고 50억엔의 돈을 요구하는 납치범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책을 넘기자마자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도가시와 요시오카. 댐에서 근무하는 그들은 산에서 조난자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냥 두면 그들은 분명 죽은 채로 발견될 텐데 그들을 찾아야만 하는 그런 사명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산악부였고 자신들이 충분히 훈련이 된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을 구하러 간 것이다.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찾았으니. 하지만 산은 그것도 눈 덮인 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음을 바꿔버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그렇게 산속에 갇히고 말았다. 둘이 아니 넷이 말이다. 그렇게 있다가는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던 그들은 한 사람에게 모든 기대를 한다. 그가 내려가서 구조대들을 보내기를 바란 것이다. 그렇게 선탹된 것이 바로 도가시였다. 그를 응원했다. 제발 빨리 내려와서 그들을 구출하기를 소망했다. 산이 그들의 편이 아니었듯이 도가시도 내편이 아니었나보다. 도가시는 화이트아웃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늦은 구조 요청을 보내게 된다. 만약 그가 그렇게 한 행동이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않았다면 그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 



뿌연 소용돌이에 시야가 흐려져 감사 통로 바닥마저 보이지 않았다. 눈과 짙은 안개에 휩싸였을 때 말고도 화이트아웃이 있다니. (212p)


그후로 시간이 흐른다. 요시오카의 약혼녀 지아키는 지금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자신의 약혼자가 있던 그 산. 그 산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그녀는 그날이 그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계획한 날이 그날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도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인질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인디아나 존스'가 생각이 난다. 일당 백을 자처하는 주인공이 아니던가. 도가시도 마찬가지다. 납치범들 몰래 댐을 빠져 나간 그는 일 대 다수의 상황을 만들어서 그들에게 대항을 한다. 그들이 더이상의 만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그들이 댐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그가 막는다. 물론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다. 아니 댐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그것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그들의 눈에서 빠져나와 댐을 열려는 것을 막고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도 이겨낸다. 눈으로 둘러 쌓인 산 속에서 맨몸으로 다니고 혼자서 불을 피워서 몸을 말리고 다시 또 눈 속으로 뛰어든다. 



무기는 없어도 침입자들보다 유리한 점이 적어도 하나는 있었다. 그들보다 댐 내부에 대해 더 잘 안다는 사실이었다. (165p)


그가 만약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런 감동은 좀 덜할 수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이런 극한 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화이트아웃은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칫 한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그야말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화이트아웃이다. 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책이 나로 하여금 눈을 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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