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원샷 영중일 만년 다이어리 기초단어 편
일빵빵어학연구소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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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짐하는 것 두가지가 바로 공부와 운동일 것이다. 둘다 자신만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서 그렇게 쉽게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마다 새로운 다짐이나 결심을 할 때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결심을 도와줄 메이트가 있으니 이 만년 다이어리가 바로 그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일반적인 일력이 적혀진 달력처럼 생겼다. 만년 다이어리라는 이름답게 요일을 제외한 월과 일을 적어 두고 있어서 어느 해라도 넘겨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항상 곁에 두고 보라는 편집의 힘이 돋보이는 셈이다. 


기초단어라는 제목에 유의해야 한다. 정말 아주 기초적인 단어가 적혀 있다. 아빠, 엄마같은 가족관계에 이르는 단어들부터 치킨이나 물 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과 관련된 단어도 있고 문장을 만들때 가장 필요한 동사들까지 섭렵해두었다. 정말 간단한 단어들만 적혀 있어서 영어로는 모든 단어를 알 법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영중일이라는 말에 집중을 해서 봐야 하는 것이다. 


제일 위에는 그림과 함께 영어단어가 있지만 아래 쪽으로는 중국어와 일본어로 표기가 되어 있다.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어까지 포함하면 총 4개 국어로 한 단어를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밑에 한국어 표기를 달아두었지만 중국어는 성조가 있는데 어떻게 읽을지 모르겠다면 바로 옆에 있는 큐알코드를 찍어보면 된다. 해당하는 단어를 영어부터 각기 세번씩 읽어주고 있으므로 전혀 어렵지 않게 따라 읽을 수 있게 된다. '일빵빵' 유튜브 채널에서 하루에 한 마디씩 배우는 원데이 원샷 회화도 있다고 하니 같이 병행한다면 단어와 회화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극히 쉽다. 그래서 더 재미난다. 영어로는 다들 알고 있는 표현이라 해도 중국어나 일본어로는 모를 수 있다. 그 모두를 커버할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딱 하루 하나의 단어. 하지만 그 모두가 모여 일년 후에는 365개의 단어를 알게 된다. 아니 각기 다른 나라 말로 알 수 있으니 그 효과는 3배로 불려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단어만 알면 그 다음 문장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적재적소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은 중학교 정도의 실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단어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올해에는 꼭 이라는 목표를 가진 분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책. 기초단어로 인해서 아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만년 다이어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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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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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이치는 이야기한다. 속이고 이야기하고 사방팔방이 막힌 곳을 사통팔달로 만들며 사방팔방을 원만하게 수습한다. 마타이치는 속임으로써 세상의 황혼을 조종하는 사내였다. 그렇다. 어행사 마타이치는 요괴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281p)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이고 에세이고 동화고 다 이야기이다. 만들어 낸 이야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의 차이일 뿐이고 이야기를 읽는 사람의 나이나 대상에 따라서 나뉠 뿐이다. 재미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웃긴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슬픈 이야기. 이야기의 종류는 차고 넘친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가.

 

신심과 관련되면 미신이라고 사범 나리가, 신기한 이야기를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양행 박사님이 말하지 않나. 덤으로 요즘은 순사 나리가 쓴 사람의 집안 내력까지 신경 쓰니 말일세. (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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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로와 소베 ,쇼마 그리고 겐노신.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 사인방은 괴담을 좋아한다. 누구 하나가 책에서 읽거나 또는 사건에서 생긴 일들을 들고 오면 저마다 달려들어 씹고 뜯고 즐긴다.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다 이야기에 결론이 나지 않낳으면 그들은 잇파쿠 옹을 찾아간다.

 

잇파쿠 옹은 동서고금의 기담과 항설에 해박한 사람이다. (158p)

 

이 세상의 모든 신기한 일들은 다 알고 있는듯한 그의 말솜씨에 이들 사인방은 빨려들어간다. 자신들이 가지고 온 주제는 어느틈엔가 잊어버리고 노인이 하는 말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자신들이 가져온 이야기도 어느덧 해결이 되어 버리고 만다.

 

현실의 나이든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속에서 젊은 모모스케가 된다. 그는 이야기라면 환장할 정도로 좋아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뒷전이거니와 구태여 꼭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맡은 덕에 신기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만 생기면 든 것을 뒷전으로 한 채 달려간다. 그렇게 마타이치 일행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일에 연류되었고 그로 인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그런 경험들을 쌓이고 쌓여서 지금 뒷방 늙은이가 되어서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고 있다. 모든 것은 헛됨이 없는 법이다.

 

 

 <산사내>

실종되었던 여자가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산사람이라고 불리는 남자에게 끌려갔다던 그녀. 아이는 산사람의 아이인가 인간의 아이인가. 산사람이라는 존재는 실제로 존재하는 요괴인가.

<오품의 빛>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자. 그 여자의 앞에서 한 남자가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아이를 내어주더니 백로가 되어서 날아갔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실제에 기인한 것일까. 만약 이 이야기가 실제라면 여자가 새가 되어 날아간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바람신>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괴담을 한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불을 켜둔 심지를 하나씩 뽑는다. 마지막 백번째 이야기가 들려지고 난 후 심지를 뽑으면 그야말로 어둠밖에 남지 않을터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허구와 현실의 한가운데에 이도 저도 아닌 공간을 만듭니다. 그런 주술이 백 가지 이야기입니다. (269p)

 

현재의 이야기와 모모스케의 이야기가 교대로 나오면서 연결점을 주고 공통점을 주고 있는 방법은 기존의 항설백물어와 동일하나 이번 이야기는 어딘가 종착지가 있고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잇파쿠 옹의 이야기도 슬슬 마무리 되어 가는가.

 

백가지 이야기. 종착지를 코앞에 두고 달려가는 열차는 속도를 더 높이던가 줄이던가. 점점 고조를 높여서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속도처럼 이야기는 그 절정을 향해서 줄기차게 달려나간다. 어린 시절 이불 뒤집어 쓰고 귤 까먹으면서 듣던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구수함과 전설의 고향처럼  짜릿한 긴장감이 제대로 믹스되어 괴담의 에센스를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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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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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시간들 the hours은 남아 있어. 그렇지 않아? 하나의 시간, 그러고 나면 또 그런 시간. 그 시간들을 당신이 다 견뎌낸다고 해도 또 그런 시간이 있어. 세상에, 또 그런 시간이라니. 지긋지긋해." (293p)


한해가 흘러가고 있다. 단지 며칠 남지 않은 시간. 일년 삼백육십오일. 당신은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가. 어떤 한 해를 보냈는가. 무엇이 달라졌는가. 아니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또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한살씩 나이를 먹고 일년씩 늙어가고 있다. 아직 젊은 시절에는 느끼지 못하는 시간. 그 시간들. 디 아워스.


여자의 얼굴이 그려진 표지.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 딱 그 두가지만으로 이 이야기들이 여자 목소리의 높은 소프라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막상 이야기를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소프라노가 아닌 남자 목소리의, 그것도 가장 낮은 베이스 목소리로 들려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남자였기 때문에 주는 느낌일수도 있겠다. 여자 주인공들의 소프라노와 남자 작가의 묵직한 베이스가 어우러져서 만들어 내는 하모니. 그것이 바로 이 디 아워스이다.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작품. 그저 단지 세명의 여자들의 이야기 뿐이어서 어찌보면 너무 정적인 느낌도 들지 않을까 할수도 있지만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던가. 누군가의 삶에서는 분명 큰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로 말미암아 사람의 인생은 변화를 겪기도 하는 것이다.

 

[댈러웨이 부인]을 쓴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그리고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클러리서. 총 세명의 여자가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누구나 알수 있는 또 한명의 여자가 등장을 한다. 그것은 바로 버지니아가 쓴 책의 주인공 '댈러웨이 부인'이다. 총 네명의 여자들의 이야기가 교대로 편집되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독자들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구의 이야기인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각 여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후회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후회는 없다.(277p)


버지니아는 요양을 핑계로 런던을 떠나왔지만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언니와 조카들이 왔지만 그 순간 집을 나와서 런던으로 갔다 올 생각을 한다.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닌 즉각적인 반응이다. 그녀는 왜 그리고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로라는 남편이 있고 아들이 있다. 그리고 뱃속에는 또 다른 아이가 있다. 그녀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남편의 생일날 아들과 함께 케익을 만들지만 조금 잘못된 것을 핑계로 모조리 버리고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 단 몇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서 책 한권만을 손에 든 채 호텔로 향한다. 없는 남편을 핑계로 들면서 호텔에 투숙한 그녀. 단지 그곳에서 책만 읽다 나올 것인가. 버지니아가 런던으로의 도피를 꿈꾸었다면 로라는 호텔로 그녀만의 도피를 선택했던 것이었을까.


친구인 리처드의 수상을 기념으로 파티를 준비하는 클러리서. 리처드는 그녀를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른다. 그녀가 그렇게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딸이 있는 그녀. 딸이 데리고 온 파트너에 놀라긴 하지만 딸의 인생이므로 크게 간섭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요. 누구라도 그 이상은 할 수 없었어요.(323p)


별개로 떨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한데 모이면서 알지 못했던 교차점이 생긴다. 알던 사람을 전혀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 반가우면서 놀라움이 겹치는 그런 감정을 아는가. 바로 이 시점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책장을 덮은 지금 동명의 영화가 궁금해진다. 저 세 명의 여자들이 입체적으로 행동하면서 책과는 어떻게 다른 이미지를 주게 될지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평범한 듯이 흘러가는 시간.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고 우리 모두는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당신은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는가. 시간의 흐름에 맞춰서 살아기고 있는가. 그 시간을 인식하고 있는가. 시간은 지금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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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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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발트3국. 남들에게는 낯선 지명일지 몰라도 내게는 너무나도 로망의 이름이었다. 작년초부터 올해까지 발트3국을 여행하려고 여행사를 찾았다. 지리적으로 매우 추운 곳이라 겨울에는 아예 프로그램 자체가 없었고 그나마 몇번 있는 투어는 날짜가 맞지 않아서 결국 아직까지 가지 못한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런 라트비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나라 루프마이제 공화국이 탄생했고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평생을 보낸 마리카와의 만남은 필연이라고 생각된다. 언젠가 라트비아에 가게 된다면 꼭 가지고 갈 이 책.

 

이제는 보기 힘든 문구점에서의 대필업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 [츠바키 문구점]과 그 후속작 [반짝반짝 공화국]을 통해서 오가와 이토 작가의 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따스함'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는 이야기들. 그 따스함은 포근함을 더해서 마리카를 통해서 이 이야기속에서 몽글몽글 피어난다. 한 아기의 출생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그 인생을 따라가며 그려지는 이야기는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을 감싸주며 이 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부러워하게 만든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특별하거나 별난 일들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빠 네명과 조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가정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마리카. 어려서부터 오빠들을 따라서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놀기 좋아했던 아이. 그런 아이에게도 사랑이 다가오고 결혼을 한다. 추운 지역이니만큼 엄지장갑은 모든 여자들이 결혼을 할 때 꼭 지참해야 할 필수품이 되는데 할머니와 엄마를 통해서 많은 장갑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서툰 솜씨로 자신의 남편을 위해서 장갑을 뜨게 된다.

 

많은 엄지장갑들의 홍수 속에서 딱 한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마리카가 자신을 위해서 만든 엄지장갑이다. 전쟁으로 인해서 남편이 떠나고 혼자 남아서 수많은 일들을 하면서 남편을 기다린 마리카. 양털을 깎아서 염색을 해서 자신만의 실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그런 형형색색의 털실들 앞에서 자신을 위한 장갑의 색을 고르는 것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알록달록한 사탕으로 가득한 가게 앞에서 무엇을 고를까 기대하는 아이의 맘과 같지 않았을까. 독특한 문양으로 만들어 낸 자신만으 장갑. 그 장갑의 모양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멀고 먼 추운 나라로 전쟁을 하러 떠난 남편. 마리카에게 있어서 전부였던 남편이기에 그가 떠나버린 자리는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한해 두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전해진 한통의 편지 속에는 서투른 자신의 나라 말로 적혀진 편지 한통과 함께 한짝의 장갑이 도착한다. 남편을 위해서 자신이 직접 짜서 끼워주었던 엄지 장갑 한짝. 그 장갑 속에서는 한알의 씨앗과 더불어 나뭇잎 하나가 들어있었다.  

 

Paldies. 고마워라는 말이 적힌 아니 새겨진 한장의 나뭇잎. 글로 읽었을때 이미 뭉클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바로 옆의 일러스트를 보는순간 눈물이 고인다.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서, 전쟁의 참상이 눈에 보여서, 혹시라도 전해질 비극적인 이야기의 예감이 들어서. 하지만 작가는 결코 무언가를 결론내려서 보여주지 않는다. 그 감동은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일까.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 마리카라는 한 여자의 일생을 쫓아서 떠난 여행이 끝이 나고 작가는 자신이 이 소설을 만들게 된 나라 라트비아를 다녀온 이야기를 짧막하게 히라사와 마리코의 그림과 더불어 실어놓았다. 그저 소설이 아니라 그 속의 모든 것들을 실제로 볼수 있었던 작가의 여행이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마리카도 작가가 만난 누군가가 아니었을까. 지금처럼 추운 겨울 엄지장갑을 끼고서라도 추운 겨울 바람을 느끼며 어린 마리카처럼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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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위대한 일들
조디 피코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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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거에요. 하지만 형평은 차이를 고려해서 모든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죠.(580p)


[앵무새 죽이기]나 [타임 투킬], [헬퍼]같은 책들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소재로 조디 피코가 이제와서 다시 이런 이야기를 써낸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하면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할 수 있기까지 한 오래된 소재라 할지라도 그것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고 서로가 다른 이념때문에 싸우고 그로 인해서 노예 해방이 일어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백인우월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백인들이 자기가 흑인과 동등하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뜻인데. 자기가 특권을 누리는 시스템을 누가 해체하려고 하겠어요? (433p)


결국 자신들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하나님이 선택한 민족이라며 자살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그런 개념일수도 있겠고 히틀러가 독일 국민만이 다른 어떤 민족보다 뛰어나다며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것과도 같은 맥락일수도 있겠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한민족인 우리나라에도 이런 개념은 존재한다. 


이른바 갑질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이 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그런 것이 자신을 남보다 우위에 놓고 생각하려고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마구 대하며 하대하는 그런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모두가 다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질수 있게 될런지는 그 아무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타인을 치유하겠다고 맹세한 간호사가 단지 환자에게서 손떼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데 분노해 무력한 아기를 고의로 죽인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말한다. (228p)


딱 이 한문장으로 이 모든 사건을 축약할 수 있겠다. 다른 날과 같은 그런 하루였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루스. 경력도 오래되었고 그만큼 실력도 있는 간호사다. 그런 그녀가 업무를 인계받았을 때 막 출산한 아이의 부모가 클레임을 건다. 그녀가 흑인이라서 자신들의 아이를 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수간호사가 달려오지만 아이의 차트에 포스트잇을 한장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아이를 만지지 말 것. 이 병원에서 흑인간호사는 루스가 유일하다. 

백인들이 하는 무례한 말은 아무런 악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나는 쓸데없이 상처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5p)

그저 단순하게 넘어가려고 했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는 아이를 다른 간호사에게 넘겨주지만 잠시동안 그녀가 맡고 있었을때 갑자기 아기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그 아이에게 손을 댈 수 없는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한다. 아무런 의학지식이 있다고 하나 명령을 받은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기는 어떨게 될까. 그녀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법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한다. 아니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은 공평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불평등 사회에 살고 있는지 오래 지나지 않아 인식하게 된다. 백인들 뿐인 곳에서는 유색인종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동양인들만 있는 곳에서는 백인들이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겉모습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수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조상이 어떠헸다고 해서 지금의 그 사람을 잴 수 있는 기준은 되지는 않는다. 우리네 조상이 예전에 노비였다고 해서 그들의 후손인 지금 세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그런 위치에 있지 않듯이 말이다. 어느정도 결말을 예측해 볼 수는 있지만 아직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 안타깝다.그 누구도 차별당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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