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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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이치는 이야기한다. 속이고 이야기하고 사방팔방이 막힌 곳을 사통팔달로 만들며 사방팔방을 원만하게 수습한다. 마타이치는 속임으로써 세상의 황혼을 조종하는 사내였다. 그렇다. 어행사 마타이치는 요괴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281p)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이고 에세이고 동화고 다 이야기이다. 만들어 낸 이야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의 차이일 뿐이고 이야기를 읽는 사람의 나이나 대상에 따라서 나뉠 뿐이다. 재미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웃긴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슬픈 이야기. 이야기의 종류는 차고 넘친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가.

 

신심과 관련되면 미신이라고 사범 나리가, 신기한 이야기를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양행 박사님이 말하지 않나. 덤으로 요즘은 순사 나리가 쓴 사람의 집안 내력까지 신경 쓰니 말일세. (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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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로와 소베 ,쇼마 그리고 겐노신.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 사인방은 괴담을 좋아한다. 누구 하나가 책에서 읽거나 또는 사건에서 생긴 일들을 들고 오면 저마다 달려들어 씹고 뜯고 즐긴다.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다 이야기에 결론이 나지 않낳으면 그들은 잇파쿠 옹을 찾아간다.

 

잇파쿠 옹은 동서고금의 기담과 항설에 해박한 사람이다. (158p)

 

이 세상의 모든 신기한 일들은 다 알고 있는듯한 그의 말솜씨에 이들 사인방은 빨려들어간다. 자신들이 가지고 온 주제는 어느틈엔가 잊어버리고 노인이 하는 말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자신들이 가져온 이야기도 어느덧 해결이 되어 버리고 만다.

 

현실의 나이든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속에서 젊은 모모스케가 된다. 그는 이야기라면 환장할 정도로 좋아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뒷전이거니와 구태여 꼭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맡은 덕에 신기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만 생기면 든 것을 뒷전으로 한 채 달려간다. 그렇게 마타이치 일행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일에 연류되었고 그로 인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그런 경험들을 쌓이고 쌓여서 지금 뒷방 늙은이가 되어서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고 있다. 모든 것은 헛됨이 없는 법이다.

 

 

 <산사내>

실종되었던 여자가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산사람이라고 불리는 남자에게 끌려갔다던 그녀. 아이는 산사람의 아이인가 인간의 아이인가. 산사람이라는 존재는 실제로 존재하는 요괴인가.

<오품의 빛>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자. 그 여자의 앞에서 한 남자가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아이를 내어주더니 백로가 되어서 날아갔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실제에 기인한 것일까. 만약 이 이야기가 실제라면 여자가 새가 되어 날아간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바람신>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괴담을 한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불을 켜둔 심지를 하나씩 뽑는다. 마지막 백번째 이야기가 들려지고 난 후 심지를 뽑으면 그야말로 어둠밖에 남지 않을터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허구와 현실의 한가운데에 이도 저도 아닌 공간을 만듭니다. 그런 주술이 백 가지 이야기입니다. (269p)

 

현재의 이야기와 모모스케의 이야기가 교대로 나오면서 연결점을 주고 공통점을 주고 있는 방법은 기존의 항설백물어와 동일하나 이번 이야기는 어딘가 종착지가 있고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잇파쿠 옹의 이야기도 슬슬 마무리 되어 가는가.

 

백가지 이야기. 종착지를 코앞에 두고 달려가는 열차는 속도를 더 높이던가 줄이던가. 점점 고조를 높여서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속도처럼 이야기는 그 절정을 향해서 줄기차게 달려나간다. 어린 시절 이불 뒤집어 쓰고 귤 까먹으면서 듣던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구수함과 전설의 고향처럼  짜릿한 긴장감이 제대로 믹스되어 괴담의 에센스를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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