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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그렇다. 그 사람, 해리는 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책을 펼친다. 전작인
[팬텀]에서 총을 맞았던 해리. 총 맞는 거야 형사로써는 당연히 해야 할 통과의례이자 의무사항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이다. 자식처럼 생각하는 올레그의 총에 맞은 해리는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설마 여기서 이야기의 모든 끝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굳게 기다렸다. 그래야만 했다.
[폴리스]에서는 전작에 관한 짧은 설명과 등장인물을 먼저 보여주고 있다. 각기 해리 시리즈의 어느
편에서 나왔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옛 기억을 되살리기에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다시 그 책을 읽고 온
이후에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을수도 있다.
걱정했던 바와 같이 해리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경찰청장이 된 미카엘이 보이고 있다. 밉살스럽다.
왠지 모르게 정이 가지 않는다. 그는 시의회의원이 이사벨레와 내연관계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녀. 미카엘은 왜 이 여자와의 관계를
시작한 것인가.
군나르를 중심으로 베아테와 비에르. 해리의 편들은 여전히 건재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믿을만한 팀원들이다. 군나르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쩔수 없다. 해리가 없는 이 상황에서 그는 이 사람들을 데리고 사건을 잘 해결해
가려고 노력 중이다. 미카멜과 팀원들과의 마찰을 막아주는 것도 역시 그의 몫이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카트리네가 돌아왔다. [스노우맨]에서 활약을 잊을수는 없지만 그 이후로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다. 많은 시간동안 고난을 이겨내고 완전한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을 조절할 수 있으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아번 이야기에서 그녀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엘린과 잭. 둘다 해리의 파트너들이었다. 각기 [레드브레스트]와 [리디머]에서 숨졌다. 해리의
파트너라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위치다. 그래서 해리가 혼자 다녔던 것일까. 해리가 믿고 의지하던 심리학자 스톨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환자가
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지만 경찰 일에 신경이 쓰인다. 손을 떼기로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궁금증은 참을수가 없다. 결국 군나르를
비롯한 보일러팀에 자문으로 합세한다. 그가 있어서 더욱 정신적으로 든든해진 팀이다.
경찰이 지키고 있는 한 병실.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 한 환자가 혼수상태에 잠들어 있다. 그가 다시
깨어날 확률은 있는 것일까. 중요한 사람이라서 지키고 있다는 경찰. 그를 죽이려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필히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거나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소리다. 그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풀리지 않았던 사건. 그 사건이 벌어졌던 곳에서 그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죽임을 당한다. 피해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저질러지는 범죄. 피해자에 관한 복수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경찰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인가. 한 건도 아닌 연속적으로 저질러지는 범죄들은 경찰을 떨게 만들었겠지만 그런 이면의 내용들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이 범인을 무조건
잡으려는 노력만 두드러지게 보일 뿐이다.
경찰이라는 조직은 그 누구보다도 연대성이 강한 그런 직업군이다. 범죄자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도 나쁜 일이지만 그들이 경찰을 상대로 할 때 경찰은 자신들의 가족보다도 더 똘똘 뭉쳐서 범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다. 드라마나
책에서 많이 본 설정이지만 실제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 대형집단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것인지를 알아내야만 한다. 경찰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사건 현장에 등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으로 보아서 분명 사건의 핑계를 대고 불렀음이 틀림없다. 경찰들은 그런 곳에 자주 불려나가니
말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스노우맨]을 비롯해서 [레드브레스트]와 [레오파드], [네메시스], [리디머], [팬텀]까지 해리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총집합으로 인해서 드라마믜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폴리스다. 전작의 해리
생사여부와 더불어 그가 사랑했던 올레그와 라켈 그리고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까지다양한 군상을 맛볼 수 있어서 그들의 세계에 옴팡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해리의 팬이라면, 해리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면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할 백미. 주옥 같은 이야기다.
당신이 만약 해리시리즈를 이 작품으로 처음 읽는다면 분명 [박쥐]부터 시작해서 처음부터 연대기순으로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이 사람 해리가
궁금해져서 말이다.
651페이지와 다음 장까지 이어지는 탄환의 궤적을 그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해리시리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카우보이 부츠처럼 끝이 뾰족한 그 신발. 그 신발이 있는 한 그는 존재할 것이고 해리와의 싸움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