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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ㅣ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평점 :
현실에서 수사는 범인의 실수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121p)
아인 김내성이라는 사람을 아는가? 아니 이름이라도 들어보았는가? 추리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는데 이런 장르에 관심이 없어 하는 사람이시라면 더욱 낯선 이름이 될 것이다.
한국 추리소설의 시조라 불리는 작가 김내성 올해가 그의 탄생 11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런 해에 작가의 이름 그대로를 주인공으로 한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니 감개무량할 일이다. 단지 안타깝다면 이 책의 작가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더 글을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작가의 말에 써두었다. 한국에서 장르소설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듦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현재 법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작가의 소개말로 보건대 현업에 매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은 모르지만 도진기 작가도 작가 이전에 판사를 하면서 글을 썼고 윤자영 작가도 교직에 있다. 전업작가로 글을 썼을 때 제대로 된 아니 최저급여도 보장이 안되기에 겸업이 필수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이야기로 미루어 보아 꽤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기억해 둘 작가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잘나가는 작가 오상진. 그의 출간기념회가 열린다.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조촐하게 먹고 마시고 헤어졌다. 다음날 그의 전화를 받은 김내성 작가. 물론 아인 김내성은 아니고 단지 이름만 같을 뿐이다. 그가 받은 전화내용은 섬짓했다. 오상진 작가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기념회에서 술을 마시고 팬클럽 회장과 함께 집에 돌아온 그는 같이 술을 조금 더 마셨고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 집에 가보니 시체로 누워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사건은 급진척되어 며칠이 지난 후 그는 긴급체포된다. 그는 단지 최초 발견자이며 신고자이었는데 왜 용의자로 몰린 것일까.아니 그 이전에 그는 진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일까. 범인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피해자의 가족인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사건을 맡은 경찰과는 별개로 김내성 작가는 오상진의 주변을 조사하며 이 사건의 진정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사건이 풀어짐과 동시에 이야기도 끝이 날까. 아니 작가는 그렇게 시시한 결말을 내어 놓지 않았다.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다시 제로 세팅이다.
익숙한 이름들과 더불어 익숙한 지명들 그리고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들이 쉴새없이 달린다. 줄줄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한템포 쉬는 법 없이 바톤을 이어받으며 달린다. 벅찬가? 아니 그렇지는 않다. 충분히 즐길만한 빠르기이다.
한국 추리문학선 여섯번째 이야기인 악의의 질량. [표정없는 남자]와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두권 외에 이 책까지 세권을 읽었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세권 더 남은 셈이다. 이정도 퀄리티라면 나머지 책들도 보고싶어진다. 우리나라 한국 추리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덧붙임 : 페이스북 작가 모임 글에서 아인 김내성 작가의 묘를 직접 다녀왔다는 글을 본 적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고 묘지도 있다는 소리다. 작가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의 묘를 직접 찾았을까.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나 또한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물론 그의 작품인 [마인]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