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 외 옮김 / 김영사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존재다. 먹고 사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것까지 그 영역은 한이 없다. 바로 그 점이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인간을 특징지운 가장 중요한 것일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중에 두 가지가 '인간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하는 거시적 궁금증에 대한 문제를 푸는 분야인 천문학과 '우리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져 있으며,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하는 미시적인 문제, 즉 우리 몸 자체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생물학(분자생물학)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당연히 후자를 다룬 흥미진진한 책이다. 휴먼 게놈과 단백질에 대한 연구 자체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모두 해소할 수는 없지만, 막연한 궁금증을 구체적인 것으로 해주는 역할을 하기엔 충분하다.

다른 건 다 빼고라도 '인간에게 치명적인 유전 관련 병들에 대한 연구' '영생에 관여된 유전자에 대한 연구' '성격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 '유전자끼리의 경쟁' '생쥐가 인간과 비슷하다는 연구(인간은 고급 생쥐일 뿐이다)' 등(이외에도 많다!)은 여느 소설 못지 않은 흥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대체 무슨 얘기이길래... 하고 의문이 드시면 함 직접 읽어보시라. ^^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 개개의 개체가 진화해가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진화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발상을 하게 됐다(바로 이 책의 서평을 쓰는 순간에. 책을 읽고 그냥 던져 두는 것보다 서평을 쓰는 점이 이래서 좋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우리 인간 각자는 각자의 관심과 능력이 있다. 이러한 개개의 '기능'들이 살수록 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분자생물학을 연구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남들이 해줌으로써 인류전체가 세포를, 우리의 설계도를 조작할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화된 지식들을 컴퓨터, 책 등의 보조기능 등을 동원하여 공유하며 발달(진화)을 가속화하여 간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호모사피엔스라고 하는 인류 전체의 진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게놈에 대한 연구를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도 주었지만 불행도 초래했다고 하는 판도라의 상자. 행복의 측면을 생각할 때, 게놈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 그 결과를 지켜볼 수 있는 세대라는 것 자체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불행의 측면을 생각할 때, 이것으로 인류는 스스로 멸망의 길에 한 발짝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게 된다. 그러나 '뭐가 무서워 못하랴' '억제는 최고의 죄악이다'라는 말을 생각한다. 부정적 측면 때문에 엄청난 가능성(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풀며, 질병을 없애고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들)을 포기한다는 것이 진정한 죄악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설령 인류가 혼란과 파국을 맞이한다고 해도 나는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수억 년의 세월 속에서 생존을 위해 진화해왔듯이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생기더라도 충분히 극복해낼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물학
로버트 A.월리스 외 지음, 이광웅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다양한 생명을 통한 상상력의 지평 넓히기

호랑이 얼굴이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이 책이 드디어 배달됐다! 와우! 굉장하다! 솔직이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책을 받아보고 하는 행위를 수없이 되풀이 해왔지만 여태까지 이 책만큼 커다란 만족감을 준 것이 없었기에 서평을 미리 쓴다.

생물학의 대강을 파악하기 위한 열망이 있다면 이 책이 그 갈증을 넉넉히 풀어줄 것 같다. 정말 잘 쓰여진 책이다. 필자진을 비롯해서 출판사의 편집자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1천 쪽이 넘는 넉넉한 분량, 정선된 사진과 이해를 돕는 도판들은 3만여 원 책값 이상의 만족을 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학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생물의 엄청난 다양성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 있는 것들의 다양한 형태, 가지가지의 삶의 모습 등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연구되고 알려졌지만 아직도 우리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영원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하는 것이 중요함을 함축하고 있는 말인데, '생각은 언어로 하며,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휘력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상상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항상 새로운 것을 기웃거리며 , 아는 것을 깊이 하는 것도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현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명을 다루는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들고 한번 매달려보는 것도 여러 의미로 괜찮을 것이다. 그럼 이 추운 겨울이 빨리 가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네 한민족은 개인주의가 아닌 (인)연의 사회라 한다. 내가 아니라 가족, 이웃,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를 생각하는 정신이 남달랐다. 어려운 국난을 당했을 때마다 각지에서 의병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우리'를 위해서 투쟁했던 것을 보면 역사가 수도 없이 그렇다는 것을 증명한다.

해방 후 '민청'에서 청년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6년 남짓 징역을 살은 적이 있다는 전우익 선생은 나보다는 남, 그리고 사회, 국가를 생각하는 천상 한국인이다. 시골 구석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소박한 삶이 무엇인지, 느리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작부터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지만, 그의 관심은 농사지어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에만 있지 않고 국가의 농업정책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귀양살이 하고 있던 정약용이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양계를 하겠다는 아들에게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단지 닭을 키워 돈을 벌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양계를 한다면 일반 농사꾼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키워야 효과적인지 연구해서 그것을 이웃 농민들에게 가르쳐 양계가 향상되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글을 읽은 선비가 양계를 하는 것이다.'

전우익 선생이 정약용의 가르침을 알고 실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생이 농사짓는 양을 보노라면 그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농사짓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지를 생각하는 것과 작물은 물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인생과 사회를 생각한다. 농사나 지어먹고 사는 무지렁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생각하며 살아가는 한 '자연인'을 보는 것 같다.

책에는 선생의 사진이 여럿 실려 있는데, 그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옷과 신발 등을 남이 버린 것을 주워서 입고 신고 한다는 선생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선생이 입고 있는 난방은 단추가 하나 떨어진 채이며, 바지는 허리가 맞지 않아 헐렁한 것을 아마 상당히 낡았을 허리띠로 졸라 메고 있다. 물건이 넘쳐나게 흔한 세상에 자신이 꼭 필요한 것만을 소유, 사용하면서 '진정한 생산-농사'를 하는 삶. 결코 궁색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멋있게 보였다.

전우익 선생이 1925년 생이니까 올해로 연세가 꽤 되셨다. 세월은 이런 사람들을 좀 비껴갈 수는 없는 것인지. 이런 사람들이 있음으로써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전 선생 같은 분들의 존재가 소중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의 바람. 전 선생이 원하는 농촌, 사회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기 - 인류 최대의 적
앤드루 스필먼 외 지음, 이동규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 인간이 아무리 특별한 존재라고 외쳐봐야 인류도 자연의 먹이사슬 내지는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패턴의 한 구성인자로서 존재함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을 보고? 바로 모기를 통해서다.

기생충은 숙주가 있어야 살 수 있다. 또 매개체가 있어야 지속적인 번식과 생존을 할 수 있다. 기생충, 숙주, 매개체라고 하는 이 삼각고리는 수억 년 역사가 숨겨 있는 진화의 증거이다. 기생충은 숙주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숙주로 이동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어도 그렇다. 개별적인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별개의 종들이 어떻게 각각 상호 영향을 끼치며 진화해왔을까. 생각할수록 신미롭고 오묘하기만 하다.

지구상에는 2,500종의 모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 중에는 산란을 위해서 인간의 피만을 필요로 하는 종이 있으며, 인간을 숙주로 하여 번식하는 기생충과 바이러스가 있다. 인간과 모기, 기생충 등이 서로 공생(?)을 해온 것이다.

하찮은 미물로만 여겨온 모기는 알게 모르게 인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고 한다. 역사에 기록된 큰 전쟁의 승패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끼쳤으며, 신대륙과 오지 개척 등에서도 가장 큰 장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최근에 알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를 흥분시키며 주의를 끈다.

인간의 병이 불성실, 태만, 신의 분노 등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래 전이 아닌 100여 년 전이라니 웃지 못할 일이다. 모기가 전염하는 병균, 기생충 연구의 발달사는 마치 지난 100여 년간 이룩한 인간의 과학발달사를 엿보는 것 같아서 흥미롭기만 하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를 인간이 달에 갔다 온 것과 인간게놈연구에 비견하는 사건으로 간주한다.

다른 동물들이 자연에 적응하고 순화되어 살아가는 데 비하여 인간은 자연을 개척, 정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위험한 병원체를 모기가 전염한다는 것을 알고 모기를 박멸하려는 시도들도 그런 맥락이다. 익히 알고 있는 DDT는 그런 시도를 가능케 했던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자연은 순순히 굴복하지 않는다. 모기는 DDT에 적응했으며, 살포된 수억 톤의 DDT는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목숨을 위협한다. 이제 인간은 새로운 살충제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 인간이 모기를 비롯한 '미물'들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버드 대에서 열대질병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의 수십 년간의 연구 노력이 녹아 있는 이책은 일반 독자에게 '모기'가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단번에(그리 두텁지 않은 책으로 말이다) 일깨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태계와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이제마 1
이수광 지음 / 일송북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재미, 교훈, 완성도 등은 차치하고 인간 이제마를 이 책을 읽고 평한다면 그는 우리 민족의 천재 중의 하나요, 훌륭한 인격의 완성자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이유를 천재성에 대해서 먼저 말하자면, 이제마는 4살 때 천자문을 떼고, 훌륭한 글을 남기는 등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사상의학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정립한 것은 그의 천재성이 빚어낸 산물이다. 어떤 현상들에 대해서 추론, 정리하고 나름의 새로운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뛰어난 지적 능력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마는 전래되어 오던 의술을 정리하고 거기서 새로운 이론을 정립한 것이다. 바람의 종류에 비교하여 시운을 예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훌륭한 인격적 완성자라는 점은, 그의 집안에서의 위치와 사회적인 위치를 보고 평가한 것이다. 서자도 아닌 얼자로서 조부와 백부 등의 인정을 받고 마치 가문의 장손으로서 집안을 이끌었던 점, 외세의 영향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일신을 잘 추스렸던 점 등이 그 증거가 아닐까.

또한 다소 우스운 예 같지만 이제마는 4명의 여인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행복한 사람이기도 했다 (세 명은 아내로, 한 명은 숨겨진 아내로 서로 교분한다). 한 사람의 사랑을 얻기도 힘들거늘 네 명의 여인과 극진한 인간애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너무 빠른 전개가 초래한 묘사의 부족, 건너뛰는 식의 이야기의 이어짐 등을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장단점이 있기에 나의 비평엔 완곡함이 있다.

훌륭한 사람의 생애를 엿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가치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제마의 생을 엿볼 수 있었던 이 책은 매우 유익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