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 인류 최대의 적
앤드루 스필먼 외 지음, 이동규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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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아무리 특별한 존재라고 외쳐봐야 인류도 자연의 먹이사슬 내지는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패턴의 한 구성인자로서 존재함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을 보고? 바로 모기를 통해서다.

기생충은 숙주가 있어야 살 수 있다. 또 매개체가 있어야 지속적인 번식과 생존을 할 수 있다. 기생충, 숙주, 매개체라고 하는 이 삼각고리는 수억 년 역사가 숨겨 있는 진화의 증거이다. 기생충은 숙주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숙주로 이동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어도 그렇다. 개별적인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별개의 종들이 어떻게 각각 상호 영향을 끼치며 진화해왔을까. 생각할수록 신미롭고 오묘하기만 하다.

지구상에는 2,500종의 모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 중에는 산란을 위해서 인간의 피만을 필요로 하는 종이 있으며, 인간을 숙주로 하여 번식하는 기생충과 바이러스가 있다. 인간과 모기, 기생충 등이 서로 공생(?)을 해온 것이다.

하찮은 미물로만 여겨온 모기는 알게 모르게 인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고 한다. 역사에 기록된 큰 전쟁의 승패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끼쳤으며, 신대륙과 오지 개척 등에서도 가장 큰 장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최근에 알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를 흥분시키며 주의를 끈다.

인간의 병이 불성실, 태만, 신의 분노 등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래 전이 아닌 100여 년 전이라니 웃지 못할 일이다. 모기가 전염하는 병균, 기생충 연구의 발달사는 마치 지난 100여 년간 이룩한 인간의 과학발달사를 엿보는 것 같아서 흥미롭기만 하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를 인간이 달에 갔다 온 것과 인간게놈연구에 비견하는 사건으로 간주한다.

다른 동물들이 자연에 적응하고 순화되어 살아가는 데 비하여 인간은 자연을 개척, 정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위험한 병원체를 모기가 전염한다는 것을 알고 모기를 박멸하려는 시도들도 그런 맥락이다. 익히 알고 있는 DDT는 그런 시도를 가능케 했던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자연은 순순히 굴복하지 않는다. 모기는 DDT에 적응했으며, 살포된 수억 톤의 DDT는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목숨을 위협한다. 이제 인간은 새로운 살충제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 인간이 모기를 비롯한 '미물'들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버드 대에서 열대질병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의 수십 년간의 연구 노력이 녹아 있는 이책은 일반 독자에게 '모기'가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단번에(그리 두텁지 않은 책으로 말이다) 일깨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태계와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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