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네 한민족은 개인주의가 아닌 (인)연의 사회라 한다. 내가 아니라 가족, 이웃,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를 생각하는 정신이 남달랐다. 어려운 국난을 당했을 때마다 각지에서 의병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우리'를 위해서 투쟁했던 것을 보면 역사가 수도 없이 그렇다는 것을 증명한다.

해방 후 '민청'에서 청년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6년 남짓 징역을 살은 적이 있다는 전우익 선생은 나보다는 남, 그리고 사회, 국가를 생각하는 천상 한국인이다. 시골 구석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소박한 삶이 무엇인지, 느리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작부터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지만, 그의 관심은 농사지어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에만 있지 않고 국가의 농업정책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귀양살이 하고 있던 정약용이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양계를 하겠다는 아들에게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단지 닭을 키워 돈을 벌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양계를 한다면 일반 농사꾼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키워야 효과적인지 연구해서 그것을 이웃 농민들에게 가르쳐 양계가 향상되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글을 읽은 선비가 양계를 하는 것이다.'

전우익 선생이 정약용의 가르침을 알고 실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생이 농사짓는 양을 보노라면 그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농사짓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지를 생각하는 것과 작물은 물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인생과 사회를 생각한다. 농사나 지어먹고 사는 무지렁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생각하며 살아가는 한 '자연인'을 보는 것 같다.

책에는 선생의 사진이 여럿 실려 있는데, 그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옷과 신발 등을 남이 버린 것을 주워서 입고 신고 한다는 선생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선생이 입고 있는 난방은 단추가 하나 떨어진 채이며, 바지는 허리가 맞지 않아 헐렁한 것을 아마 상당히 낡았을 허리띠로 졸라 메고 있다. 물건이 넘쳐나게 흔한 세상에 자신이 꼭 필요한 것만을 소유, 사용하면서 '진정한 생산-농사'를 하는 삶. 결코 궁색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멋있게 보였다.

전우익 선생이 1925년 생이니까 올해로 연세가 꽤 되셨다. 세월은 이런 사람들을 좀 비껴갈 수는 없는 것인지. 이런 사람들이 있음으로써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전 선생 같은 분들의 존재가 소중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의 바람. 전 선생이 원하는 농촌, 사회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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