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박사 1
토마스 만 지음, 김해생 옮김 / 필맥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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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도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았으며, 사실 아무것도 경험하려고 하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말의 표면적인 의미에서는 그랬다. 그는 변화, 새로운 느낌, 심심풀이, 휴가 등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특히 휴가에 관해 말하자면, 그는 꼬박꼬박 휴가를 가고 구리빛으로 피부를 태우고 체력을 기르는 사람들을 두고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비웃었다. 그는 "휴가는 휴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해"라고 말했다. 보고 느끼는 '교양' 목적의 여행을 그는 조금도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는 눈요기를 경시하는 사람이었으며, 청각이 그토록 예민했건만 한번도 그 청각을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시각적 인간과 청각적 인간을 무리 없이 정확하게 구별하고는 자신을 확실하게 두번째에 분류시켰다. 나는 이런 분류가 결코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 그가 자신의 시각적 폐쇄성과 의욕부족에 대해 하는 말을 한번도 제대로 믿지 않았다.-283쪽

괴테도 음악은 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내적인 것이며, 외부의 영향이나 삶의 경험도 필요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보는 것과는 좀 다른, 더 많이 볼 수 있는 내면의 시각이, 상상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인간이 시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드리안처럼 시각기관을 통해 세상을 지각하기를 거부한다는 데는 심한 모순이 있다.-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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