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정한 OOO을 위한 추천도서!
여행, 그것도 해외여행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원하는 만큼 척척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는 이도 세상엔 별로 없다. 거기다, 첫 해외여행을 떠날 때의 설레임과는 달리 나이를 먹고 몇 차례의 여행을 경험한 이제 우린 물설고 낯선 곳에 가는 것이 고생이라는 것을 안다. 가깝고 말 통하고 모르는 거 없으니 주머니에 돈만 좀 있으면 어디 가던 오케이인 내 나라 내 땅과는 달리, 최소한 비행기 표값이 안 아까운 정도의 시간을 빼내야 하고,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미리 모든 걸 예약하는 부지런함을 떨어야 하며, 그새 더 완고하게 밥과 김치를 사랑하게 된 입맛까지 달래주려면 치솟은 환율이 아니라고 해도 가끔은 그 모든 과정이 참으로 번거로워 그냥 편안한 내 집 소파를 고수하게 된다.
고마운 건 그 소파에 드러누워서도 세상 끝까지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많이 있다는 거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곤 하지만, 또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나로서는 책속의 그 장소에 갔더라도 미처 보지 못했을 여러 가지를 알게 해주는 책들이 있어서 즐겁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여행의 기억이 있기에 책 속 그녀들이 맞는 낯선 바람의 느낌을, 설레임과 함께 외로움과 막막함도 함께 오는 그 느낌에 깊게 공감하며 읽게 되는 책들도 있다.
자, 그렇게 떠나고 싶되 떠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혹은 나에게 권하는 책.
'여행'보다는 '문학'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영문학자인 저자가 영국 현지에 오래 거주하면서 영국 작가들의 발자취를 차분하고 조근하게 짚어주는 책. 전공자답게 깊이 있는 내용임에도 어렵지 않게, 즐거운 수다처럼 풀어가는 책이라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문장가 김화영 교수의 프랑스 고성 기행문. 문학의 씨줄과 여행의 날줄을 참으로 격조있게 조화시킨, 읽는 동안 박식하고 유창한 안내자와 함께 르와르 계곡의 퇴락한 위세 성에서 파리의 당당한 노트르담까지 두루두루 돌아보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책이다.
역시 단순한 기행문이라기 보다는 유럽문화 전반에 대한 묵직한 사유. 한국작가가 쓴 책은 아니지만, 동양인이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 즉 자국 문화와 유럽 문화의 차이점과 유사점, 유럽 문화에 감탄하면서도 한편 느껴지는 아릿한 열등감까지를 공유할 수 있는 책,
수도원이라는 독특한 여행지의 풍광과 함께, 초기의 날카로움과 치기가 사라진 대신 넉넉함과 겸허함이 그 자리를 채운 느낌 덕분에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좀 더 긍정적이 되게 만들어준 책. 여행은 삶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서 내 삶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는 것도 실감하게 해 준다.
여행이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십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지도 느끼게 해주는 책. 이전보다는 많이 알려졌다고 해도 여전히 낯선 라틴 아메리카의 풍광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저자 자신이 제대로 된 참고서적 없이 주마간산 격으로 아테네를 돌아보고 떠나는 우리 나라 여행객들을 보면서 전공자로서 느꼈던 미안함을 상쇄하기 위해 썼다고 말한 대로, 그리스 문화 유적에 대한 기본 설명서인 동시에 그리스 문화 전반에 대한 개설적인 입문서이고 동시에 지적인 교양서이기도 한 책. 이 책 한 권이면 그리스 여행이 더 할 나위 없이 알차질 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전공자들은 유럽 각 도시에 대해서 이런 책을 써야 함!!
최근의 산티아고 붐에 큰 기여를 한 김남희의 산티아고 기행문. 국내 도보여행기였던 첫 책에서 산티아고 순례가 꿈이라고 했던 그녀였는데, 첫 책의 성공 덕분인지 생각보다 빨리 꿈을 이루었더라. 이 책을 읽고 꼭 산티아고에 가보리라 맘먹었는데, 그 이후부터 너무 지나치게 쏟아지는 산티아고 기행문에 가기 전부터 좀 질리는 감이 있다.
축구보다 유럽을 훨씬 먼저 좋아했었는데, 축구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축구를 모르고 다녀온 몇 차례의 유럽여행이 좀 억울해지려는 판이다. 그런 억울함을 다소 가시게 해주는 책. 그러나 축구를 모른다 해도, 유럽에만 관심이 있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책 한 권으로 한 나라의 사회와 문화와 역사를 균형있게 소개한다는 쉽지 않은 작업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 책, 어려운 얘기를 쉽고 재기발랄하게 할 줄 아는, 학자로서는 보기 드문 매력을 가진 저자의 글솜씨가 즐겁다.
프로방스에 '정착'한 부러운 영국인 작가의 프로방스 생활기. 영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찬란한 햇살과 그 햇살을 받고 자란 싱싱한 채소, 그 채소만큼이나 때묻지 않은 프로방스 사람들과의 생활을 보고 있자면 샘이 날 지경. 하긴, 그 얘기를 이렇게 책으로 써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제일 부러운 점일지도?
위 프로방스 얘기의 토스카나 버전, 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이 미국 헐리우드 출신이고 장소가 토스카나다 보니 위 책에 비해서 서너배는 더 드라마틱하고 좌충우돌하는 느낌? 위 책이나 아래 책이나 읽다보면 프로방스/토스카나 음식에 배가 고파진다는 건 강력한 공통점!!
"머무는 여행"을 지향하는 여행작가 김영주가 처음 머물렀던 곳, 캘리포니아에서의 이야기, 여행을 떠나서 그곳에 머무르고자 하는 이는 많지만, 머무르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이 책은 또 보여준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떡 대신 먹을 게 있는 경우엔 그림의 떡도 보면서 먹어도 나쁘지 않을 거다. 거기다 프와그라나 달팽이에 큰 취미가 없는 나로썬 책 속에서만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행과 먹거리라는 좋아하는 두 코드가 결부되어서 종종 꽤 즐겁게 집어들고 읽는 책.
여전히 내 인생 최고의 여행 에세이.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