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2 - 반양장
장원재 지음 / 이레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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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비쥬얼적인 인간이 못된다. 내게 가장 강하게 다가오고 나를 감동시키는 건 언제나 이야기였고, 영상이나 사진은,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항상 그 뒷전이었다.

그랬던 나도 이번 월드컵 기간 중에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티비에 방영되는 경기와 온갖 관련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녹화했다. 축구는 아무리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

Again 2002는 평소의 나라면 그닥 들여다보지 않았을 화보집이다. 그러나 앞에 든 이유로, 나는 이 책이 꽤나 마음에 든다. 결국 순간을 잡아두기 위해 사진만큼 뛰어난 보조기구는 없을 테니까. 우리의 기억이 시간이 감에 따라 흐려지고 왜곡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퀄리티가 뛰어난 사진들을 선별해서 적절히 편집하고 배치했고, 월드컵 기간동안 친근해진 축구광 장원재 교수가 글을 썼다. 그의 어조는 아직 흥분으로 가득차 있지만, 거기에 대해 불평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그러하니까. 2002년 6월의 기억들을 압축해서 선명하게 보관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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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톨드 미 Papa told me 2
하루노 나나에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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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른 책도 마찬가지지만, 만화를 고르는데도 남들의 이야기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건, 통신상에서 본 서평이나 감상이건 간에.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후자가 점점 더 비중이 커져가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만화를 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만화동호회나 소위 매니아들의 인기를 꽤 얻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 이상할 정도로 내게는 어필하지 못한 작품들이 몇 개 있었다. 여기는 그린우드(이건 재미없다.정도가 아니라 계속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사바스 카페를 비롯한 야치 에미코의 작품들 등등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 파파 톨드 미도 이 부류에 들어가는 듯 싶다. 몇해전 해적판으로 나왔을 때부터 (과격한 표현이지만) '입에 거품을 물고' 칭찬하는 글을 몇 개 본 거 같은데, 실제로 펼쳐든 책에서는 도무지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한 건, 이 만화가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코드를 꽤 갖추고 있다는 거다. 아기자기한 가족 이야기인데다, 아이가 주인공이고, 옷이니 음식에 대한 묘사도 꽤 자주 나오고...그럼에도 불구하고 맘에 들지 않아서,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였다.

나름대로 분석해낸 이유는, 역시 주인공인 치세였다. 분명히 아이로 설정되어 있는데, 하는 짓도 말투도 도무지 아이스럽지가 않아서 정이 안간다. 제목처럼 엄마없이 아빠와 치세, 두 부녀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잔잔한 이야기인데, 치세의 아빠에 대한 집착이나 애정이 어린아이다운 순진함이라기 보다는 과도한 엘렉트라 컴플렉스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꼬인 탓일까.

물론 군데군데 꽤 신선한 설정도 있다. 죽은 엄마의 전남편이 치세를 바라보며 아내를 회고하는 것이라던가, 그렇게 사랑하는 아빠지만 치세의 아빠로 살아온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을 치세가 깨닫는 것이라던지..하는 부분들. 그러니 분명히 이 작품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내게는 그런 장점보다는 주인공의 매력없음이 더 크게 다가와버린다. 적어도 2권까지는 그랬는데, 앞으로의 부분을 보다보면 혹시나 다른 느낌이 들 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이제까지의 불만을 참고 3권을 계속 본다는 전제하게 가능한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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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 컬러판
생떽쥐베리 / 문예출판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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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중학교 때였던가요. 사실 어린왕자는 지나치게 많이 인용되는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읽을때도 이렇게도 여기저기 많이 인용되고 유명하니 확인 사살(?)차 한번 읽어주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었구요. 그도 그럴 것이 보아뱀 이야기, 어린 왕자와 장미 사이의 대화, 어린 왕자와 여우 사이의 대화를 여기저기서 다 줏어듣고 난 후에 읽은 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읽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아, 이 대사가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거였군. 전체 얘기 중에 이렇게 짜맞춰지는군. 정도였고, 주로 집중해서 본 것도 어린 왕자와 장미, 어린 왕자와 여우...이런 거였지요.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지만,그 아름다운 문장이 정말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마음 깊이 느끼기엔 제가 너무 어렸던 게지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습니다. 이야기 자체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졌지만, 인젠 조금 떨어져서 이 이야기 전체를 보게 되는군요. 이전엔 오직 어린 왕자, 장미, 여우, 이런 것들만 주로 봤다면 이젠 지리학자라던가 술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소하게도 되고, 지금 내가 살고있는 세상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 어린 시절에는 미처 무엇인지 몰랐던, 그래서 그저 멋진 대사라고만 생각했던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한 어린 왕자의 말들이 이제는 가슴에 아프게 와닿네요.

그래서 어린 왕자는 수많은 각이 있는 다면체같은 이야기인가 봅니다. 읽는 이가 성장하고 달라짐에 따라 이전에 읽을 땐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부분들이 보이게 되는 거죠. 이 이야기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도 그래서겠지요. 앞으로 또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어린왕자를 다시 읽으면, 저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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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체온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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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뷰티풀 라이프 스토리'인데, 오랫만에 보는 정말 잘 어울리는 부제로군요. 어머니의 죽음으로 단둘이 사는 중학생 코이치와 그 아버지,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인데, 놀랄만큼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호감이 가는 만화, 그러면서 지루하거나 설교조도 결코 아닌 만화, 정말 오랫만이네요. 물론 우리 개념으로는 조금 충격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조차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좋은 행동을 취하는 주인공들의 산뜻함 덕분일까요..

'서양골동양과자점'에서 보였던 요시나가 후미 특유의 쿨함과 자연스러운 유머감각이 한층 더해지는 느낌이네요. 아무것도 아닌 일상도, 상식으로 보기엔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도 모두 이렇게 산뜻하면서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근사해요.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만화와 달리 주인공들이 전혀 '오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그만큼 부담이 없고 편하군요. 마지막의 '가끔은 이런 날'은 몇 페이지 안되는 작품임에도 정말 찡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구요. 덮으면서 오랫만에 아주 흡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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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달링 3 - 완결
마츠모토 미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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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집어들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도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결혼 이후의 이야기라고 해서 조금은 생활의 냄새가 풍기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영~ 아니군요. 일단 나이많은 의사선생님한테 한눈에 반해서 미친듯 대쉬하는 날라리 여주인공 히나도 황당하고, 뜬금없이 결혼하자고는 해 놓고 결혼후에도 계속 쌀쌀맞게 구는 세이치로도 이해 안되고...주인공들한테 감정 이입이 안되니 보는동안 좀 괴롭습니다.

세이치로의 아픈 과거, 시댁과의 갈등..이 모두가 결국은 하나의 앞뒤없는 정열과 한결같은 마음에 결국은 치료되고 해결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진부해서 그닥 공감도 가지 않고.. 푼수에 망가지는 여주인공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볼만 하지만...일본만화가 참 무차별로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하긴 그건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이 작품만의 문제도 아니죠). 깔끔하게 3권으로 끝내준 게 그나마 이 작품의 미덕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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