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컬러판
생떽쥐베리 / 문예출판사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중학교 때였던가요. 사실 어린왕자는 지나치게 많이 인용되는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읽을때도 이렇게도 여기저기 많이 인용되고 유명하니 확인 사살(?)차 한번 읽어주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었구요. 그도 그럴 것이 보아뱀 이야기, 어린 왕자와 장미 사이의 대화, 어린 왕자와 여우 사이의 대화를 여기저기서 다 줏어듣고 난 후에 읽은 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읽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아, 이 대사가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거였군. 전체 얘기 중에 이렇게 짜맞춰지는군. 정도였고, 주로 집중해서 본 것도 어린 왕자와 장미, 어린 왕자와 여우...이런 거였지요.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지만,그 아름다운 문장이 정말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마음 깊이 느끼기엔 제가 너무 어렸던 게지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습니다. 이야기 자체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졌지만, 인젠 조금 떨어져서 이 이야기 전체를 보게 되는군요. 이전엔 오직 어린 왕자, 장미, 여우, 이런 것들만 주로 봤다면 이젠 지리학자라던가 술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소하게도 되고, 지금 내가 살고있는 세상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 어린 시절에는 미처 무엇인지 몰랐던, 그래서 그저 멋진 대사라고만 생각했던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한 어린 왕자의 말들이 이제는 가슴에 아프게 와닿네요.

그래서 어린 왕자는 수많은 각이 있는 다면체같은 이야기인가 봅니다. 읽는 이가 성장하고 달라짐에 따라 이전에 읽을 땐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부분들이 보이게 되는 거죠. 이 이야기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도 그래서겠지요. 앞으로 또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어린왕자를 다시 읽으면, 저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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