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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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니스의 비밀'을 읽은 독자라면, 눈부셨던 주역들만이 아니라 개성있는 조역들도 기억할 것이다. 말괄량이 아가씨 번들, 순둥이 청년 빌 에버슬리, 침니스의 주인이자 번들의 아버지인 캐터햄 경, 외무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있으나 눈이 튀어나와 별명이 '대구'인 빌의 상관 조지 로맥스, 그리고 말없는 바위같은 사나이 배틀 총경...

침니스에서 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지난 사건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활기넘치는 침니스의 아가씨 번들, 번들은 사건을 조사해나가면서 '세븐 다이얼스'라는 베일 속의 비밀결사와 부딪히게 된다. 그들은 누구이며 그 목적은 무엇인지, 잇다른 살인사건의 희생자인 젊은이들은 누구에 의해 왜 살해된 것인지...

전편과 마찬가지의 모험 미스터리이지만, 아가사 크리스티는 다소는 공정성 논란이 있는 트릭을 숨겨두었다('애크로이드 살인사건'보다는 훨씬 낫지만..). 이 작품 역시 나로서는 미스터리의 재미보다는 드라마의 재미를 많이 느끼면서 읽었다. 자청해서 모험에 뛰어드는 영국 귀족계급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식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영국에서 모험스릴러라는 장르가 활발했다는 설명도 납득이 간다.

지난번 침니스의 비밀에서 앤터니와 버지니어의 로맨스가 당사자들이 '너무 멋있어서' 두근거렸다면, 번들과 빌의 로맨스는 친근감이 가서 또 나름대로 즐겁다. 번들의 아버지 캐터햄 경과 조지 로맥스라는 캐릭터에도 애정이 간다. 캐터햄 경과 번들 사이의 대사가 아주 재미있었고, 조지 로맥스의 청혼 부분에서는 배를 잡고 웃었다. 앤터니와 버지니어의 후일담이나, 번들의 개구진 동생들 이야기도 궁금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없어서 약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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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 물어봐 3
토리코 치야 지음, 최미애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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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 저러니 해도, 순정만화의 가장 큰 화두는 결국은 '사랑'이다. 다행히도 그 상대가 적당한 사람이면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가 되지만, 부적당한 사람이면 삽질일기, 혹은 비극 그 자체가 되어 버리는 것이고.

제부,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죽은 쌍동이 여동생의 남편은 솔직히 말해 사랑하기에 적당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지만 주인공 아키라에 눈에 들어오는 건 오직 그 사람 뿐이다. 아키라 자신도 왜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지? 라고 스스로 물을 만큼.

잠시동안은 피해가려고, 돌아가려고 노력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그리고 진심으로 부딪히는 용기를 가진 여주인공 아키라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해서 자기 마음도 몰랐고 알고 나서도 자꾸 뒤로 물러나기만 하는 남주인공 코이치는 너무 약하다(아키라는 저 남자가 어디가 그렇게 좋은거야?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으니...그런데 원래 사랑이라는게 그런 거다. 슬프게도). 오히려 한결같이 아키라에게 진심이었던 요우지가 훨씬 더 생생하고 멋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드니, 일부러 의도한 게 아니었다면 이런 부분은 작가로서는 유감스러울지도.

3권짜리 중편에 적합한 스토리를 큰 실수도 크게 돋보이는 부분도 없이 무난하게 그려내었다는 느낌.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차분하고 잔잔하게 전개시킨 부분은 좋다. 그닥 특색있는 그림체는 아니지만, 이런 류의 만화에 어울리는 보기 좋은 그림체라 읽기에 편하다는 것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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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니스의 비밀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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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니스의 비밀>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 한 축을 차지하는 모험 스릴러물이다.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정통 추리물로 분류한다면, 이런 모험 스릴러의 주인공은 활기찬 청춘남녀들로 포아로처럼 자리에 앉아서 회색 뇌세포를 이용해 범인을 찾아내거나 혹은 미스마플처럼 인생의 연륜과 경험으로 진실을 꿰뚫어보는 것이 아니라 숨어 들어가고, 엿듣고, 육탄전을 벌이고, 때로는 다쳐가면서 사건을 해결해간다.

그리고 이런 모험 스릴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남녀주인공 사이의 로맨스. 처음에는 단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동지로 출발했지만 엎치락뒤치락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마지막은 항상 해피엔딩. '악당은 잡히고 사랑은 꽃피는' 결말이 진부하다고 해도, 고전이 늘 영원한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이 작품 역시 '침니스'라는 대저택을 배경으로 동유럽의 작은 나라 헤르초슬로바키아의 왕위 계승 문제와 몇년전 사라진 유명한 보석 코이눌의 행방이 엇갈린다. 쿨한 모험가 타입의 매력적인 미남자인 남자주인공 앤터니와 역시 기지와 미모를 갖춘 여주인공 버지니어, 남녀평등론자의 눈으로 보면 버지니어의 활약상이 좀 적은게 다소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사와 행동이 상당히 재기넘쳐서 읽으면서 꽤 즐거웠다.

마지막의 동화같은 반전이 다른 작가라면 조금은 촌스러울만도 한데 역시 크리스티답게 세련되고 깔끔하다. 정통 추리물의 재미가 약한 대신 로맨스적인 재미가 있고, 당시 영국 상층계급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번들, 캐터햄 경, 조지 로맥스, 빌 에버슬리 등의 개성있는 조연들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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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1 - Bird Red Lie
이시영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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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명제에 이미 동의한 다음이라 해도, 신선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이시영'이라는 작가에 대한 세간의 호평이 근거없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건 새로운 수확이었구요.

제목부터 어딘가 기발함을 자랑하는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 '화성인 지구 정복', 잃어버린 연인의 모습을 하고 돌아온 존재. 스스로 화성인이라 고백하지만 여주인공은 화성인이건 아니건 그를 붙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두번째 에피소드, '정말 불가능한 일입니까?', 인구의 대부분이 인공 분만의 클론 남자이고 극소수의 자연 분만 여자들이 성인처럼 떠받들리는 사회에서, 그 여성(女性이 아니고 女聖입니다!)에게 임신시킬 수 있는 또 소수의 선택받은 남자인 주인공. 그런데 그는 그 특권을 제대로 누리기보다는 그 여성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순진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매일 여성들에게 차이기만 하지요. 그런 그가 이번에 만난 13번째의 마지막 여성은 이제까지와는 좀 다릅니다(이 두 편은 이전 화이트 연재작입니다). 세번째 에피소드, '공상과학전기' 인간과 로봇 간의 식상하다면 식상한 스토리입니다만..저 역시 처음 잡지('오후'제 1호)에서 읽을 때는 역시 그 반전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제가 워낙 좀 둔한 편이라...).

개인적으로 세번째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두번째 읽는 작품이다 보니 그저 그랬고, 첫번째 에피소드는 이 작가의 패턴을 이해하느라 좀 정신없이 읽었지만 해피엔딩임에도 불구하고 세 편 중에 제일 슬펐던 걸 고르라면 이쪽. 마음에 들기는 두번째 에피소드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작가 자신은 '삐딱한 페미니즘'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미아 바이러스'라는 설정을 보면서 어딘가 굉장히 섬뜩해지기도 했고...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너무 있을법하다고나 할까요. 무엇보다도 상당히 삭막한 주변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책없이 순진하고 낭만주의자인 남자주인공이 참 사랑스웠습니다. 마지막의 가벼운 반전도 좋았고, 톡톡 튀는 여주인공의 대사도 신선했구요.

이시영의 스토리와 그림 중에 어느 쪽이 나으냐, 고 물으면 스토리라고 대답해야겠지만, 동시에 스토리와 그림이 상당히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친근하고 예쁘다기 보다는 어딘가 낯설고 서늘한 그림인데 그 느낌이 스토리와 잘 맞다고 해야하나..이 작품집 외의 좀 더 일상적인 소재의 다른 작품이 있는 걸로 아는데,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한번 챙겨봐야겠다 싶네요.

시공사에서 '오후' 런칭과 함께 기획했을 듯한 'Owho Original'이라는 라벨로 나온 책인데, 종이질이나 표지디자인 모두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그에 대한 댓가인지 5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부담스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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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조
홍찬미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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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맨스 소설이라는 건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맺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시작과 결말이 정해진 상태에서 두 주인공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만나고 사랑하는지, 특히 두 사람 사이의 장애물은 어떤 것인지를 설정해 주는 것이 작가의 몫이지요.

기본적으로 문장력이나 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만(요즘은 그것도 안되면서 책으로 찍혀나오는 글들이 너무 많으니), 여주인공의 복수라는 설정이 너무 강해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간의 로맨스는 뒤로 물러나버린 느낌입니다. 즉,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주변 설정이나 장애물의 비중이 과하게 커진거죠. 그리고 사실 그 복수라는 것도 어떤 측면으로 보자면 그렇게까지 납득이 가는 것도 아니고..(역시 여주인공의 어머니 직업이 문제인가...이런 생각 하는 저도 벌써 남성위주의 가치관에 물들어버린 거 아닌가 싶지만 사회적 상식의 차원에서는 그렇다는 거죠. 조금만 설정이 달랐으면 좀 공감하기 쉬웠을지도.)

운명에 질질 끌려다니는 순종가련형 여주인공 대신 복수라는 과제와 불치병을 안고도 꿋꿋한 여주인공을 그리려다보니(장애물이 과하다니까요..) 여주인공은 독자에게도 공감을 얻어내는데 실패한 얼음공주가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남주인공은 카리스마도 좋지만 좀 심하게 마초적이고 냉정한 인물이라...그게 아예 포기해버릴 수준이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조금만 달랐으면 훨씬 더 호감가는 인물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싶으니 여러 모로 아쉽네요.

또 하나,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결말도 좋지만 대부분의 로맨스 독자들은 다들 에필로그의 심하다 싶은 달콤함을 즐기는 걸로 알고 있는데(저만 그런가요?) 이 작품은 뻔함을 탈피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몰라도 그 부분도 다소는 유감. 아예 이 작품이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그냥 '통속대중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으면 모르겠는데(사실 중간중간 꽤 신문연재소설스러운 데가 있어서), 작가나 출판사나 어디로 봐도 이거, 로맨스 소설 맞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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