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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조
홍찬미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결국 로맨스 소설이라는 건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맺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시작과 결말이 정해진 상태에서 두 주인공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만나고 사랑하는지, 특히 두 사람 사이의 장애물은 어떤 것인지를 설정해 주는 것이 작가의 몫이지요.
기본적으로 문장력이나 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만(요즘은 그것도 안되면서 책으로 찍혀나오는 글들이 너무 많으니), 여주인공의 복수라는 설정이 너무 강해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간의 로맨스는 뒤로 물러나버린 느낌입니다. 즉,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주변 설정이나 장애물의 비중이 과하게 커진거죠. 그리고 사실 그 복수라는 것도 어떤 측면으로 보자면 그렇게까지 납득이 가는 것도 아니고..(역시 여주인공의 어머니 직업이 문제인가...이런 생각 하는 저도 벌써 남성위주의 가치관에 물들어버린 거 아닌가 싶지만 사회적 상식의 차원에서는 그렇다는 거죠. 조금만 설정이 달랐으면 좀 공감하기 쉬웠을지도.)
운명에 질질 끌려다니는 순종가련형 여주인공 대신 복수라는 과제와 불치병을 안고도 꿋꿋한 여주인공을 그리려다보니(장애물이 과하다니까요..) 여주인공은 독자에게도 공감을 얻어내는데 실패한 얼음공주가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남주인공은 카리스마도 좋지만 좀 심하게 마초적이고 냉정한 인물이라...그게 아예 포기해버릴 수준이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조금만 달랐으면 훨씬 더 호감가는 인물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싶으니 여러 모로 아쉽네요.
또 하나,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결말도 좋지만 대부분의 로맨스 독자들은 다들 에필로그의 심하다 싶은 달콤함을 즐기는 걸로 알고 있는데(저만 그런가요?) 이 작품은 뻔함을 탈피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몰라도 그 부분도 다소는 유감. 아예 이 작품이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그냥 '통속대중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으면 모르겠는데(사실 중간중간 꽤 신문연재소설스러운 데가 있어서), 작가나 출판사나 어디로 봐도 이거, 로맨스 소설 맞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