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기 누가 세월을 묶어놓았나
따뜻한 손짓만 해주면 다 잊을
그런 이야기인지
강 기슭에 메인 배 하나 몸을 뒤척이며
그러자꾸나
그러자꾸나
강에서는 낮게 숨을 죽이자
강에서는 너무 슬퍼하지 말자
내 마음에도 가끔씩 바람도 불고 비도 오지만
그러자꾸나
그러자꾸나
저 배도 언젠가는 강을 홀로 떠나듯
나도 흘러서
흘러가는 그 날이 올 것이기에
그러자꾸나
그러자꾸나
강물은 내 발아래로 흐르고 나 여기에 서 있으니
따뜻한 손짓만 해주면 다 잊을
그런 이야기인가 보다

황인철의 <남한강에서>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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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에 물을 주고, 청소기를 윙윙 돌리고, 세탁기에서 꺼낸 아이들 옷을 탁탁 털어 빨래건조대에 걸면서 또 하루를 넘기다 보면 몇 년은 후딱 지나간다.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떠들다 보면 창가에 새로운 봄이 찾아온다. 결혼하고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세월만 흐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잘못된 것도 없다.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아이가 까치발을 하고 초인종을 누른다.
앞으로도 죽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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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역시 남편을 사랑하는거 아니예요?' 란 말을 들었을 때는 우울했다. 그렇다 옳은 말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장에 이혼할텐데.
때로, 이혼하면, 하고 혼자 생각한다. 홀가분하겠지. 적어도 집안의 청결은 유지될 테고, 반찬도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만들면 그만이다. 강아지도 키울 수 있고, 시끌시끌한 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켜놓지 않아도 된다. 여행도 돌아올 예정 없이 떠날 수도 있고, 차분하게 지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남편을 좋아할 수 있다. 싸우는 일도 없겠지. 열을 받아 고함을 지르고 깨물고 걷어차는 일도 없겠지.
훨씬 더 친절하게 굴 수 있겠지. 남편 역시, 훨씬 깍듯하게 나를 대하겠지. 이혼하면.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불현듯 외로워진다.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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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사랑하는 사람 ♧ 


좋은 생각이란 삶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모든 길이 막히고 모든 것이 무너지고 부서져도
내게 있는 오늘과 내일을 사랑하고,

이것을 소중히 여기며
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바로 좋은 생각입니다.

출근 시간 차들이 지나는 길가에서
김밥과 샌드위치를 파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을 볼 때마다
이분의 아픔과 갈등과 다짐이 생각납니다.

김밥 마는 법,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을
어떻게 익혔는지,
날씨와 요일에 맞춰 수량은 잘 조절하고 있는지,
부끄러움은 걷어냈는지 늘 궁금합니다.

이분의 얼굴은
달리는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까칠해졌고,
온몸은 먼지로 덮여 있으며
귀는 소음 때문에 멍멍합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결코 초라하거나
불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분의 마음 안에
삶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아름답습니다.

-정 용철님의
'언제나 그대가 그립습니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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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졌다. 사는 것이 바빠서 제멋대로 졌다.
무심하게도 벚꽃은 언제나 그렇게 내 모르게 져버리고 만다. 온동네 여기저기서 벚꽃이 피지만 봄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것 같아 매년 아쉽기만 하다. 마당 가득 피어 감탄할만한 연산홍이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조금만 천천히 걸어도 보도블록 사이의 틈에 자리를 잡고 올라온 민들레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건만 무엇에 홀렸는지 살면서 놓쳐버리는 안타까운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자. 세상은 여전히 있는 그대로 아름답기만 하니 봄이 오고 가는 것 아니겠는가.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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