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졌다. 사는 것이 바빠서 제멋대로 졌다.
무심하게도 벚꽃은 언제나 그렇게 내 모르게 져버리고 만다. 온동네 여기저기서 벚꽃이 피지만 봄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것 같아 매년 아쉽기만 하다. 마당 가득 피어 감탄할만한 연산홍이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조금만 천천히 걸어도 보도블록 사이의 틈에 자리를 잡고 올라온 민들레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건만 무엇에 홀렸는지 살면서 놓쳐버리는 안타까운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자. 세상은 여전히 있는 그대로 아름답기만 하니 봄이 오고 가는 것 아니겠는가.
<황인철>